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의 서사는 지극히 지엽적이고, 몇가지 인물로 한정되 있으며, 하나의 여정에 도달하기 위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느 좆밥들처럼 구파일방 오대세가 천마신교 녹림산적 같은, 비루한 개념을 차용해서 무공경지를 억지로 나누고, 클래스를 나눠 마치 신라 골품제마냥 벽이 있는 설정으로 읽는이의 뇌에 구멍을 파버리는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다. 

설봉의 소설은 연극의 요소를 충실히 따른다. 하나의 구성(plot)은 극중인물(character)에 의해 진행되며 , 극중인물간의 대립에서 갈등이 생기고, 하나의 사건이 생기며 결국 발단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설봉은 정통의 서사가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plot 이전의 세계는 어떠한 갈등도 발생하지 않는 상태다. 사건도 발생하지 않는다. 잔잔한 물 웅덩이 같이 말이다. 거기에 돌맹이 하나를 집어 던지는게 소설의 시작이다. 갈등이 생기고, 갈등은 고조되고, 마침내 절정에 이르러, 해소에 도달한다.


설봉의 소설은 고요하던 세상에 사건이 발생하고 그 결과 주인공은 쫒기는 신세가 되며 한가지 숙제를 남긴다. 발단부터 해소에 이르기 까지 내적으로는 숙제라는 갈등에 빠지고, 외적으로는 추격이라는 갈등에 빠지는 것이다. 설봉은 이중의 갈등구조를 형성하여 보는이로 하여금 두배의 몰입감을 준다.


대부분의 소설이 내적갈등. 즉 하나의 무공의 완성에 도달하면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말지만 그것은 미완이라거나 설조루라고 불릴만한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갈등이 해소되면서 외적 갈등은 별개 아닌게 되는 것이다..... 평화롭던 세상에 무공이라는 숙제를 던져주고, 그것이 완성. 성숙되는 과정을 무협이라는 장르로 펼치는게 설봉이 가진 역량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나는 설봉을 대단한 작가라 평하는 것이다.


그외에도 인물묘사, 배경의 탄탄함. 방대한 지식은 외로 치고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