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문


        파금왕 일행은 곧 떠나갔다.
        그들은 나타날 때처럼 한 줄기  바람같이 홀연히 떠나가 버렸
      다.
        만약에 파금왕이 내기의  댓가로 두고 간 열 개의  담자가 아
      직 땅에  남아 있지 않았다면  그들이라는 존재가 아예  이곳에
      나타난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들 뿐만 아니라 오늘 벌어진  모든 일들이 조자건에게는 마
      치 환상속의 일처럼 생각되었다.
        사마결이 미소를 띄면서 그에게로 다가왔다.
        "확실히 조형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료. 조형이  아닌 다
      른 누구라도 이번 내기에서 이길 수 없었을거요."
        조자건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많지는 않을거요."
        사마결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형같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나에게는  커다란 복(복)이
      라 할 수 있소. 물론 수고한 댓가는 지불하겠소."
        그는 아직도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담자를  가리키며 말을
      계속했다.
        "우리는 아주 공평히 배분합시다. 저  담자는 모두 열 개이니
      우리는 다섯 개씩 나누어 가지도록 하는게 어떻겠소?"
        조자건은 사양을 하지 않았다.
        "좋소."
        그는 자기가 잡상인도 아닌데 왜  담자를 갖고 가느냐고 따지
      지도 않았다.
        그는 이런 일은 거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마결은 그를 쳐다보며 만족스런 신색으로 다시 말했다.
        "그럼 조형이 먼저 다섯개를 고르시오."
        조자건을 머뭇거리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는 앞으로  걸어가 아무렇게나 가까운 곳의  담자의 장대를
      들었다. 순간 그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 담자의  장대는 어찌나 무거운지 들어올리기가  벅찰 정도
      였다.
        조자건은 이어 다른  것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은 더욱
      놀라움으로 변했다.
        그는 한쪽에서  빙글거리며 웃고 서 있는  사마결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 담자들은 모두 금으로 된 것이오?"
        사마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그렇소."
        "순금(순금)이오?"
        "조금도 잡물질이 섞이지 않은 순금이오."
        비단 담자의  장대뿐만 아니라 그 안의  물건들도 마찬가지였
      다. 심지어는 땅콩을  담는 되박과 순두부를 담는  그릇, 쟁반,
      젓가락등도 모두 순금덩어리였다.
        조자건은 그제서야 파금왕이나 사마결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
      을 알았다.
        순금덩어리로 만든 열 개의  담자라면 비취환희불이 제아무리
      귀한 기보라 할지라도  절대로 밑지는 장사가 아닐  것이다. 또
      한 이런  순금덩어리를 바쳤기 때문에 파금왕은  잡상인들의 어
      려운 부탁을 순순히 들어주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사마결이 조자건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제 커다란  부자가 되었는데 앞을 무얼  할 생각이
      오?"


백옥노호


조무기는 사양하지 않았다.

"저 담자의 멜대를 자네는 마음 내키는 대로 몇 개 갖고 가도록 하게."

조무기는 정중히 대답을 했다.

"좋습니다."

그는 자기가 잡상인도 아닌데 왜 멜대를 갖고 가냐고 따지지 않았다.

그는 이런 이를 거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구태여 이유를 물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주인은 그를 쳐다보며 만족스러운 신색으로 다시 말했다.

"지금 가서 다섯 개만 고르게."

조무기의 대답은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좋습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걸어가 아무렇지 않게 담자의 그 긴 멜대를 들었다. 순간, 그의 안색은 크게 변하고 말았다.

그 담자의 멜대가 어찌나 무거운지 들어올리기가 벅찼다.

조무기는 이어 다른 것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은 더욱 놀라움으로 변했다.

그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주인에게 물었다.

"이 멜대는 모두 금으로 된 것입니까?"

주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하게 말했다.

"전부 그렇다네."

"순금입니까?"

"조금도 이물질이 섞이지 않은 순금이라네."

비단 담자의 멜대가 순금일 뿐 아니라 다른 물건도 마찬가지였으며 설령 순금이 아니라 해도 순은이었다.

조무기는 그제야 헌원일광이나 주인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미친 사람은 이미 떠나버린 잡상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