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풍개가 중원 따라와서 무공 회복 못하는 상황임 ㅇㅇ
"이제 두 번 다시 노부가 강호에 나와 검을 휘두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공표의 이 선언이 떨어진 순간, 전흠은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성락중의 승리로 형산파와의 비무의 형세는 균형을 이루었고, 조부가 이십 년 동안 간절히 바라 왔던 한풀이도 이루어졌다. 비록 비성흔과의 대결에 대한 부담감이 전부 씻겨나가지는 않았으나, 조부가 기뻐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한결 힘이 솟는 듯 했다.
이에 전흠은 감격에 겨운 눈을 조부에게로 돌렸다.
그런데 지금 가장 기뻐하고 있어야 마땅한, 눈물을 흘리며 성락중을 자랑스럽게 쳐다보고 있어야만 할 조부의 모습이 이상했다. 전흠의 눈 속에는, 지금까지의 돌처럼 강인하고 불처럼 격렬했던 질풍검 대신 늙음이 힘에 겹기라도 한 양 허우적대며 비무장으로 비척비척 걸어나가는 노인이 있을 뿐이었다.
아연해진 전흠은 조부에게로 한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할아버..."
그런데 전흠이 전풍개를 채 부르기도 전에, 누군가 전흠의 손목을 살짝 움켜쥐었다. 흠칫 놀란 전흠은 그를 돌아보았다.
진산월은 들떠 있는 사제의 손목을 감싸잡은 채,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그를 보며 가만히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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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풍개는 오늘 세월이 버거움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쓸모없이 나이만 먹어 이제는 제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노구 때문에, 당연히 본인이 분질러 사형제들에게 바쳐야 할 비응검은 무인답지 않게 점잔만 빼는 제자놈의 앞에 꺾이고 말았다.
그러면 어떠랴, 숙적이 자신의 제자 - 물론 나보다 훨씬 강한 - 앞에 무릎을 꿇었는데, 이제 평생의 짐을 덜고 종남파가 다시 우뚝 서는 것을 눈 앞에서 지켜볼 일만 남은 것을.
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이상했다.
성락중이 사공표와 마주서고, 사공표가 자신을 노려보며 비아냥 어린 독설을 내뱉고, 물러터진 제자가 시집가는 촌 계집마냥 수줍게 사공표에게 검을 겨눌 때만 해도 전풍개의 가슴은 뜨거웠다. 자신과는 성정이 상극이라도 해도 좋을 제자지만, 자신의 평생의 숙원을 씻어 줄 만한 무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수십 년에 걸친 숙원을 정리하겠다는 사공표의 말에 다른 방향으로 공감했고, 쓰러진 사공표에 앞에 가 통쾌하게 웃어젖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락중의 검경에 사공표의 칠살검법이 맥을 추지 못하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기산취악 이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던 그의 얼굴이 당황으로 일그러지는 것이 너무도 기꺼워야 했건만, 이상하게 그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그리고 성락중에게 밀리던 사공표가 검기성벽의 경지를 내보이며 다시 성락중을 거세게 몰아붙이자 증오스럽게도, 원망스럽게도 그가 꺾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일어났다.
이상했다. 너무나도 이상했다. 믿을 수 없었다.
이내 육신의 한계를 이기지 못한 사공표가 성락중의 일 초에 무너졌다. 전풍개의 복수심과 자책이 무너졌다. 그리고 전풍개의 지난 세월이 무너졌다.
전풍개의 마음은 저 수치스러운 기산취악의 그 날보다 더 무거워졌다.
성락중의 검에 오른 가슴을 헤집히고 피를 흘리는 사공표가 성락중을 향해 증오에 찬 몇 마디를 씹어 뱉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몇 마디 중 자신의 이름이 들리는 듯 했다.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괴이하게도 그에게 다가가고 있는 두 발이 보였다.
노검객은 텅 빈 마음을 붙잡고 사공표에게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와아! 전 노협객이 무영검군을 격려하러 간다!"
