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무갤 들린다. 그간 용노사가 계속 연중하고 있는줄 알았는데 군림이 벌써 29권까지 나왔더라?
기념으로 거하게 뻘글 쓰고 싶었는데 요즘 좀 상태가 안좋아서 이런 마공에 젖은 글이 나왔다 ㅋㅋㅋㅋ
그래도 재밌게 읽어줘 ㅋㅋㅋㅋㅋ
무림대집회로 떠들썩하고 시끌벅적했던 낮은 별세계의 일인 듯, 밤의 무당은 다른 어떤 곳보다 더 깊고 고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만물이 모두 잠든 듯 적요한 무당산중, 드문드문 아직 불이 켜진 곳도 몇 있었으며, 그 중 한 곳에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의 백의 미녀가 그린 듯이 앉아 있었다.
‘아니 된다, 소소야. 그는 이미 네가 손댈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람이며 네 일 또한 막중하지 않느냐?’
백의 미녀는 스스로를 달래는 듯 꾸짖는 듯 계속 번민다가 벌떡 일어서기도 하며 다시 한숨을 쉬며 앉는가 하면 혼잣말을 중얼대며 방안을 서성이기도 하는 것이었다.
‘...!’
서성이던 그녀가 문득 기척을 느끼고 방문을 향해 몸을 돌리자, 어느 샌가 붉은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하나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칠매, 야심한 시각에 무슨 일이지? 내일도 바쁜 하루가 될 테니 어서 가 쉬도록 해.”
백의미녀는 나직하면서도 단호하게 홍의여인에게 축객령(逐客令)을 내렸다. 하지만 홍의여인은 못 들은 척 하며 오히려 탁자 앞의 의자를 빼어 털썩 주저앉는 것이 아닌가?
“칠매, 무슨...”
백의미녀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홍의여인이 입을 열었다.
“막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의아했지만, 큰언니까지 이러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군요. 아니, 어쩌면 가장 놀라운 건 지금의 제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남자는 그저 음험하고 탐욕스런 존재인줄만 알았던 제가 이제는 마음속으로 그리는 사람 때문에 잠도 못 이루고 있으니까요.”
“너 설마...”
“맞아요. 그날 이후 그의 모습만이 제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가득해요. 남녀 간의 일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지만, 그와 함께한다면 그 어떤 것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은 심정이네요.”
홍의여인은 여인으로서 내뱉기 힘든 말들도 거침없이 털어놓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의 원래 성정이며 말투인 것을 잘 알고 있는 백의미녀는 참으로 그녀답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막연하게나마 부러움, 아니 그것을 넘어서는 은은한 질시와 투기의 감정까지 느끼고 있었다.
혈봉 곡유유.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천봉궁의 상징적인 미녀들인 천봉팔선자를 떠올릴 것이며, 그중에서도 무공으로 가장 이름 높은 그녀의 사납고 앙칼진 모습을 그려볼 것 이다. 허나 지금 백의미녀 앞에 있는 그녀의 모습은 그저 정해(情海)에 깊이 빠진 소녀일 뿐, 한자루 검을 휘두르며 강호를 종횡하던 여협(女俠)은 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백의미녀, 천봉팔선자의 맏이이며 천봉궁 대내외적으로 큰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정소소 역시도 곡유유에게 비친 자신의 모습 역시 이와 비슷할 거라 생각하니 절로 고소(苦笑)가 머금어졌다.
둘은 잠시 아무 말도 없이 마주 앉아 있었다. 정소소는 무엇인가 곡유유에게 조언이나 위로의 말을 하고 싶었으나 그녀 역시 이런 쪽의 경험에는 사실상 무지하며, 하물며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에 있는 실정인지라 그녀답지 않게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으며 곡유유는 평소에도 말이 많지 않은 성격인데다 뭔가 굳게 다짐한 바가 있는 듯 입술을 앙다물고 묵묵히 정소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곡유유가 품속에서 작은 약병을 하나 꺼내들었다. 여인의 손바닥에 능히 감춰질 작은 크기의 병으로, 뚜껑은 단단히 봉해진 상태였다.
“큰언니, 사실 큰언니를 찾아온 이유는 제가 오늘밤 이 물건을 쓰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에요. 언니에게 허락을 구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통보는 해야 한다 생각해서 이렇게 오게 되었죠. 하지만 언니의 모습을 보니, 내 생각이 바뀌었어요.”
다음 순간, 정소소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곡유유의 신형이 재빨리 움직였다. 친자매보다 친하게 지내는 그녀들의 사이인지라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고 있던 정소소는 어처구니 없이 간단하게 곡유유에게 완맥을 잡혀 완전히 제압당하고 만 것이다.
“칠매, 무슨 짓을 하려는...읍...”
