2-2 왕령의 경우



왕일이 목숨걸고 여동생(왕령)을 구출했으니 보통 여동생이 ‘오니쨩 다이스키’하면서 오빠를 뒷바라지 할거라고 생각하는게 당연한 인과잖아? 하지만 여동생은 그러지 않아.

되려 오빠를 엿먹이려고 집에 남자들 불러들여서 몸을 팔다가 자살하지.

왜 왕령은 그러는걸까? 존나 개년이라 오빠 고마운줄을 몰라서?


이 부분이 바로 좌백이 인간에 대해 깊게 파악하고 있는게 드러나는 부분임

왕령입장에서 자신의 인생은 이미 끝난거였어. 자신은 진가장의 부자에게 농락당하고 가족은 씨몰살 당했음. (전쟁에 끌려간 큰오빠인 왕일은 죽었다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마침내 산적소굴 까지 끌려가서 골고루 따먹히며 당시 여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중 하나였던 정절을 땅끝까지 떨어뜨렸음. 그렇게 인생을 포기하고 죽지못해 살던차에 큰오빠가 돌아와서, 그야 말로 이야기속에 나오는 영웅처럼 자신을 구했던거임.


영웅적 업적을 이루어낸 오빠를 앞에두고 왕령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마움?

그것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수치스러웠던거임. 자신은 몸도 망치고 가족도 지키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오빠는 강대한 적을 상대로 당당히 복수하고 남만에서 가져온 보물로 집도 사고 자신을 보살펴주고 있지.

자신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오빠는 영웅이 됬음. 오빠는 예전으로 돌아가자 하지만 자신은 이미 너무 변해서 예전처럼 돌아갈수가 없어. 게다가 그런 오빠가 자기한테 얽메여 있다는것 때문에 느껴지는 죄책감은 이루말할수 없었지. 

이런것들이 합쳐져 애증과 분노로 변한거야. 배은망덕한 년 아니냐고? 원래 인간은 불합리한 존재인거고 좌백은 그걸 안거지.

때문에 왕령은 몸을 팔고 오빠를 엿먹인거임. 자기를 돌보느라 얽메여 있지말고 포기하라고. 그러면서 오빠를 향한 애증을 감정적으로 해소도 했겠지. 

죽기전에 왕령이 자기를 포기하라는 뉘앙스로 얘기한걸 보면 알지.


예전엔 몰랐는데 나이 좀더 먹고 좌백 소설을 읽으면 이 양반이 참 인간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구나 하는게 느껴지더라.




3. 두 장르의 거장


 어쩌면 이영도 와 좌백의 이런 차이는 판타지와 무협이라는 두 상반된 장르의 차이에서 오는 걸지도 몰라


판타지는 세계관을 직접 주물럭 거릴수 있지. 때문에 이영도는 세계관을 자신의 철학을 표현하기 위한 장기판으로 만든후 주제를 표현하는거고.


반면 무협은 과거의 중국이라는 시공간적 제약이 있기때문에 판타지보다 세계관 구성에 한계가 있어.  때문에  좌백은 세계관 속의 인간을 표현하는거지.


어느것이 더 낫다기 보단 각 분야의 정점에 오른 두 거장이 자신의 분야가 보여줄수 있는 것을 최대한 살려서 보여주는 것이,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점이 난 참 흥미롭게 느껴짐.





사실 좌백은 이렇게 소설 내적인 부분만으로는 다 평가할수 없고 소설 외적인 부분에서, 메타적으로 봐야지 좀더 확실하게 알수 있는작가임. 


삐뚤어진 잣나무 라는 필명을 보면 알듯이 기존 무협시장에 반항하던 작가고. 그래서 어찌보면 사도로서 정도의 정점에 올랐다 말할수 있는 작가니까. 


Chesser가 좌백에 대해 설명해 달라기에 이것도 설명할까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좀 귀찮으니Chesser가 요구 한다면 다음에 쓰던가 하겠음.




ps. 시발 오밤중에 이거 쓰느라 개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