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중기 이후부터를 보면 소위 계투(械鬪) 라는 것이 등장합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면, 종족이나 촌락간에 무기 들고 쇼부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비단 청나라 시대부터의 기풍은 아니지만 청 시대부터 규모가 대단히 커지고
처음에는 그냥 마을에서 간단한 단위로 싸우는데,
나중에 이르면 무슨 몇개 마을이 한데 모여서 연합해서 싸우고...
계투가 벌어지는 순서를 보면
다양한 이유로 갈등이 표출되면 곧바로 족내에서 선봉이 되는 사람이 자기 종족을 불러 모으고
어느 날 어느 종족과 한판 뜨기로 결정합니다.
여기서 족원 가운데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참가 안하는 사람은 그 집과 기물을 불태워 버립니다.
게다가 족내의 여러 분쟁이나 치안, 그리고 처벌 등이 종족내의 유력자의 손에 이루어지는게 보통이라서
계투에 참가 안하는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다음에는 제비등으로 계투에서 목숨을 걸고 싸울 사람을 뽑고
또, 계투가 끝나고 관에서 책임을 질 사람(즉 관리가 조사하러 나오면 독박 쓸 사람)을 정하고 계투를 대기합니다.
규모가 크면 아예 싸움전에 하늘에 제사 지내는 경우도 있고...
그래가면서 돌아가면서 책임을 지는데 정 사정이 안 좋으면 가난한 외부인에게 돈 주고 대신 책임을 지게 한다음
관리들에게 뇌물을 먹이면 관리들은 누가 진짜 범인인지 따지지 않고 그냥 처벌을 하죠.
그리하여 계투를 벌이면서 서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좀 심각한 경우에는 무려 백여년동안 계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총포까지 동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참가자나 동맹이 더 늘어나면서 규모가 커지고
그리고 종족내의 족장은, 이런 계투를 벌이면서 자금을 거두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기에
되려 계투를 더 조장을 하고
종족내의 불량청년들은 땅도 없고 여자도 없는데 계투하는걸 오히려 즐겁게 여기기도 하구요.
물론 대다수 일반 족원들은 과도한 부담에 시달리면서 고통스러워 했지만
중국 농촌사회는 관 보다도 자기들끼리 법칙이 더 중요한
매우 배타적인 사회라 어디 호소를 할 수도 없고 이탈을 할 수도 없고
지방관은 지방관대로 일부러 계투가 일어나도록 의도적으로 기다리다가 꼬투리 잡으면서 콩고물을 얻어내고
지방관이 큰 마음 먹고 다스리려고 해도 서리 같은 무리들이 무뢰배들의 돈 먹고 지방관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급기야 건륭 말기에 이르면 전문적인 용병 집단 비스무리한것도 생겨서 부르면 계투하러 나가기도 하고
이런건 내가 욕먹으면 "우리" 가 욕먹는다는 대체적인 심리와
강희제 시대부터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 정씨 집안 상대하느라 벌인 해금령등의 여파
그러면서 전에는 다른 대성(말 그대로 많은 성씨. 큰 족원)들에게 눌리던 소성들이 커지면서
무력으로 대항을 하고
청나라가 말도 안되는 수준의 인구 폭발로
규모 자체는 점점 더 커지는데 국가 시스템이 점차 이걸 따라가지 못하게 되고
관리들이 부패해서 뇌물만 먹자
나라를 믿느니 내 족원들을 믿는다는 중국인들의 사고 방식 중에 하나
토지 문제로 다투다가 한판 뜨고
수리 문제, 분묘, 시장 무제로 다투다가 한판 뜨고
물의 분배에 대해 다투다가 한판 뜨고....
거의 전쟁이 따로 없습니다.
또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조직같은 비밀결사가 청나라 말기부터 정말 많은데,
반청복명을 외치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뱃사람들이 광역적인 조직을 만들어서 안청방(安淸幇)이라는 것을 만들고
(몇가지 이설이 있지만 이 조직이 나중의 유명한 범죄조직 청방으로 이어진다는 설이 있습니다)
소금 밀매자들이 염당(捻黨)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가령 강도질을 당해도, 만약 강도 당한 사람이 천지회라는 비밀 결사 조직의 일원 중 한명이라면,
다음과 같은 메뉴얼이 있습니다.
1.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하늘을 나타내기
2. 두번째 단추를 풀어놓은채 옷 입기
3. 인사를 하면서 세 개의 손가락을 한데 모아 펼치기
4. "나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기
5. 암호화된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
그외에도 있겠지만, 이 정도를 한번 해본다면 길거리에서 만난 강도의 어느 정도는 해결 가능합니다.
전부 천지회의 비밀적인 표시 중에 하나였고,
천지회 외에 가로회 등의 비밀결사들의 이러한 암구호 체계를, 쑨원의 동맹회 조직도 어느정도 받아들였습니다. 실제 신해혁명 이전 시기에, 동맹회 계열의 수많은 인사가 각종 군대와 교육 시설로 비밀스럽게 침투해서, 혁명 사상을 조금씩 조금씩 전파하고 동지를 끌어모으고 하기도 하구요.
치킨형님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ㅋㅋㅋㅋ 시리즈로 좋은 글 부탁드림
천지회 그거 위소보가 있던 조직아님?
간만에 무갤에서 보는 읽을 만한 글이네요. 뻘글 홍수속에 개념글이 들어있으니 신선합니다.
어 이거 얼마전에 누가 올렸거나 링크했던 글 아닌가? 그때 개추 눌렀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