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북에 정착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일보방에 가입한 것이 어제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진다.
일보방은 유서깊은 방파다. 하북에서 술을 팔거나, 여자를 팔거나, 도둑질, 마약매매, 청부살인 등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보방에 몸담고 있었다.
원래는 표국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전대 방주의 심경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하루아침에 표국을 때려치우고 하북의 주류사업에 끼어들었다.
처음에는 별 볼일 없었지만, 현 방주가 전대 방주를 독살하고 간부들을 물갈이 한 이후로는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일보방은 몇 년동안 피비린내나는 쟁투를 치렀고, 오늘날에는 양조장과 주루, 기녀원등을 운영하는 우량방파가 되었다.
일보방의 간판사업은 술장사였다. 하북에서 유명한 몇 개의 주루는 일보방의 소유이고, 그 중에서는 일보루의 수익이 제일 높았다. 일보루가 도박장을 겸하기 때문이다. 일보루의 2층에는 근사한 도박장이 차려져 있다.
하북에서 도박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뇌물이 많이 들었다. 위로는 황사에서 출발하여 말단 포졸에 이르도록 용돈을 찔러주고, 명절마다 선물을 바치고 주기적으로 술도 사준다.
그런 만큼 일보루의 술은 비싸고, 도박의 판돈은 높았다.
선별된 고객만을 모시기 때문에 실내는 쾌적하다. 어여쁜 아가씨들이 헐벗은 채 배회하며 선량하게 생긴 도박사들이 판마다 앉아서 호구들을 반긴다.
내가 나서야 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일보루에서 행패를 부리는 자들은 보통 다음날이면 인근 야산에 묻히거나 방에서 키우는 개들의 먹이가 되곤 했다. 그러므로 일보루에서는 아무나 행패를 부리지 않았고, 소란을 일으키는 자들은 대부분 거물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무거웠다. 숙취때문이다. 그저 뒷방에서 뒹굴고 싶었지만 밥값은 해야겠기에 마음을 다잡았다.
머리를 주무르며 나와보니 주루는 난장판이었다. 최근들어 일보루의 단골이 된 젊은이가 내 부하를 열심히 패고 있었다.
하릴없이 도박장에나 기웃거리는 부잣집 아들내미에겐 다음날까지 자기가 살아 있을지를 걱정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놈은 이가장주의 장남이었으니까. 이름은 이도영이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각종 패악질을 부리며 남들에게 피해만 주는 인생을 살았지만 놈의 아비는 알아주는 부자였으므로 평생 굶어본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놈에게 따귀를 맞고 있는 유동 녀석은 가게에서 쫒겨나면 당장 갈 곳이 없었다. 녀석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며, 소작농이던 아비가 죽은 후 빚을 갚으려다 어찌어찌 일보방에 흘러들어온 녀석이었다. 눈치가 빠르고 치밀한 구석이 있어서 칼받이로 소모하기엔 아까운 녀석이었다.
그래서 나는 놈을 일보루의 점소이로 만들어주었다. 싹싹하고 똘똘한 녀석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녀석은 예의가 바르고 게으름도 부리지 않아서 쉽게 적응했다. 열심히 사는 녀석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살면 뭐 하나. 생면부지의 개망나니에게 이빨이 부러지도록 따귀를 맞고 있는데.
이도영과 유동의 사이에는 그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바뀌지 않는 인생의 격차가 있었다. 그러한 격차를 줄여주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 물론 유동을 출세시켜줄 능력은 없다. 이도영에게 도박의 맛을 보여준 후에, 이가장의 재산을 일보방으로 인수하는 것이 나의 임무였다. 합법적으로 이가장을 집어삼키기 위해서 관부에 바친 뇌물이 만만치 않았다.
준비가 거의 다 되었기에, 이제는 이도영을 살살 구슬려서 큰 판으로 끌어들일 차례였다. 놈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서는 안되고, 놈의 흥미를 잃게 만들어서도 안된다. 적당히 밀고 당기면서 애를 태우는 과정은 낚시와도 같다. 오늘은 미는 날이다. 보아하니 꽤 잃은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도영한테 얻어맞으라고 유동이를 고용한 것이다.
찰지게도 때린다. 무술을 익힌 것도 아닌데 남을 패는 일에는 이골이 난 모양이었다. 죽이지는 않겠지. 섣불리 끼어들면 불똥이 튈 뿐이라, 나는 유동이의 얼굴이 진흙처럼 뭉개지기를 기다렸다. 이도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유동이를 패다가 "에라이!" 소리치며 걷어찼다. 이 정도면 충분히 울분을 풀었을 것이다.
놈이 벌개진 눈으로 나를 돌아보며 웃었다.
"어이쿠, 하리대협 나오셨습니까?"
