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야 짜르지 마라 야한거 없다
석벽 안은 비교적 쌀쌀했다.
“찰싹 찰싹”
얼음장 같은 물을 손에 담아 진기를 끌어올려 덥힌 후 몸에 끼얹었으므로 목욕의 시간은 더 더디었다. 급한 대로 물을 대우지 않고 차디찬 물을 그대로 몸에 끼얹으니 절로 신음이 세어 나왔다.
“아흐...”
새빨간 입술이 벌어지면서 그와 대비되는 희디흰 치아 사이로 삼십 중반 여자의 한숨이 뜨거운 한숨이 세어 나왔으나 찬 공기 속에서 흰 안개로 순식간에 변하였다.
‘이래선 목욕이 한나절 걸리겠구나. 이러면 또 그 아이에게 피해를 주는 꼴인데...’
연혼선자(燃魂仙子) 희인몽, 한때 경요궁의 삼궁주로서 사천에서 이름을 떨친 여고수이었으나 기이한 운명의 장난으로 종남파에 입문하게 되어 지금은 장문인인 신검무적(神劍無敵) 진산월과 같은 이십일대 항렬이 되었다. 뜻밖의 생긴 사형 사제들보다 더 그녀를 더 당황시킨 것은 예전 경요궁의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수정이 불가피해진 점이였다. 아버지와 같았던 일궁주 화의신수(華衣神手) 육천기기가 이십대 항렬이 된 것은 어색하지 않았으나 그의 제자인 길도명이 자신과 같은 이십일대 항렬이 되어 예전 숙모-조카 관계가 이젠 같은 항렬의 사저-사제 관계가 된 것이다.
‘으... 정말 차갑구나. 이러다 고뿔이라도 걸리면’
그래도 찬 기운에 몸이 익숙해지자 조금씩 손을 바삐 움직여 몸 구석구석을 씻었다. 옛날의 희인몽이라면 조금 찬물에 목욕을 한다 해서 고뿔 따위를 걱정할리 없었지만, 이상하게 종남파의 무공을 익히면 익힐수록 점점 내공이 퇴행하는 상태였다. 사실 기존의 다른 심법으로 어느 정도 내공을 쌓아올린 무인이 다른 심법을 배운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으나 종남파의 다른 검법과 권장법, 신법, 보법 들을 익히기 위해 희인몽은 그 위험한 길을 택했었다. 그러한 배경에는 장문인인 진산월이 임영옥을 구궁보에 빼앗기듯 보내고 문파를 봉문 한 뒤 종남파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군림천하를 위해 무공을 갈고 닦는 분위기도 한몫 했다.
가장 안정적이고 안전하다고 알려진 태을신공을 처음 단전에 쌓았을때는 따뜻한 기운의 태을신공이 조금씩 단전을 외부부터 감싸 기존의 내공과 잘 어울리는 듯 했다. 하지만 태을신공이 5성에 이르자 원래 쌓였던 내공이 손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듯 순식간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사문의 가장 큰 어른인 전풍개를 비롯하여 전 경요궁주인 육천기, 신의라 불리는 제갈외까지 달려들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아내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요궁의 인물 중 희인몽만이 그러한 증상에 시달렸고 내공심법 또한 경요궁의 것이 아닌 다른 문파에서 익혔다가 육천기의 의형제이며 전남편인 좌일군과 결혼하면서 경요궁에 입문했기 때문에 그저 원래 내공심법과 종남파의 내공심법이 상극일거라는 추측만 할뿐이었다.
상심한 그녀를 위로하고자 하는 다른 사형제들과 종남파 인물들의 마음이 괜스레 부담으로 다가왔고 이러한 자신 때문에 대의를 앞둔 그들의 수련에도 방해 될까봐 희인몽은 돌연 폐관수련을 신청했다. 육천기는 딸같이 아끼는 그녀를 생각해 만류했으나 희인몽의 고집은 단호했고 결국 장문인의 허락을 받아 내였다.
‘사매가 의지가 정 그렇다면 장문인으로서 허락하겠습니다. 다만 내공이 더 약해질 수도 있기에 종남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서 폐관수련을 해주세요. 예전부터 장문인들 만이 폐관 수련하던 곳이 있습니다. 사매는 그곳을 사용하시면 될 겁니다.’
그렇게 그녀는 특별히 역대 장문인들만 사용할 수 있었던 동굴에서 폐관 수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노소연이 벽곡단과 물을 가져가며 그녀의 안위를 살폈다.