놀라워하는 정소소가 말을 잇기도 전에 곡유유는 그녀의 턱을 잡고 입을 강제로 벌리더니, 약병을 열어 내용물을 그녀의 입안으로 쏟아 부었다. 비릿하고 야릇한 냄새의 걸쭉한 액체 몇 방울이 그녀의 목구멍을 타넘어 몸 속으로 퍼져갔다. 그제야 곡유유는 그녀의 완맥을 풀고 다시 한 걸음 물러섰다.
“칠매...”
멍해진 정소소가 아직도 황망한 채 정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을 때, 곡유유가 입을 열었다.
“제갈세가의 시조이신 제갈무후께서 박색(薄色)의 부인을 얻은 고사는 유명하지요. 후인들인 이런저런 이야기를 얹어가며 그 이야기의 의미를 미화하거나 곡해하고 있지만, 사실 진상은 바로 이 약병 속에 있지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황부인이 제갈무후에게 반하여 온갖 궁리를 하던 중, 우연히 와룡강(臥龍岡) 부근에서 한 기물(奇物)을 얻게 되어 그것으로 제갈무후와 맺어졌고, 그후 제갈세가에서는 그 비방이 암암리에 전해져 오고 있다하더군요.”
정소소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나에게 먹인 그것이 강호에서 제일 가는 미약(媚藥)이라는 와룡강의 천년고독(千年蠱 毒)이란 말이야?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말했잖아요. 나는 그와 무슨 짓이든 할 생각이 있었고, 설령 그와 결발부부가 될 수 없다하더라도 하룻밤이라도 그를 가지고 싶었어요. 그 결심을 언니에게만 말한 후 바로 실행할 예정이었고요. 하지만 나보다 더 그리움이 깊어 괴로움도 커져 보이는 언니를 그냥 볼 수 없군요. 오늘밤 그를 언니가 취하도록 해요.”
“그게 대체 무슨 말이니?”
정소소는 말을 하면서 이미 그녀의 몸이 전에 없이 뜨거워지고, 정신마저 아득해져감이 느껴졌다. 원래 미약이라는 것은 내공수위와 상관없이 작용하는 것이며, 하물며 젊고 아름다운데다가 정인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그녀라면 그 효과가 더욱 빠른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차후의 일은 내게 맡겨요. 내가 언니를 그의 품에까지 데려다 줄테니까.”
곡유유는 다시금 손을 빠르게 놀려 정소소를 제압했고, 이내 축 늘어진 그녀의 몸을 부축하여 문을 나섰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 역시 밤꽃향 비슷한 야릇한 냄새를 맡으며 힘이 쭉 빠지는 것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이지?”
그녀가 휘청거릴 때, 문 밖에 조그만 인영이 서 있음이 보였다. 늘 생기넘치고 발랄한 모습이었던 천봉팔선자의 막내 누산산이 그녀답지 않게 침울한 모습으로 서 있었던 것이다.
“큰언니, 그리고 일곱째 언니.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군요. 일곱째언니의 양보심에는 나도 놀랐어요. 그래요, 일곱째 언니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는 거겠죠. 지금 언니가 흡입한 가루는 하오문의 총연합체인 소라맹(小鑼盟)의 비전 미약인 자매개반(姉妹蓋飯)이라 해요. 그 약효가 극히 강하여 한 남자가 능히 두세 자매를 하룻밤에 거느릴 수 있다고 전해지는 미약이지요. 이걸로 두 언니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괜찮아요.”
누산산은 말을 마치고 이미 힘을 잃고 쓰러진 곡유유를 일으켜 세웠다. 허나 그 순간, 뭔가 따끔한 것이 그녀의 목덜미에 격중된 것이 느껴져 황급히 뒤를 돌아 볼 수밖에 없었다.
달빛 아래에 남색 궁장을 입은 미녀가 서 있었다. 천봉팔선자의 여섯째이자 부끄러움 많기로 유명한 엄쌍쌍이었다.
“두 동생보다 못한 내가 정말 부끄러워. 나는 이 노모침(露毛針)을 날 좋아하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낙가가에게 쓰려고만 할 생각이었는데, 두 동생은 언니들을 위해 양보할 생각으로 기물들을 썼구나. 밤은 길고 그는 가슴이 넓은 남자니, 셋을 품는다 해도 무슨 허물이 있겠어?”
그녀는 세 미녀를 부축하여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발이 향하는 곳은 종남파의 숙소가 있는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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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 중요하다 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애피타이저 ㅇㅇ 그래도 잘봤음 ㅊㅊ ㅋㅋㅋ
머야 이거 남자가 등장하는 건 줄 알았는데 이건 머야
진산월 밤중에 어리둥절 하다가 싱글벙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산산 등장할 때부터 덮밥 느낌이 물씬. 근데 이거 웬지 엄쌍쌍까지 NTR될꺼 같은데 ㅋㅋㅋㅋㅋ;;;;
다음편 줘
퍄퍄 응원한다
그리고 그들은 비천호리의 옥용을 탐하는 진 장문인과 사제를 보게 되는데..
예전에 군림결말 쓴 사람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