"그 사부에 그 제자로군. 사부의 원한을 대신 갚은 제자가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주위의 환호성은 이미 전풍개에게 들리지 않았다. 의미 없이 귀로 들어오는 말은 개 짖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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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락중은 다가오는 사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그것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의아한 마음이 일어났으나, 금새 사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에 성락중은 승리의 환희를 접어 두고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전풍개와 사공표가 이어지는 길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럼으로써 이십여 년을 등 뒤에 두려는, 혹은 당당히 맞이하려는 스승에게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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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전풍개가 사공표의 앞에 다다랐다. 신기한 것은, 전풍개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살기를 줄기줄기 내뿜던 사공표의 기운이 막상 전풍개를 대하자 상당히 누그러진 점이었다.
전풍개는 한참 동안 사공표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사공표는 시선은 땅을 향하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전풍개가 느닷없이 사공표의 옆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많이 늙었구려, 사공 형."
사공표는 눈을 들어 전풍개를 쳐다보았다. 다시 만나면 오십 합 전에 목을 베겠다고 다짐해 왔던 상대가 눈 앞에 있었다. 자신은 그의 제자에게 당해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는데, 온 몸을 뜨겁게 달구어 대던 수치심과 분노가 괴이하게도 조금씩 사그러들고 있었다. 얼른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사공표는 그대로 계속 전풍개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전풍개도 그랬다.
잠시 후 전풍개가 말을 이었다.
"스무 해를 지나 이렇게 만났구려. 나는 이것으로 족하오."
사공표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십 년의 원한이 덧없구나. 어리석은 자가 이제야 편해지려 하니..."
고개를 내린 사공표가 이번에는 전풍개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강퍅한 늙은이가 오십 년 만에 검을 놓고 술잔을 들려 하오. 전 형의 의향은 어떠한지?"
전풍개는 웃었다. 이십 년의 고통과 자책감과 원한과 수치심이 씻겨 내려가고 있었다. 텅 빈 것 같았던 마음이 다시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저 사공표라는 자는 자신의 원수인 동시에 자신의 지난 세월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지어 보는 온화한 미소였다.
평안을 얻은 전풍개는 그제서야 종남의 제자들에게로 돌아가고 있는 성락중의 넓은 등을 향해 감사를 보낼 수 있었다.
이십 년의 숙원을 깨끗이 정리하겠다는 사공표의 임전 선언은 완벽하게 지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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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씻던 소지산은 갑자기 부는 칼바람에 놀라 하늘을 보았다.
종남산은 대체로 기후가 온난하여 급한 바람이 잘 불지 않았는데, 웬일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칼바람은 금방 멈추었다. 종남산 정상에는 위맹하게 생긴 늙은 매 한 마리가 산을 스쳐가는 칼바람을 타고 날아가고 있었다.
풍개니뮤ㅠㅠ 인생무상..
악산대전에서 기대한건 이런 장면인데...씨발 두 좆같은 설명충새끼 때문에........
어째 이재일삘이 난다 ㅋ
와...소리없는개추
그러게. 위에 ㅅㅅ횽 말대로 잘썼는데 뭔가 느낌은 용대운 보다는 이재일 스타일인거 같아 ㅎㅎ.
진지한 글인데 몸을 씻던 소지산에서 괜히 터졌네
루리웹을 너무 많이 봤나... 끝에가서 게이드립 기대했는데
이재일스타일 보다도 마지막은 비적유성탄 인용한거 아니냐?
아니 마지막은 비응검과 질풍검이 화해한거 상징한건데..
전풍개와 사공표는 서로에게 20년 동안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었지.. 아릿하다.
역시 세상은 넓고 능력자는 많구나.... 형 외전 좀 많이 써라.. 군유현 편 한번 써줘~
한자로 풀이해서 서로간의 화해를 비유한건 알겠는데, 묘사가 비적의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거 같아서 물어본 말이었어. 오해는 하지말고~
크 무갤능력자들 많네 용머운풍은 아닌데 이것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