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후...'
악종기는 멀어져 가는 초가보 고수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두 눈을 무섭게 번뜩였다.
'종남파라는 이름은 더 이상 강호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화산파와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가 남아 있다.그 승부에서 승리해야만 비로소 초가보는 강북을 석권할 수 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떳떳하게 밀주를 뵐 면목이 서게 되는 것이다.
악종기는 허공을 올려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
마환 초일산은 가슴이 무겁게 가라앉는것을 느꼈다.
자신의 앞을 막아선 중년인의 비범한 신태와 기도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이다.
'절대 내 아래가 아니구나...이런 자가 종남파에 있었던가....!'
초일산의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흉포노인,진염은 한 발 앞으로 신형을 내딛었다.어차피 이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자신들 앞에 섰다는 것은 곧 초가보의 종남행을 막겠다는 의미일 터.
그의 별호에 '벽력'이라는 두 글자가 붙은 것처럼 진염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자를 그냥 두고볼 성정의 사내가 아니었다.
"진 아우 잠시만.."
진염의 뜻을 알아챈 초일산은 한 손을 가슴께로 뻗어 그를 제지했다.이십년 전부터 산서성이 배출한 최고의 고수라 불리는 마환 초일산에게도 불청객의 기도는 그만큼 무시무시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하지만 형님.."
그 때였다
중년인이 등장한 순간부터 조용히 웅성거리던 군웅들 중 한 회삼 장한의 입에서 짧은 경호성이 터져나왔다
"앗 저자는! 안탕산의 괴걸 팔비신살 곽자령이다...!"
뒤이어 하북십호 중의 일곱째 나한호 최당과 첫째인 절정호 위민도 침음성을 내뱉었다.
"최근 몇년간 아무도 본적이 없다더니...저가가 한번 비륜을 휘두르면 팔다리가 잘려 나간다는 그 곽자령이구나!"
"종남의 전대 장문인인 태평검객에게는 생명과도 맞바꿀 수 있는 몇 명의 친우들이 있다더니..그렇다면 설마 그자도...?"
초일산과 진염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자신의 거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다는 팔비신살 곽자령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사실이 곽자령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존재를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설마...설마 그자도..?!'
초일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사람의 존재는 절대로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저벅..저벅..
일행에게서 한 장 정도 떨어진 수풀 사이로 마침내 거대한 인형이 느릿느릿 모습을 나타냈다.
훤칠한 키에 길게 기른 수염과 눈처럼 새하얀 백의.
장내의 중인들을 한순간 몸서리치게 할 정도의 압도적인 기도.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진 한 자루의 창!
마환 초일산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침음성을 내뱉었다.
"환상제일창 유중악...!"
백의의 중년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로 유 모요."
초일산에게도 급변하는 장내의 분위기는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신검무적과 그의 사제들 만으로도 한바탕 혈전을 각오한 종남행이었는데..팔비신살에 환상제일창이라니?소량산의 외진 구석에 당금 무림 구봉중 한 사람이 나타났다면 도대체 누가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유중악의 입술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초 대협 오랫만이구려..."
"....!"
하북십호를 비롯한 초일산,진염은 이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을 지경이었다.부들부들 몸을 떨며 뒷걸음질 치는 이까지 있었다.무림구봉이라는 이름은 그만큼 그들에게 거대한 존재였던 것이다.
팔비신살 곽자령의 커다란 외침이 장내를 쩌렁쩌렁 울렸다.
"종남파로 항하려면 우리를 지나가야 한다!"
초일산 일행에게는 그야말로 사형선고와 같은 한 마디였다.유중악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곽자령의 옆에서 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때였다.
휘익-
'억...'
비명 소리는 터져 나오지 않았다.
절정호 위민은 마치 번갯불에 전신을 관통 당한 사람처럼 온 몸을 격하게 떨다가 허물어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의 양 미간 사이에는 검은 색 단검 하나가 깊숙하게 꽂혀 있었다.
위민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이마에 꽂힌 단검을 잡으려고 꿈틀거리다가 그대로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중인들의 시선은 모두 위민의 이마에 박혀 있는 검은색 목검으로 향했다.
그 목검은 어린아이의 손바닥 만한 크기였는데.손잡이 부근에 <오> 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목검을 보는 순간 몇몇 중인들의 입에서 놀람에 가득 찬 소리가 터져나왓다.
"시...신목령이다!"
신목령!
그 작고 거무튀튀한 목검은 바로 마도의 절대적인 우상이라는 신목령이었던 것이다.
손잡이에 써 있는 숫자는 이 신목령의 주인이 신목오호 임을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신목령이라니!........."
"무림의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신목령이 어째서 이런 곳에..."
중인들은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주위를 미친듯이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벽력천자 진염이 갑자기 한 곳을 가리키며 짧게 외쳤다.
"저쪽이다!"
하북십호들도 진염의 손짓에 따라 시선을 향했다.
무성하게 수풀진 대나무들 사이로 검은색 인영 하나가 느릿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짙은 회의를 입고 키가 훤칠한 사나이였다.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를 하나로 묶어 허리아래까지 늘어 뜨렸고,양쪽 소맷자락이 유난히 넓어서 너욱 시선을 끌었다.
회의 사나이는 번쩍이는 눈으로 초일산과 진염을 비롯한 중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신목오호 악자화다!"
"....!"
초일산은 이제 놀라기도 지친 기색이었다.
정사를 가리지 않고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는다는 안탕산의 괴걸 팔비신살 곽자령.
무림구봉의 일인이자 한번 창을 뽑아들면 천지를 진동하는 전설적인 고수 환상제일창 유중악
그리고 당금 마도를 석권하고 있는 신목령주의 제자까지..