폐관수련한지 한 달 만에 그녀는 결국 옛 내공을 다 잃었고 그 자리에 서서히 태을신공을 채워 넣어갔다. 삼십 중반의 나이에 무공을 3~4년 배운 정도 수준의 내공으로 퇴행한 것이다. 그래도 동굴에서 잠과 벽곡단 먹는 일만 제외하곤 수련했기에 진척이 빨랐으나 아직은 밤의 찬 기운과 얼음장 같은 목욕물에 고뿔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하필 그 아이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예전 같으면 진기를 끌어올려 몸에 남아있는 물기를 날려버렸겠으나,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손으로 꼼꼼히 머리카락과 몸을 닦으며 일주일전 그 사건을 떠올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한쪽 벽이 날아가 버렸다. 자욱한 먼지 속에 그녀는 시야를 확보하려 애썼으나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내공은 의도대로 따라주지 않았고 그녀는 최대한 힘껏 몸을 날려 흐릿한 침입자에게 막 익히기 시작한 검을 휘둘러 월녀검을 쏟아냈다.
“챙!”
“악!”
내공이 뒷받쳐 주지 못해 이류무사 수준으로 떨어진 희인몽은 이 침입자에게 일초지적의 상대도 되지 못했다. 검과검 단 일합으로 그녀는 손아귀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고 손에서 검을 놓쳐버렸다. 종남파 가장 안쪽 산기슭 밑에 위치한 이 동굴이 뚫렸다면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큰 화를 입은 것일까? 적 수중에 떨어진 힘없는 여자의 운명은 누구보다 잘 아는 희인몽이였다. 품속의 단도를 꺼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에게 겨누다 칼날을 돌려 목에 대려는 그 순간!
“숙모님! 아니 사저 그만두세요!”
자욱한 먼지 속에서 며칠 씻지 못한 듯 꾀죄죄한 모습의 길도명이 황망한 표정으로 칼은 든 채 서있었다.
‘앗! 아파’
그날 일을 생각하던 희인몽을 현실로 되돌린 건 오른쪽 손아귀의 아픔이었다. 내공이 떨어진 후 외상도 잘 낫지 않는데다가 급하게 씻느라고 또 상처가 벌어진 모양이다. 아픔을 참으며 벗어둔 옷을 입고 입구에 설치된 주렴을 걷어 내자 구슬들이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그러자 멀리서 그림자 하나가 순식간에 움직였고 희인몽은 소스라치게 놀랬다.
‘설마 그 아이가 목욕하는 날 엿본 것이란 말인가?’
수치심으로 얼굴이 화끈거리며 머리가 띵해 왔다. 길도명에게 불같이 화를 내 꾸짖겠다고 다짐한 순간 다른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내가 착각한 것이면 어쩌지? 내공이 약해진 탓에 이젠 어두운 곳도 잘 보이지 않는 마당인데.... 쥐 같은 게 아닐까? 아니면 내가 요즘 민감해 진 탓이 아닐까? 일단 도명의 반응을 살펴야겠어.’
희인몽은 재빨리 걸음을 옮기며 주방으로 갔다. 말이 주방이지 제법 큰 굴 바닥에 평편한 큰 돌을 깔고 그 위에 식탁과 의자 몇 개 구석에 벽곡단이 쌓인 항아리가 있는 곳이 전부였다. 그래도 희인몽과 길도명은 각자 수련이 끝나면 이곳에 모여 서로의 무공을 논하거나 잡답을 하곤 했다. 이 적막한 동굴에서 타인의 온기를 느끼거나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별일 없으면 길도명은 주방에 있을 것이 분명했다.
“흐흠”
희인몽은 헛기침을 하며 주방에 들어섰다. 과연 길도명은 주방 탁자에 걸터앉아 있었고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희인몽은 재빨리 길도명의 옷매무새와 신발을 살폈다. 발바닥이 보이진 않았지만 특별히 흙이 묻어있거나 급하게 보법을 밟은 흔적은 눈에 띄지 않았다.
“사... 사저”
희인몽이 마침내 길도명의 얼굴을 바라보자 그는 갈팡질팡하며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했고 어딘가 안절부절못한 모습이었다. 얼굴도 한잔한 듯 벌겋게 달아 올라있었다.
‘이 아이 훔쳐본 게 맞구나 세상에 내 남편이 죽었다곤 하지만 그래도 자기 사부가 나를 딸같이 생각하는데 나에게 음심을 품고 쥐새끼처럼 몰래 숨어 목욕하는 것을 보다니!’
