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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계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이지만, 장르 전반으로 놓고 보면 김재한 작가는 제법 유명하다. 마땅한 대표작 하나 없는 작가이지만, 작품 면면이 최소한 평타는 쳐주는 것으로 유명하며, 1달에 1권이라는 미칠 듯 한 연재속도로 유명하다. 물론 웹 연제로 돈버는 일이 일상화된 지금. 하루에 쓰는 글의 양이 곧 돈이기 때문에, 하루에 1만자 쓰는 인간들이 수두룩한 2015년 현제에 이르러서는 그다지 대단할 것도 없다. 하지만 웹 연제가 종이책 출판의 등용문에 불과한 시절에는 한국 장르계를 통틀어 이만한 속필 작가 거의 없었다.



성운을 먹는자는 대표작 하나 마땅찮은 작가. 오로지 속필과 균등한 재미로 유명한 작가가 처음으로 쓴 무협이다. 즉 기대할 껀덕지라곤 그다지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괜찮았다. 뭐 물론 무갤에서 말하는 정공서 수준의 빅재미. 가령 군림천하나 하급무사 수준의 재미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마두로 유명했지만, 나름 협객의 풍모가 없지는 않았던 김정률(추억 보정은 감안하자) 정도의 재미가 있을 뿐이다.



노력 vs 재능. 뻔하다면 뻔한 소재다. 재능이라고는 눈을 부릅뜨고도 찾아볼 수 없던 주인공이, 괴짜 사부에게 간택되어 재능과 기연으로 무장한 시대의 영걸들을 썰고 다니는(성별이 다르다면 박고 다니는) 소설. 무진장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양산형 소설이냐 하면 아니다. 흔해 빠진 무협 세계관. 구파일방에 북쪽에는 빙백신궁. 동쪽에는 장백산의 정기를 받은 킹왕짱 한민족. 서역에는 라마승 무리. 남쪽에는 비스트마스터 무리가 있는, 그런 무협은 아니다. 내공이 있고, 무공이 있고, 문파가 있고, 황실이 있는 무협이지만, 작가 스스로가 창조한 세계관에서 작가 스스로가 창조한 세계관에서 이야기가 진행진다.



또한 성운을 먹는자의 주인공은 재능이 진짜 없다. 재능이 없던 주인공이 사실 재능 덩어리였어요. 류의 반전같지도 않은 반전이 가득한 현실이니, 이런 소소한 점만 가지고도 양산형 무협과는 차별점을 두기가 쉽다. 한민족의 정기가 담긴 근성만능론 내지는, 헝그리정신만능론. 태극문 이후로 이재는 너무나도 뻔해진 기본기만능론 같은 지겨운 만능론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 즉 양산형 소설이라 보기에는 독특한 점이 너무도 많고, 마공서라 보기에는 지나치게 잘썼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이 소설이 정공서란 이야기는 또 아니다.



이 소설이 정공서가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 갈등 구조가 단순한 성공담이기 때문일까? 물론 아니다. 무갤러들이 정공서랍시고, 물고 빠는 소설 전부가 성공담이다. 군림천하? 성공담이다. 한물간 문파의 장문인이 문파를 재건하는 식의 복수극이 약간 가미된 성공담이다. 하급무사? 말할 것도 없이 성공담이다. 너무나도 전형적인 성공담이여서 말할 가치도 없다. 무협은 아니지만 무갤 명물 시로시로가 물고빠는 하얀늑대들 역시 성공담이다. 시중에 나돌아다니는 장르소설(로맨스제외)는 성공담 아니면 깽판물이니, 정공서라 불리는 책 역시 성공담 아니면 깽판물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정공서가 깽판물일수는 없으니, 한국의 정공서 대부분은 성장물이다. 아득한 옛날. 드래곤라자 시절 유행하던 모험활극은 PC통신과 함때 뒤졌다. 현제의 한국 장르시장은 성공담과 깽판물 아니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갈등구조가 작위적이기 때문에 이 책은 정공서가 아닐까? 우연히 만난 고수가 그저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로 재능하나 없는 애새끼를 예제자로 키운다는 스토리. 물론 작위적이다. 하지만 정공서라 불리는 책이라고 그런 거 없을까? 오직 약속 때문에 목숨걸고 말련이를 보호하던 장천은 작위적이지 않았나? 그렇게 구한 말련이가 알고보니 천하의 기제라는 설정은 또 어떻고. 군림천하 역시 천하공부출종남 이라는 지극히 작위적인 갈등구조로 욕을 한바가지로 쳐먹고 있다. 이것은 비단 한국 장르문학 만의 문제는 아니니, 무협을 보는 이라면 누구나 존경한다는 김용 대협 역시 마찬가지다. 가출에서 만난 거지새끼A는 천하 사대고수 동사 황약사 딸이고, 거지새끼B는 천하 사대고수 구지신개 홍칠공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운을 먹는자는 정공서가 될수 없다.



왜냐.



필력이 구리거든.



하급무사, 군림천하가 흔해빠진 성공담에, 작위적이게 그지없는 이벤트로 먹고살아도 눈높은 무갤러들 마음에 쏙쏙 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필력이 좋다. 가령 하급무사의 경우 장천 이라는 한 명의 연고없는 무사가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준다. 장천이란 인물이 얼마나 비참한 상황이며, 흑도의 생리는 또 어떠하며, 하는 것을 너무도 생생하게 표현한다. 필력이라 해서 문체가 뛰어나단 이야기는 아니다. 오직 문체가 필력의 전부였다면 틀에박힌 문체밖에 양산하지 못하는 용대운은 그저그런 삼류작가에 불과했으리라. 하지만 용대운은 휴재를 밥먹듯이 할 망정, 주인공의 가슴에 응어리진 싸나이스러움을 표현하는데 그 누구보다도 능한 작가다. 그렇기에 제자 좌백과 함깨 한무 양대 거장으로 칭송받는 것이다.



아무 연고도, 재능도 없는 아이가, 강호 막강 세력의 간부 제자로 들어갔다. 견제와 멸시가 오갈 것이 당연하다. 그것을 잘 풀어냈다면 그로써 주인공이 겪는 감성과, 주인공이 얻는 성장을 잘 써냈다면 이 책은 정공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성운을 먹는자에는 그런 거 없다. 그저 너, 고생할거임. 하고 사부가 한 마디 말하고 끝. 주인공을 시기한 영수의 혈통이라는 재능충과 한판 붙고 끝이다. 사부나, 기타 여러 고수들의 무협스럽지 않은 말투는 덤이다. 주인공과 사부가 친구처럼 행동하는 거야, 사부 성격이 그런가부다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각각의 사건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감성을 대충대충 넘어가는 것은 김재한 작가의 필력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머 어떠랴.

필력 좋다고 더 팔리고

필력 나쁘다고 덜 팔리는게 아닌 것을.

이렇게 쓰는것이 현명한 것이 현 장르계 상황인것을.

정공서는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필력 포함하여 이만하면 볼만한 무협이니 감사하며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