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식사는 어색함의 연속이었다. 희인몽은 아프다는 핑계로 식사를 하지 않을 작정이었으나 오히려 피하는 것이 더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여느 날과 같이 식사를 하러갔다. 길도명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른 날과 같듯 가볍게 목례를 하며 인사를 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사저”


 “그래”


 희인몽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인사를 받았다. 식사랄 것도 없었다. 둘은 아침저녁으로 벽곡단을 입에 넣고 침으로 불려먹었다. 먹는 행위보단 안부를 묻거나 각자의 수련 경과를 상대에게 말하며 또는 조언을 구했다. 길도명은 젊어서 그런지 종남파의 내공심법을 빠르게 익혔고 경요궁의 내공도 알았기에 희인몽의 좋은 조언자가 되었다. 그리고 둘 다 꽤 오랜 폐관수련으로 인해 사람체취 또한 그리웠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식사시간이 서로에게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


 하지만 이번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길도명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탁자 밑으로 시선을 깔며 벽곡단을 우물거렸고 희인몽은 어제 일을 어찌 설명할까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사저 오늘이 노소저가 오는 날이지요?”


 “어? 그래 오늘 소연이가 방문하는 날이구나.”


 길도명의 갑작스런 질문에 희인몽은 내심 놀랐으나 음성은 담담했다.


 “사저의 손아귀 상처를 봐달라고 하세요. 내공도 약해지셨는데 잘못하면 덧날 수 있습니다.”


 그리곤 길도명은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입을 우물거리다 뱉어내진 못하고 목례를 하곤 수련장으로 가버렸다. 평소 같으면 희인몽이 남자가 우물쭈물 거리지 말라고 핀잔을 줬겠으나 그가 하려는 말이 뭔지 잘 알았다.


 ‘외부에 우리 사정을 알리고 자신이 떠나겠다고 말하려는 거겠지’


 아직 종남파에 둘이 함께 같은 공간에서 폐관 수련하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길도명은 다소 까다로운 성격 탓에 특히 한 항렬 밑에 손풍과 잦은 시비가 있었다. 길도명은 경요궁 출신으로 어찌 보면 굴러들어온 돌이였고 그에 반해 손풍은 아버지가 낙양의 대 거부인 손가장의 주인인 만큼 배경또한 화려했다. 둘이 처음 대면했을 때 길도명은 파락호 같은 손풍을 아래로 봤으나 손풍이 성락중의 지도 아래 십이지맥을 뚫자 급속도로 빠르게 실력이 올라 길도명을 압박했다. 이에 호승심이 일어난 길도명은 폐관수련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희인몽이 폐관수련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일이었다.


 이에 손풍도 폐관수련을 하겠다고 우겼다. 하지만 종남파의 봉문 후 많은 사람들이 폐관수련에 들어갔고 종남산에 남아있는 폐관수련 장소는 한자리 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 한 항렬 높은 길도명에게 기회는 돌아갔고 손풍은 씩씩거리다 성락중에게 한 대 맞고서야 꼬리를 내렸다.


 길도명이 폐관수련 한지 이주 남짓 넘었을 때쯤 수련 중 번뜩이는 심득을 얻어 무아지경 속에서 칼을 휘두르며 태인장을 섞어 쓰다 우연하게 수련장 벽을 박살내는 바람에 건너편의 희인몽을 발견했다.


 “두 수련장이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을 아무도 몰랐던 모양이구나.”


 종남파가 다시 일어선지도 삼년 남짓, 그전의 소실된 많은 서적들과 함께 단절된 지식과 정보를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상황이었다. 꼼꼼히 희인몽의 상처를 살핀 길도명이 약이 있는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이미 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돌로 꽉 막힌 상황이였다. 길도명이 힘을 써서 길을 뚫으려 하자


 “그만 두어라. 자칫하면 동굴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작게 한숨 쉰 희인몽이 말을 이었다.


