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거의 마실 즈음 육천기는 불쑥 진산월을 향해 입을 열었다.
\"소문에 듣던 대로 진 장문인은 무척이나 침착하고 평정심이 대단한 분이시구려. 생면부지의 내가 불쑥 찾아온 연유가 궁금했을 텐데도 한마디도 묻지 않는 걸 보니 오히려 내가 조바심이 날 정도이니 말이오.\"
진산월은 잔에 든 차를 모두 마신 다음에야 비로소 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누구에게나 나름대로의 사정은 있는 법이지요. 육 궁주께서도 그러리라고 생각했소.\"
육천기는 한 차례 무거운 한숨을 내쉬더니 이윽고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육천기의 이야기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는 풍운각을 지키고 있던 황조익, 장경각을 담당하는 서문명, 풍운신룡의 제자인 조화에 대한 일화를 말하며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무엇을 더 숨기겠소? 진 장문인도 짐작하고 있다니 오히려 말하기가 더 수월하겠구려. 진 장문인의 생각대로 본 궁의 무공은 그 연원이 종남파에 있소.\"
진산월은 조금 당황한 심정이었다.
\"단 총관도 진 장문인께 사실을 고하고 사죄한다 하오.\"
단후명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된 이상 무엇을 더 숨기겠습니까? 진 장문인도 짐작하고 있다니 오히려 말하기가 더 수월하겠군요. 진 장문인의 생각대로 저의 청류장은 그 연원이 종남파에 있습니다.\"
진산월은 조금 더 당황한 심정이었다.
\"장문인, 급한 전갈이 있습니다.\"
당혹한 와중에도 진산월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동중산은 성정이 침착하고 성실하여 손님을 접견 중에 방해할 인물이 아니었다.
동중산이 조심스럽게 들어와 진산월에게 서신을 바치고 물러났다. 진산월은 육천기와 단후명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신을 펼쳤다.
남해의 청조각에서 날아온 서신이었다. 이동심의 오밀조밀한 필체로 쓰여진 서신은 간결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 귀 파의 무영검군에게서 전해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이 그리된 이상 무엇을 더 숨기겠습니까? 진 장문인도 짐작하고 계실테니 오히려 더 전하기가 수월하겠군요. 진 장문인의 생각대로 본 각의 무공은 그 연원이 종남파에 있습니다.
진산월은 매우 당황한 심정이었다.
찻잔을 들며 침묵하는 그의 귓가에 성난 고함소리와 금속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짓이냐?\" \"비켜라\" 등등 소란이 일더니 곧 문을 박차고 진산월에게 달려오는 인영이 있었다.
들어온 사람은 곱상한 외모의 중년인이었다. 녹림맹의 총표파자 사여명이었으나, 진산월은 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사여명이 말했다.
\"당신이 당각과 비무를 한다는 종남파의 장문인이오?\"
\"그렇소. 혹시 당신도 쾌의당의 인물이오?\"
사여명은 작게 탄식하더니
\"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무엇을 더 숨기겠소? 진 장문인도 짐작하고 있다니 오히려 말하기가 더 수월하겠구려. 진 장문인의 생각대로 본인의 무공은 그 연원이 종남파에 있소.\"
그런 짐작은 한 적이 없었던 진산월은 더욱 당황한 심정이었다.
\"당신이 여기 찾아온 것은 사적인 뜻이오, 아니면 쾌의당의 뜻이오?\"
\"나 혼자만 온 것이 아니오.\"
진산월이 고개를 돌린 곳에는 붉게 상기된 얼굴의 모용봉이 들어오고 있었다.
  \"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무엇을 더 숨기겠소? 진 장문인도 짐작하고 있다니 오히려 말하기가 더 수월하겠구려. 진 장문인의 생각대로 구궁보의 무공은 그 연원이 종남파에 있소.\"
모용봉과 함께 찾아온 유장령이 덧붙였다.
\"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무엇을 더 숨기겠소? 진 장문인도 짐작하고 있다니 오히려 말하기가 더 수월하겠구려. 진 장문인의 생각대로 화산파의 신검유보는 그 연원이 종남파에 있소.\"
\"당신들 말고도 누가 찾아왔소?\"
철혈홍안이 크게 웃더니 문을 부수며 들어왔다.
\"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무엇을 더 숨기겠느냐? 네가 짐작하고 있다니 오히려 말하기가 더 수월하겠구나. 너의 생각대로 석가장의 무공은 그 연원이 종남파에 있다.\"
밖의 소란은 일시에 잠잠해졌다. 진산월은 오히려 섬뜩한 기분이 되었다. 누군가가 종남의 제자들을 일수에 침묵시킨 것이다.
곧이어 진산월을 마주한 남자는 철탑과 같은 중년인이었다.
\"나는 야율척이다.\"
\"......\"
\"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무엇을 더 숨기겠느냐? 네가 짐작하고 있다니 오히려 말하기가 더 수월하겠구나. 너의 생각대로 본좌의 무공은 그 연원이 종남파에 있다.\"
진산월은 더이상 당황하지 않았다.
문득 사부의 유언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