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으면 답답하기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해와 얽힌 인연들,
영웅문을 보면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들이 많다.



자기 반쪽인 황용을 찾았지만 여전히 화쟁의 마음을 차마 밟지를 못하는 곽정.
후안무치하고 은혜도 모르는 인간을 그래도 결의 형제라고 믿어주는 곽정.

양과의 기구한 인생...


누구 하나 지킬 수도 없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고 하지만 사실 그는 조국과 약자들을 지키는 대협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
그저 약속을 믿고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나갈 뿐이다.


인생의 답답함이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걸머지워져 있는 이야기들이다.
양과는 팔을 잃고 소용녀는 더럽혀졌다. 곽정 부부는 결국 원을 막지 못하고 죽는다.

문득 양과 팔을 자르고 온 곽부가 곽정에게 작살이 나는 광경이 떠오른다.

곽정은 양과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
형제의 아들인데, 상황이 그런데도 꿋꿋하게 잘 자라준 녀석인데  나는 아무 것도 지켜주지 못하고, 예규와 법도로 상처만 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딸이라는 망나니가 팔을 잘랐다.


곽정은 분노해서 곽부도 팔을 잘라야 한다 말한다. 그런다고 양과 팔이 다시 붙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하염없는 이야기.

실상은 한 지랄맞은 여자의 뒤틀린 사랑 때문에 양과는 팔을 잃는다.
실상은 한 지랄맞은 남자의 뒤틀린 집착 때문에 소용녀는 더럽혀진다. 


사랑하고 사랑하지만 짓눌려 헤어질 수밖에 없다.
오해로 무력함으로
마침내 죽음으로 그들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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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답답한 무게 속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 내가 영웅문에서 읽은 협이었다고 생각한다.

  - 행시주육 매약목계 면무인색 고형척영

      걷는 시체 달리는 고깃덩이, 마치 나무로 깎아놓은 닭인 마냥
      얼굴에는 사람 색이 없이, 그림자는 홀로 있기에 더 외롭구나.


슬퍼 넋이 빠진(黯然銷魂) 양과는 신조협으로 살아간다.
분명히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그는 사람답게 살고자 한다.

팔을 잃고 사랑도 잃었음에도 그는 오히려 장성한 남자가 된다.
누구나가 아는 대협 곽정보다 더 큰 사나이가 된다.


슬픔을 씹어 삼키면서도 인간답고자 했던 길 끝에 결국 청년은 남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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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명히 영웅문으로 시작해서 영웅문에 머무르는 무갤러다.
(솔직히 김용을 신필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용까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세상살이가 다 답답한데, 소설에서까지 답답하면 어쩌자는 소린가?  

----- 쾌도난마로 나가는 판소들이 소비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또 생각해 본다.
답답한 인생 길을 걸어가면서 인간답기를.  사람답게 살 수 있기를 생각해 본다.


살아가는 괴로움을 희석하지 않는다.
그 너머에 인간의 매력이, 진실미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늙고 말았는데, 그대는 그때 그대로 아름답구료."

    "당신은 늙은 것이 아니고, 장성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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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쓰다보니 그만 감성이 좀 터진 감이 있다.  이해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