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정신이 없어서 읽긴 읽었는데 오늘에서야 감상평을 작성하네.


사실 무갤에 글올리는건 나 자신을 위해 감상평을 기록한다는 측면이 강해서.. 여튼 거두절미하고 써봐야지.




작중에서 분명 우정의 경중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그런데 우정의 정도가 차이나지 않는데, 왜 결과는 다르게 나오는 걸까?


그 대답은 문파에 대한 애정과 헌신이지.



좌군풍은 기산취악의 일인으로서, 사견심과 고진이 없는 지금 형산파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다.


지금 파견단 중 용선생의 무공이 가장 강하지만, 실질적으로 파견단을 이끄는건 좌군풍이지.


당각전 관련해 뒷치기를 모의하는 등 비열한 수법을 사용해서 안 좋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좌군풍의 문파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여주기도 하지. 


자신보단 문파를 위해 비겁한 수단도 불사한다는 점에서 해정설이 연상되는 대목이기도 하고.



하지만 육천기는 다르지.


출전하면서 종남에 대한 사랑이 움텄느니 개소리하지만,


엄밀히 말해 종남 문하에 들어온지 1개월도 안 됐다. 


종남에 들어올 생각이 예전부터 있었으니 진가놈이 무공 추궁하자마자 꿇은게 아니라고 반문한다면,


그런 놈이 왜 형산 5결과 친구먹었는지를 물어보고 싶다.


애초에 본인이 종남 휘하란 자각도 없었고, 이제 신검무적이란 강호의 깡패이자 학살자가 무공추궁하니


무서움반 굽실반해서 종남파에 들어온거지. 


물론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것이 이전부터 맺어온 친우의 목숨을 앗을 정도는 아니었던거다.


종남혈사라는 사선을 뚫고 어떻게든 문파를 위해서 칼질 한 번 더 해보겠다는 


종남산의 사신들과는 다르지.



애초에 그만한 각오가 없는 놈과


육천기가 나오자 그를 상대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출전한 좌군풍의 각오는 다를 수 밖에 없는 거다.


상대적으로 좌군풍이 우정을 덜 중시한게 아니냐고?


아니, 둘의 우정의 정도는 같을 거다.


다만 육천기는 신경 쓸 것이 별로 없던 반면


좌군풍은 문파에 대한 애정과 오결의 대표(현재 대표단에서 가장 강력한 오결이니)라는 책임감이 있을 뿐이지.




군림천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 중 하나가


진산월의 장문인으로서의 책임감이다.


'사부, 외롭습니다' 라는 대사 또한 그가 장문인이기에 남다른 책임감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는 장면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


본인이 원하는대로 행동하면 얼마냐 좋겠냐만, 그렇다면 그건 원피스의 루피겠지.. 


이번 화에서는 '우정'도 중요하지만 


친구의 등그림자(友的背影)엔 문파에 대한 '책임감'도 담겨 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 


장문인으로서의 책임을 수시로 강조해온 군림천하에 있어 이번 대목은 낯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무협에는 호쾌함, 비정함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하고, 그러기에 무협 또한 문학의 범주로 포함될 수 있는 것이겠지. 


그런 점에서 여러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것은 역시나 군림천하의 장점이다.



귀리 새끼는 나가 뒤졌으면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