 “이 곳 동굴엔 수련장이 두 곳이나 있다. 아마 역대 장문인들이 그 직전제자를 훈련시키려고 설계된 곳 같더구나. 방도 두어 개 더 있고 규모 자체도 둘이서 수련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 너만 불편하지 않으면 이곳에서 수련하도록 해라”


 남자와 단둘이 동굴에 있는 것이 내심 꺼림칙한 희인몽이었지만 같은 경요궁 출신인 그녀는 누구보다도 길도명의 강해지고자 하는 욕심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손풍과 다툼 또한 곁에서 지켜봤기에 자칫 길도명이 폐관수련하지 못하고 종남파에서 손풍과 같이 수련하다 그에게 무공으로 패하기라도 한다면 성격상 길도명이 어떻게 망가질지 또한 잘 알았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길도명을 봐왔던 그녀고 그때만 해도 조카 같은 아이가 자기를 어찌할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일주일마다 방문하는 노소연도 있고 최악의 경우 동굴은 뛰쳐나가 종남파에 도움을 청할 만큼 가까웠다.


 “밖에는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되겠지 괜한 걱정을 끼칠 수도 있으니. 지금이야 너와 사형제 지간이지만 그에 앞서 우린 가족이 아니니. 어색할 것도 없다 숙모가 조카에게 방한 칸 내준 다고 생각 하거라. 어차피 같이 있게 되면 불편한건 너일 태니 너만 괜찮으면 이곳에서 수련해도 된다.”


 그렇게 둘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언니 무슨 걱정 있으세요?”


청량한 소녀의 목소리에 멍한 희인몽이 정신을 차렸다.


 “내공심법에 대해 잠시 생각했어.”


 “아무쪼록 언니가 빨리 내공을 복구했으면 좋겠네요!”


 냉랭한 성격 탓에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희인몽도 밝은 성격의 노소연과 금세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노소연은 걱정스런 얼굴로 희인몽의 손의 상처를 살피다 품속에 가지고 있던 금창약을 발라주었다.


 “다행이에요 언니 쟤가 마침 금창약을 들고 있어서요. 요즘 사람들이 전부 수련을 너무 열심히 해서 크고 작은 외상들이 끊이지 않거든요.”


 “그렇게 다들 열심히니?”


 “네 아무래도....”


 노소연을 황급히 뒷말을 삼켰다. 희인몽도 삼켜진 뒷말이 뭔지 잘 알았다.


 ‘임영옥사매가 돌아오진 않기로 결정된 후에 다들 광인처럼 수련하는 거겠지’


 종남파에서 임영옥에 대한 언급은 누가 정하진 않았지만 공공연한 금기 사항 이였다.


 “언니 그런데 몸에 열이 있는 것 같은데”


 “신경 쓸 필요 없다 고뿔 끼가 살짝 있는 것 같구나. 하룻밤 자고나면 괜찮아 질게다”


 ‘남에게 피해가 된다 싶으면 항상 이런 식이라니깐 언니는’ 


 ‘의원인 내가 자길 돌보는 것조차 피해라고 생각하다니 가끔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종남파에 굴러 들어온 돌로서 모두 정신없이 바쁜 이시기에 자신의 내공에 이상이 생기자 피해주기 싫어 폐관수련까지 한 희인몽 이였다.


 “혹시 모르니 그럼 내일 이 시간에 한 번 더 방문하도록 할게요. 언니”


 “하룻밤만 지나면 다 낫는다니까 올 필요 없다. 요즘 네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거 나도 알아”


 희인몽이 꼬질꼬질한 옷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요즘 노소연은 바빠서 빨래할 틈도 없긴 하였다. 종남파 전체가 무언가에 쫒기든 바삐 움직였기에 그녀도 덩달아 정신없이 크고 작은 환자를 돌보는 중이였다.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이만 가보도록해라 나도 들어가 수련을 계속 할 작정이니”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희인몽은 몸을 돌려 재빨리 문을 열고 동굴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언니!!! 그럼 이틀 후에 이 시간에 살피러 올게요! 딴사람들 보다 언니가 잴 걱정이라서 그래요!!!!”


