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개인적으로 혈기린외전 3부도 재밌게 봤고, 설령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탈조센끕 장르문학 원탑 작가 좌백에 대한 기대 때문이지 미만 잡작가들에 대면 비교 불가능한 ㄱㅆㅅㅌㅊ인 점을 미리 밝혀 둔다.
2. 혈기린외전 1, 2부의 근본적인 재미는 무엇일까? 난 무공을 익히지 않은 무명소졸인 왕일이 철저한 약자의 입장에서, 활을 이용한 저격이나 독 등의 비대칭적 수단을 사용해 맹수와도 같은, 아니 맹수보다 수십 배 더 위험한 무림의 고수들을 '사냥'하는 전개에 있다고 본다. 기존의 무협이 대칭적 수단인 무공을 익혀 적보다 강해짐으로써 더 강한 프레데터로서 약자를 포식하는 전개였다면(그리고 소위 '양학'의 과정에서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었다면), 혈기린외전 1, 2부는 철저한 약자의 입장에서 활과 독, 함정과 같은 비대칭적인 수단을 사용해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는 프레데터인 무림고수를 사냥하는, 처절한 빅 게임 헌팅의 서사라는 점에서 기존의 무협과는 다른 독보적 재미가 있다는 거다.
3. 재미있게도 혈기린외전 1, 2부의 왕일의 행보는 천하제일고수이자 무림인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는 혈기린과 비슷한 점이 있다. 하나는 무림에서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무명소졸이고, 다른 하나는 비견될 자조차 없는 천하제일고수지만, 천하제일고수 혈기린은 독과 암기라는 무림의 전형적인 비대칭적 수단을 독문무공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무명소졸 왕일과 닮았다. 성가시지만, 절정의 경지에서는 흔히 이류로 취급되는 독과 암기라는 비대칭적 수단으로 천하제일고수가 된 혈기린의 그 불가해한 위력의 근원은 단순히 기묘한 암기나 지독한 독이 아니라, 인지적 상황과 반응을 지배함으로써 자신이 당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당하고야 마는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은 용독술에 있는 바, 이 역시 주변 상황과 적의 심리를 이용한 함정으로 보통의 상황에서는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는 고수를 사냥하는 왕일과 비슷한 점이다. 여담으로 좌백의 작품 중에는 묘사된 혈기린의 무위를 뛰어넘은 고수가 숱하게 등장하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칭적 무공으로서의 강함이 아니라, 그 인지를 넘어선 지점에서 일방적으로 농락하는 불가해한 위력으로 군호맹주나 제룡련주 같은 절정고수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 된 혈기린만한 존재감을 가진 캐릭터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혈기린외전의 제목이 혈기린외전인 이유라고 생각하고.
4. 하지만 막상 이렇듯 혈기린외전의 서사 전체를 가로질러 상응하는 왕일과 혈기린이 합일하는 3부에 와서, 왕일의 행보는 지금까지의 카타르시스를 잃고, 혈기린을 혈기린으로 만드는 불가해한 위력은 그 빛을 잃는다. 사실 혈기린은 백호, 청룡, 주작의 일문과 뿌리를 같이하는 금단문의 후예였고, 혈기린을 혈기린으로 만드는 것은 독을 통하여 성취하는 상승의 내공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혈기린의 독과 암기, 그리고 인지적 상황과 반응을 지배하는 용독술의 비대칭적 불가해함의 근원은 '내공'으로 표현되는 정량적이고 대칭적인 무공이었고, 이를 왕일이 성취함으로써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한 존재로서의 혈기린의 매력과 약자로서 강자를 사냥하는 왕일의 매력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이후 왕일=혈기린이 기성 무협의 더 강한 프레데터로서 약자를 학살하는 행보를 따르면서 혈기린외전 1, 2부만의 재미는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된다.
5. 이러한 전개는 좌백이 부족한 탓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좌백은 혈기린외전 1, 2부와 3부 사이에서 무협이라는 장르의 본질과 충돌하게 되었고, 이와 어쩔 수 없이 타협한 결과가 바로 3부라고 본다. 만약 혈기린이 다른 무림인들과 대칭을 이루는 상승의 고수가 아니라 독과 암기 등의 비대칭적 수단을 사용하여 고수를 사냥하는 비무림인이었고, 왕일이 그러한 혈기린의 방식으로 군호맹주도 제룡련주도 예컨대 화승총으로 쏴서 죽여 버렸다면 1, 2부의 재미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가능했을까? 어쩌면 지금의 혈기린외전보다 더 좋은 작품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더 이상 무협이 아닌, 홍정훈의 흑랑가인과도 같은 일종의 반무협, 기존 무협의 컨벤션을 부정하여 풍자하는 패러디에 불과하겠지. 무협이라는 장르가 지금껏 쌓아온 컨벤션의 본질은 무공을 익혀 스스로를 도야함으로써 그 영육이 드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 지금의 나를 벗어나 하늘을 나는 신선과 같이 될 수 있다는 상승(上昇)과 초극(超克)에 대한 긍정이다. 녹림도를 무공을 익히지 않은 무명소졸이 활을 이용한 저격과 독으로 사냥하는 것은 괜찮다. 적당한 개연성만 주어진다면 점창파의 이대 제자들을 극한 상황 속에서 허를 찔러 죽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검기성강의 경지를 이룬 초인들, 천하에 보기 드문 절정고수인 군호맹주나 제룡련주를 무공을 익히지 않는 왕일이 암기나 독, 화승총 따위를 이용해서 '사냥'한다는 것은 무협을 정의하는 핵심적인 장르의 컨벤션과 본질적으로 저촉될 수밖에 없다. 이 본질적인 불일치에서 오는 긴장 속에서, 왕일이 상승 내공을 갖춘 절정고수로서 혈기린이 됨으로써 '무협작가' 좌백은 혈기린외전을 온전히 '무협'으로 남기고, 동시에 3부를 1, 2부와 단절했던 것이다.
6. 이러한 타협을 두고 좌백을 탓할 수 있을까? 무협 팬들은 어어 하다 허무하게 화승총에 맞아 죽은 군호맹주나 제룡련주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설령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무협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혈기린외전 3부가 1, 2부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까는 건 좋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좌백에게 불평하고 끝낼 일이 아니라 무협을 무협답게 하는, 그럼으로써 무협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규정짓는 무협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7. 간코레는 역시 텐류가 짱이다.
즈이즈이
씹뜨억
많은 부분에서 공감함. 무협의 '무'라는 측면에서 글쓴이가 말한 컨벤션이라는 건 어쩌면 이종격투기나 복싱의 룰 같은 것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누가 더 세냐? 세계에서 가장 강한 놈이 누구냐? 하는 영원한 떡밥에 닿아 있는 것이거든.
복싱이 더 세다 주짓수가 더 세다 하고 가열한 논쟁을 하고 있는 놈들 사이에서 사격이 최강인데? 라고 해봐야 판 깨는 소리밖에 되지 못하는 것처럼 무협의 주인공이 무를 겨룰 때는 대칭적인 대결이 되어야 하는 거지. 그렇기에 독을 주무기로 하는 주인공이란 무협에서 인정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독공이라는 단어로 둘러쳐서 독을 기존의 대칭적 무공의 일류로 편입시키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거겠지.
칸코레는 안 하지만 텐류는 좋아해. 메메50 동인지에서 구토하는 거 머꼴
리뷰잘한
글잘쓰네
배박이
걍 결말이 너무 급전개였어... 백호왕:야 씨발 솔직히 우리가 가장 개새끼 아니냐
boat fu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