분노가 눈앞을 가렸지만 이렇게 화가 난 상태에선 제대로 된 결정이 나올 리 없었다. 하물며 둘만이 있는 이곳에서 길도명이 만약 흑심을 품는다면.... 뇌리에 그런 생각이 스치자 희인몽은 재빨리 자신의 검이 놓인 장소를 보았다. 길도명도 안절부절못하다 그녀가 그녀의 시선을 쫓아갔다.
검은 길도명과 희인몽 딱 중간 그러니까 주방 한쪽 벽에 세워져 있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길도명이 당황해서 입을 때려는 순간
“사재 난 다 씻었으니 이제 씻으러 가도 돼”
냉냉한 목소리로 희인몽이 말하자 길도명은 이 어두운 동굴에서 한줄기 빛이라도 본 듯 쏜살같이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후.... 큰일 날 뻔했구나. 저 아이가 지금 날 덮쳤더라면 상상만 해도’
‘하.... 궁주님 아니 이젠 사부가 이를 아시면 어떻게 반응하실까 하나뿐인 제자가 그런.....’
희인몽은 치를 떨며 벽에 놓인 칼을 잡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봤지만 답은 하나였다 모두에게 알려 징계를 내려야한다. 장래가 촉망받는 인재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이번에 눈을 감아준다 하더라도 숙모였던 자신에게 음심을 품을 아이라면 문파의 다른 여인들 또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사문이 길도명에게 어떤 벌을 내릴까 생각하던 그녀는 문득 싸늘한 한기를 느껴 외투를 단단히 동여매려다 자신이 얇디얇은 잠옷하나만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삼십 중반의 무공으로 다져진 훤칠한 키의 터질 듯 풍성한 몸매를 가리기엔 너무 얇은 옷이었다. 심지어 목욕직후의 물기에 때문에 그녀에게 착 달라붙어 여인의 굴곡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물에 젖은 천은 추위 때문에 풍만한 두 덩이를 더 돋보이게 했고 그 끝의 작은 융기를 가리다 못해 은은한 앵두빛 색채를 머금었다. 하물며 그 밑의 검은 숲과 대리석처럼 뻗은 두 다리는...... 이제야 길도명의 그 황급한 시선이 이해가 되었다.
희인몽은 재빨리 자신의 거처로 건너가 외투를 걸쳤다. 그녀는 방금 전 욕탕의 주렴을 걷고 외투를 걸쳐야 하는 순간 이상한 기척을 감지했고 당황하다 분노하여 재빨리 이곳으로 온 것이다.
‘아 이를 어째........’
한순간에 가해자가 피해자로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었다. 사저를 욕보이려한 길도명이 이제는 순진한 피해자요 남편을 잃은 뒤 정절을 지키며 추앙받던 희인몽은 이제 자신보다 한참어린 사재를 몸으로 유혹하려던 사문에 다시없을 요녀가 되었다.
“아하....”
고개 숙이며 희인몽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상황 어떻게 해쳐 나갈지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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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은 내가 전에쓰던 팬픽에서 시간상 앞임
그니까 정소소편이 2년봉문 한 상태였으니
지금은 1년남짓 봉문한 상태
원래 정소소편이 1부, 노소연 2부, 이동심 3부, 모용연 4부 계획했으니
이건 계획에 없던 외전이라고 생각하세요
오늘을 일단 여기까지 반응좋으면 더 씀
올만에 글쓰니 잘안써지네 이만큼 쓰는데도 시간 많이 잡아먹음
무갤동도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과 첨삭을 바랍니당
ㅅㅂ 개추 ㅋㅋㅋ 모용연 신박하네 파트너 누구냐 짭죽은 아니겠지
본편은 주인공 쭉 진산월이야
올 이거랑 3부 존나 기대한다. 무영 빙후편이나 다시 봐야징
아 4부네. 이동심은 나온 게 없어서...
머꼴 ㅋㅋㅋ 다음편 내놔라 헠헠
모용연 파트너가 짭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믿고보는 몽상님 팬픽ㅋㅋ 담편 고고
캬 개꿀이네 얼른다음편
크으 진짜 몰입해서 읽었다ㅋㅋ ㅊㅊ!
전에 올리셨던 정소소,노소연편 다시 올려주실 생각 없나요 ㅠㅠ
야밤에 선개추하고 이제 정독하련다. 기대만빵 ㅎㅎ
고퀄;;
네토라레를 원한다 황보를 내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