 희인몽이 몸을 돌려 한차례 이 철없는 동생을 꾸짖으려고 했으나 이미 노소연은 후다닥 거리며 저 멀리 달려가고 있었다.


 ‘어느새 소연이도 경공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자신만 뒤처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무공의 문외한이던 노소연도 저만치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니 이대로 가단 자신이 정말 종남파에 짐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붕 붕 붕


 동굴에 들어오니 저 쪽 끝에서 길도명이 수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노소연 앞에서 다른 생각을 한 이유도 그녀의 머릿속에 길도명이 가득 차있었기 때문이다.


 수련장으로 들어가니 길도명이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며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희인몽은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아 그가 수련이 끝날 때 가지 기다리기로 했다.


붕 붕


 길도명은 유운검법을 정신없이 휘둘렀다 어찌나 쉴 새 없이 수련했는지 온몸이 후끈한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상의는 이미 탈의 하여 구릿빛의 탄탄한 근육질 가슴팍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꿈틀거렸다. 희인몽은 그런 길도명이 새삼스럽게 보였다. 이전 까지만 해도 남자가 아닌 소년이라고 생각한 길도명이 잠시 남자로 보인 것이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건장한 육체와 바지춤 사이의 남자의 윤곽이 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뇌리에 박혀왔다. 희인몽은 마침내 자신의 아랫도리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화들짝 놀랐다.


 ‘아서라 희인몽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몇 년 독수공방하더니 저 어린 것을 남자로 느끼다니 쯧쯧 어제 그 사단을 내놓고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어젯밤 길도명에게 거의 나체를 보이다시피한 일이 생각나 얼굴이 또다시 화끈거렸다. 그런 자신을 자조하면 혀를 찾지만 그러면서 길도명을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을 멈추진 않았다.


 ‘도명이도 이제 약관을 막 넘겼으니 여인과 혼례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본파가 한시바삐 봉문을 풀어야 그런 날이 올 탠데’


 길도명은 드디어 희인몽을 인식한 듯 검을 멈추고 한쪽 구석에 벗어 놓은 상의를 입고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


 “상처에 바를 약은 받으셨습니까?”


 “그래 소연이가 마침 금창약을 가지고 있던 터라 내게 하나 주었다.”


 “잘되었군요”


 

길도명은 언제나 희인몽을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었다. 그 차가운 눈길 냉랭한 얼굴에 가슴한편이 시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은 희인몽의 올라간 눈꼬리가 더욱 신경 쓰였다.


 “죄송합니다. 사저. 수련을 하던 막 끝낸 터라 땀내가 조금 날것입니다. 불편하시면 지금 씻고 오겠습니다.”


 “되었다. 수련을 하면 땀이 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거늘 굳이 나  콜록”


 때문에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을 하려다 가벼운 기침이 나와 말을 잇지 못했다.


 “괜찮으십니까. 사저?”

 길도명은 재빨리 손을 들어 희인몽의 이마의 얹었다. 생각해보니 아침에도 희인몽은 희디흰 얼굴이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의심에 자신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 희인몽은 다른 말 없이 눈을 감았다.


 전체적으로 갸름한 얼굴상에 짙은 눈썹을 가진 희인몽은 눈이 큰 편이었다. 평소엔 하늘하늘한 앞머리 한쪽 편으로 넘겨 정리했지만 폐관수련이후론 뒤로 질끈 묶고 다녀 소담하게 융기한 이마는 시원스럽게 뻗어있었다. 오뚝한 콧날과 그 아래 얇은 입술은 항상 한일자로 닫혀있어 미소가 거리는 날이 손에 꼽히었다. 흑백이 선명한 큰 눈동자를 자세히 바라보면 그 깊은 우물에 빨려 들어가 내부에 숨은 반짝이는 총기를 발견 하고 놀라겠지만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덕에 매서운 인상을 풍기는 희인몽의 눈동자를 똑바로 오래 쳐다본 남자는 몇 사람 되지 못했다. 그러한 눈매가 닫혀있으니 길도명의 내부에서 묘한 감흥이 일었다. 동경하던 성결한 여인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기에.


 탁!