불똥이 튀려나보다.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서둘러 읍하고 자리를 떴다. 놈에게 얻어맞을 다른 점소이를 몇 명 붙여주고 일보루를 나섰다.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치다가 문득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저런 하룻강아지에게 멸시당하기 위해서 무공을 익힌 것이 아닌데.
나도 처음부터 사파에 몸담을 생각은 없었다. 강호에 처음 출도했을 때만 해도 나는 젊었고 자신만만했다. 열심히 살고 이름을 날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욱하는 성질과 부족한 경험으로 몇 번 사고를 치고 나니 더이상 강호에 발붙일 장소가 없었다. 나를 반겨주는 방파도 없고, 낭인으로 떠돌기도 지치던 나날이었다.
씁쓸함을 또 술로 달래며 기녀들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으려니 손끝에 굳은살이 사라진 것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검을 잡은 것이 언제였더라?
기녀들은 열심히 엉겨붙는다. 이년들은 내 돈이 목적이다. 김치년들. 날 사랑하지 않아. 개년들. 난 못생겼고 자신감도 없고 비전도 없으며 상냥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날 사랑해주는 여자가 한명도 없다는 게 슬프다.
그렇게 또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문득 소란이 들리더니 기녀원의 총관이 시퍼런 안색으로 내게 다가왔다.
"하리 대협, 대협을 찾는 손님이 있습니다."
표정을 보니 불청객이 온 모양이다.
또 내게 원한을 갚으려는 놈인가?
이 세상은 왜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가. 내가 사파고 양민들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범죄를 저지르고 사람도 죽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나를 존경해줬으면 좋겠다.
"부르시오."
기녀들을 물리고 술상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렸다.
내가 무공을 끊었지만 시시껄렁한 잡배에게 당할 몸이 아니시다.
"당신이 하리요?"
그런데 이 놈은 잡배가 아니군.
"누구냐?"
젊은이는 피식, 하고 웃었다.
"저승사자."
나는 놈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암기를 발출했다. 사천당문의 우모침이 발사되는 휴대용 죽통이다. 소매속에 감추고 다니면 눈치채기도 힘들고 한방이라도 맞으면 중독으로 죽게 된다.
"후후."
젊은이는 고개만 움직여서 암기를 피했다. 내 실수다. 가슴을 노렸어야 했는데.
"그 웃음소리..."
"후후."
놈의 목소리가 거슬린다.
"혹시 렛츠각에서 왔느냐."
"후후."
빌어먹을. 각의 인물이다. 나는 술상을 엎어 던져버리고는 몸을 날렸다. 등 뒤로 술상이 쪼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창으로 몸을 날리려는데 명치에 묵직한 통증이 일었다.
"크억!"
창밖에서 뛰어들어온 놈도 웃고 있다.
"후후."
내가 죽을 자리인가?
"사마외도 일보방의 주구, 하리."
두명 뿐이라면 아직 기회는 있다.
"수십건의 살인, 강간, 역적모의, 강도, 절도, 죄목이 끝이 없구나."
아직 암기도 남아있다.
"후후, 도망치려 하느냐? 무림공적에게 낙원은 없다."
나는 양손에 죽통을 잡고 놈들에게 한방씩 날려주며 다시금 창으로 몸을 날렸다.
"크억!"
"후후."
한 놈이 더 있었구나. 비열한 놈들. 내가 무림공적이고 인간쓰레기이지만 나만 이렇게 욕하다니. 일대일로 덤비면 내가 다 발라줄 수 있는데.
"후후, 죽을 준비는 됐느냐?"
"잠깐!"
"유언이라도?"
"당신들 고향이 혹시 섬서 아니요?"
"후후, 무슨 개소리냐?"
"나를 욕하는 걸 보니 섬서무림인 같은데..."
"미친 놈. 너는 전 중원에서 공적지정을 받았다."
"그럴리가 없다! 나는 섬서인만 죽이고 다녔단 말이다!"
"후후.. 너는 화전촌에 섬서출신이 한명 거주한다는 이유로 양민을 학살하였고 섬서를 오간다는 이유로 무고한 표국을 몰살시켰으며 섬서성에서 유명하다는 이유로 화산파의 제자들에게 독을 썼다."
"그놈들은 죽어 마땅했어!"
"후후. 미친 놈. 어째서 섬서성에 그렇게 집착하는 것이냐? 니 아비가 섬서에서 사기라도 당했느냐?"
"그놈들은 중원의 적이다!"
"후후."
후후
아 래녹갓 닉세탁한거였움?ㅋㅋㅋㅋㅋ 아나 이놈의 정사대전 언제끝나냐
네다음섬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고뭐ㅇ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편 언제 나오냐
잘썼는데 ㅋㅋ
캬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작이로구나 후후
이거 퍼가도 되냐?? ㅋㅋㅋㅋ 존나 웃기네
다른데서 하리나 렛츠각을 알겠냐 ㅋ
ㅋㅋㅋㅋ꿀잼
네다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