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방갓을 쓴 청삼장포의 인물들이 주막으로 들어섰다.


모두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육천기는 어쩐지 그들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 단순히 술을 마시거나 쉬어가기 위해서가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막으로 들어선 두 사람의 몸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한 사람의 앞으로 다가가 우뚝 섰다.


그들이 멈춰선 곳은 바로 진산월의 앞이었다.


우측의 키가 조금 더 큰 청삼인 불쑥 입을 열었다.


 

「귀하가 바로 신검무적 진장문이오?」


 

진산월은 그 목소리를 듣자 고개를 들어 그 빤히 바라보았다.


허나 커다란 방갓이 얼굴을 온통 가리고 있어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진산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로 진산월이오.」


 

우측의 팔이 유난히 긴 방갓의 청삼인이 커다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는 형산파의 검객이요.」


 알고보니 그들은 형산파의 인물들이었다. 문득 허리춤을 보니 푸른색 수실은 정확히 오결의 매듭이 보였다. 기이한 것은 두명 다 오결의 매듭이었다.


 「종남파가 무당산에서 비무를 통해 구대문파에 복귀하고, 본파가 축출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소.그리고 용장로를 제외한 우리 오결검객들이 종남파의 검에 모두  격파당했다는 소식까지…그래서… 진장문인이 이곳에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소.」


 진산월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귀하를 찾아온 것은 형산파의 명예를 걸고 마지막 대결을 하기 위해서요.」


 그는 특히 마지막이라는 말에 힘 주었다.


 「본파에는 건곤참이라는 검진이 있소. 우리의 건곤참을 격파한다면 형산파는 앞으로 두 번 다시 귀하에게 도전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진장문인이 살아있는한 종남파의 행보에 무엇이든 양보하겠소.이는 장문인의 령이오"


 

건곤참이라는 말에 진산월의 눈이 더욱 반짝거렸다.


 

형산파에는 모두 다섯 개의 검진이 있는데 그중 가장 강한 것이 바로


건곤참이었다. 이 건곤참은 형산파 뿐만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검진중 하나였다.


 

소문에 의하면 이 건곤참은 형산파 내에서 가장 검술이 뛰어난


두 사람이 익히고 있다고 했으며, 두 사람이 누구인지는 오직 형산파의 오결검객


과 장문인만이 알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때 옆에있던 육천기는 묵묵히 팔이 유난히 긴 방갓의 청삼인을 올려다보고 있다가 문득 탄식을 했다.


 

「사형. 내 앞에서 얼굴을 가릴 필요가 뭐 있소?」


 

그 말에 청삼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천천히 방갓을 벗었다. 드러난 얼굴은 약간 초웨한 청수해 보이는 장년인의 얼굴이었다. 그는 바로 형산파가 자랑하는 오결검객의 수좌 조화신검 사견심 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의 얼굴은 많이 수척해 있었다.


허나 어딘지 모르게 기이한 신광이 어려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장중한


느낌이 들게 했다. 사견심은 육천기를 바라보며 불쑥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나를 알아보았나?」


 

육천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사람의 외모를 나타내는 것은 얼굴뿐이 아니오.」


 

사견심은 이내 그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럼 내 음성과 행동에서 알아냈단 말인가?」


 

「그렇소.」


 


사견심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몇년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단 몇마디를 듣고 내가 누군지 알아


내다니 안목이 대단하군. 자네가 나를 몰라보기를 바랬는데.」


 

그는 잠시 고개를 돌려 진산월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진장문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네. 다만 이 일은 자네와 본 파와


의 일이고 나는 장문인의 명령으로 하는 일일 뿐일세.」


 

진산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이제껏 말이 없던 왼 쪽의 약간 왜소한 청삼인이 불쑥 입을 열었다.


 

「육형 나도 알아보겠소?」


 육천기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건곤참이란 말이 나왔을 때 사견심형이 온걸 보고 그에 견줄수 있는 당신이 생각이 났었소. 당신은 냉홍검 고진이 아니오?」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당신은 눈이 날카롭군.」


 

그는 방갓을 벗었다.


얼굴이 하얗고 냉막한 용모의 중년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눈빛이 차분히 가라앉았고 몸이 아주 곧았다.


 

조화신검 사견심과 냉홍검 고진!


 

그들은 악산대전에서 검으로 종남파를 꺽지못한 형산파의 명예를 걸고 다시 진산월의 앞에 나타


난 것이다.


 

이어 그는 형형한 안광으로 진산월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무림인들이 그 대결을 악산대전이라 하더군 거기서 검으로 완패했다는 소식이 본파에 들렸을 때  우리는 본파의 장문인의 특별한 명령을 수행하지 않을수 없었네. 검으로 신검무적을 꺽어 본파의 명예를 살리라고...」


 

진산월은 나직이 탄식을 했다.


 

「당신들 두 사람은 꼭 나와 겨루어야겠소?」


 

사견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이것은 비단 우리 두 사람이 원하는 일일뿐 아니라 장문인께서 당부하신


일이기도 하네.」


 


「불행히도 우리 두사람은 신검무적 진장문인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알고 있다네. 그래서  건곤참으로 자네를 상대해야함 함을 용서하게나…..대신 이 검진을 격파한다면 나와 고사제는 자네를 천하제일검객으로 추앙함과 동시에 두 번 다시 자네를 번거롭게 하지 않겠네.」


 

진산월은 자신에게 더 이상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곧 주막의 밖으로 나갔다.


다른 중인들도 낙일방도 육천기도 얼굴을 굳힌 채 그들을 따라갔다.


 


-----중략------


 


사견심과 고진의 얼굴은 경악, 그것이었다.


그들은 멍청히 선 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진산월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러다가 나이가 많은 사견심이 먼저 가늘게 탄식을 했다.


 

「건곤참이 깨어지다니...... 과연 천하제일검답군.」


 

사견심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를 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그야말로 착잡한 것이었다. 어찌보면 허탈해 보이기까지 했다.


 

문득 진산월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건곤참은 내가 본 검진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이었소.」


 

진산월은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허나 본파의 무공은 더 강하오.」


 


그는 한 동안 진산월을 바라보더니 불쑥 입을 열었다.


 

「자네는 우리를 따라 형산으로 잠시 가지 않겠나?」


 

진산월은 눈을 반짝였다.


 

「무슨 일이오?」


 

사견심은 진지한 음성으로 말했다.


 

「만일 자네가 건곤참을 깬다면 자네를 꼭 모시고 오라는 장문인의


분부가 계셨네.」


 

진산월은 의외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신비하고 아직까지 외인에게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는 형산파의 장문인이 무슨


일로 그를 만나려 한단 말인가?


 

그리고 문득 진산월은 형산파의 장문인의 성이 진씨라는 사실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