 참다못한 희인몽이 손등으로 가볍게 눈앞의 남자의 손목을 때렸다. 길도명은 마침내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사저 앞에서 추태를 부렸습니다. 전 그저 사저가 걱정이 되어서”


 “약한 고뿔에 걸린 것 같구나. 이틀 뒤에 소연이가 와서 다시 봐주기로 하였다. 계속 수련하도록 해라 난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하마”


 끈적끈적한 수컷의 땀 냄새가 순식간에 덮치며 후끈한 기운이 그녀를 감싸자 당황하여 눈을 감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사춘기 소녀처럼 반응하는 몸에 그녀는 당황했고 방금 전 자기 몸에 흐르는 이 열기가 고뿔 때문인지 길도명 때문인지 분별할 수 없었다.

 

 고개 숙인 길도명을 뒤로하고 희인몽은 수련장을 쫓기듯 빠져나왔다. 처음 폐관수련에 들어올 때보다 동굴이 어두워진 기분이었다. 예전이라면 작은 불빛만으로도 환하게 바라볼 수 있었지만 내공이 점점 떨어져감에 따라 시야도 어두워져만 갔다. 기존 사회와 단절된 어두침침한 동굴 속에서 남녀는 점점 더 서로를 의식해갔다. 저 동굴 바깥세계에서 손윗사람으로서의 부여받은 역할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그녀만 깨닫지 못했다. 동굴입구에 위치한 문만 열면 언제든지 사회 속으로 복귀 할 수 있다는 알량한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희인몽은 중요한 사실을 하나 놓치고 있었다. 그녀가 있는 이 동굴은 점점 더 시간이 흐를수록 어두워져만 갔고 조금씩 그녀 내부로 그 어둠을 스며들게 한다는 것을, 동시에 그녀가 입은 권위와 외경이 길도명으로부터 조금씩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는 것을, 종내에는 그녀가 탈출하려 문을 열어젖히려 할 땐 가득한 어둠에 질식해 결코 그녀 스스로는 문을 열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희인몽은 동굴 속을 계속해서 더욱 깊이 걸어만 갔다. 어둠이 꿈틀거리는 컴컴한 그 속에 그녀가 집어삼켜지는지도 알지 못한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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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이게 2시간쓴거임 ㅋㅋ


사실 약속된 시간인 내일올려야하는데


토요일날 일이생겨서 어쩌면 못쓸거같아서 걍 쓴만큼 올림


야설이라 해놓고 아직까지 야한게 아직까지 없는건 정말ㅈㅅ


아마 토요일 더쓰면 본격적으로 야할거같은데....



사실 내가 이과-공대라 글쓰는 방법을 제대로 교육받은적이없어


그래서 글쓰기가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


머릿속에 상상은 간결한데 글로 옮길때마다 자꾸 곁가지가 붙어버려서 질질끄는 느낌임


팬픽이라는게 사실 그런 캐릭터성과 설정을 빌려와 쉽게 쉽게 쓰는 건데


자꾸 쓸때마다 내설명이 들어가게 된다



기승전결 없이  바로 전으로 시작해서


야한거만 폭발하듯 쓰면되는데


왜그럴까... 아마 내가 어릴떄 읽던 마공서 보면서


'아니 시발 눈빛만으로 여자가 가랑이 다 벌리는게 어딨어 븅신같네'


이렇게 생각해서 그런거 같다.


그리고 이거 쓰기전에 1년전에 쓴 정소소편 노소연편 빙후편 다 읽어봣는데


부끄러워서 부들부들 거리더라



아니면 그냥 길도명이 발정나서  희인몽 침실에 몰래들어가 겁간하면 되는데


뜬금없이 길도명이 그러는게 말이되나  그리고 그게 꼴릴까????


그런거 보단 뭐랄까


둘이 이런 파국으로 끌고간 당위성과 그럴수 밖에 없는 심리변화


그속에서


도덕이 무너지는 배덕감과 끈적끈적한 그 뭐랄까


달콤한데 입에 쩍쩍달라붙어 불쾌한 그거 있잖아


그걸 쓰고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