과연 자신이 저들의 한 명 조차 감당할수 있을까..?
그리고 저기에 백년에 한번 날까한다는 검의 귀재라는 신검무적까지 가세한다면..?
초일산은 이들과 함께 무림맹을 공격하라고 해도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악자화는 곽자령과 유중악에게 짧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초일산과 진염에게 신형을 돌렸다.
"종남파는 나 악자화가 과거에 몸담았던 곳이다.나를 지나가지 않으면 종남파로 향할 수 없다."
초일산은 진심으로 그를 지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초..초 대협..!"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쓴 한 사람이 비틀비틀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눈에 보기도 심한 상처를 입은 그는 마치 시체와 같은 모습으로 몸을 휘청이며 초일산의 앞에 무너지듯이 쓰러졌다.
"탁 소제...!"
탁극이라는 말에 진염조차 경악한 표정으로 달려와 그를 안아 들었다.
"탁 소제..이게 무슨 일인가..."
혈린도 탁극은 몸을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며 힘겹게 한 마디를 뱉어냈다.
"조일평..조일평과 그의 사제가 우리앞을.."
"조일평? 최근 장성에서 배출한 최고의 검객이라는 그 마검 조일평 말인가?!"
"그..그자와 풍시헌이란 자가...염 대협을..."
"변황일독 염벽수까지 당했단 말인가...!"
초일산과 진염은 이제 아예 정신이 나가버릴 지경이었다.
"그들뿐이 아닙니다..냉 대협과 갈 대협까지 일검에..."
"믿을 수 없다! 대체 어떤 자가 신편과 현음상인을 일검에 물리칠수 있단 말이냐!!!신검무적이라도 나타났다는 말이냐!!!"
"..제..제가 모르는 자였습니다..검은 옷에 묵검을 사용하는...저는 그자가 휘두르는 일검을 눈으로 보고도 쫒을 수가..."
그리고
"너희들도 초가보에서 온 자들인가"
나지막하게 읖조리는듯한 목소리가 대나무숲 뒤에서 흘러나왔다.
'!...'
'이럴 수가! 이렇게까지 가까이 올 동안 우리가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단 말인가..!'
초일산과 진염은 동시에 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자루 묵색 장검을 길게 늘어뜨린 흑의의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아주 큰 키에 아무렇게나 길러 뒤로 넘긴 긴 잿빛의 머리,눈빛 역시 머리카락처럼 짙은 잿빛이었다.마치 어둠마저 씹어 삼켜버릴듯한 끝간데없이 공허한 잿빛 눈동자...
그 눈을 본 순간 초일산은 절망을 느꼈다.
'악마..악마의 눈이구나..!'
초일산은 그의 눈빛 앞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곳에 모인 이들 중 고수 아닌자가 없었지만 그 누구도 흑의사내와 눈조차 마주칠 수 없었다.
심지어 환상제일창 유중악마저 등장한 사내를 일견하고 고개을 돌리는 것이었다.
"당신은 누 누구요..?"
초일산은 탄식하듯 한 마디를 뱉어냈다.초가보에서 그의 위치를 아는 자는 초일산의 이런 모습을 보고도 믿지 못할 것이다.
"금옥기."
"검마 금옥기!.....?"
초일산은 이제 거의 제정신이 아닐 지경이었다.
"우내사마중 하나인 검마 금옥기가 당신이라는 것이요?"
"그렇다."
"..........!"
초일산은 힘겹게 입을 떼었다.이제 자신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알 수도 없었다.
"..당신도..당신도 종남파와 관련이 있소..?태평검객의 생전 친우요..?"
"나는 그저 이번에 양자로 맞이한 셋째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러 왔을 뿐이다."
"....!"
"나는 내 귀여운 새아들을 위해 이곳에서 삼 초를 펼쳐 보이겠다."
삼 초는 고사하고 그의 반 초도 받아낼 수 있는 자는 이곳에 없을 것이다.
'오늘이 초가보 마지막 날이로구나..'
초일산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하늘을 한번 바라보았다.
맑고 쾌청한 하늘에 구름한점 없어 지독히도 안개낀 그의 마음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모든것을 포기한 초일산은 장난스레 악자화에게 말했다.
"또 더 올 사람은 없소?신목령주는...? 사랑스런 다섯째 제자를 위해 그는 혹시 오지 않았소?"
"!...."
"왜, 그는 양자로 받아주지 않더이까?"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이 나타났다.
"..중산이 동굴에서 한 시진째 기다리고 있는데..당신들은 왜 안오는 거요!"
보통 사람보다 한 자는 더 큰 키에 고목처럼 앙상한 체구.뺨에 깊은 상처가 있는 그 사내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리둥절 장내를 둘러보았다.
"아니 곽 대협! 유 대협! 악자화 당신까지...? 저 사람은 누군지 모르겠고...? 대체 이게.."
초일산은 그 사내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신검무적까지.."
초일산은 마음을 바꾸었다.이들과 함께 야울척과 4대불법존자 12기 16사를 치라고 해도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대무숲에서 외쳐나왔다.
"나는 사여명이다!"
"...??"
"다른이름으로 운중안 강일비라고 한다!종남파로 가려면 나를 지나쳐야 한다!"
초일산은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그만..이제 그만...!'
-FIN-
이건 머 코미디네 ㅋㅋ
간만에 재밌게 봤어 요즘 군림팬픽이 다 진지빨았는데 재밌는것도 있어야지 - DCW
웃겼다 ㅋㅋㅋ
닥추 ㅋㅋㅋ개재밋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원피스행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