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에서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의 퇴장을 맞아 짤막하게 리뷰한번
영원히 열정적이고 호탕하고 자유분방할 것만 같았던 제왕이 오늘 드디어 쟁선의 길에서 내려갔다.
서문숭의 필생의 숙적을 노인으로 만든 화연은 서문숭마저 서문숭답지 않은 노인으로 만들었다.
그것에 반발한 서문숭은 하늘이 내린 재능으로 기연을 휘둘러 천리를 거슬러 서문숭다운 모습을 되찾으려 했다.
그러나 천리를 거스르면서까지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닌 힘으로
과거를 되찾으려 하는 것은 너무나도 서문숭답지 않았다.
하지만 서문숭다운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가장 서문숭답지 않은 길을 택해야 했다.
젊은 서문숭이 던져 주는 유혹은 너무나 강렬했고, 늙은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어린 늙은 서문숭은 그 유혹을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서 서문숭은 서른 해 동안의 지음에게 두 서문숭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물었다.
지음은 온전한 인간의 힘으로 순리와 조화라는 답을 내놓으며 늙은 서문숭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윽한 매화 향기 속에서 늙은 서문숭은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노인은 그 눈물로 진정한 노인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젊은 서문숭이 가지고 있던 집착은 아직 강력했다. 젊은 서문숭은 두 서문숭들이 함께 갖고 있는 호승심을 미끼로 내걸어 늙은 서문숭을 잡아먹으려 했다.
그러나 늙은 서문숭은 젊은 서문숭이 자신을 잡아먹고 서문숭이 아닌 것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에 늙은 서문숭은 위대한 회심의 순간을 방해하는 젊은 서문숭을 오로지 그만의 힘으로 때려눕히고, 진정한 서문숭다움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늙은 서문숭은 "나는 서문숭이다!" 라고 외쳤다.
이것은 젊음의 모습으로 서문숭다움을 어그러뜨리려는 젊은 서문숭에게 외치는 일갈이었다.
"너는 서문숭이 아니다!"
서문숭은 서문숭다움을 이용해서 자칫 흔들리려 했던 서문숭다움을 지켜냈다.
그 위대한 성공이 '승리'라는 두 자로 표현되는 것 역시 지극히 서문숭다웠다.
최후의, 진정한 승리자가 된 서문숭이라면 앞으로 찾아올 노화 역시 코웃음치듯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꽃은 지고 매화 향기 가득한 가운데, 늙은 용은 사악하고 불길하게 변해버린 검은 여의주를 내려놓고 하늘에서 내려왔다.
여의주를 놓고 하늘을 날지 않는다고 용이 아닐쏜가.
제왕의 마지막 승리에 경의를 표한다.
멋진 리뷰
이 리뷰를 읽고 있자니 나까지 훈훈해진다. 오늘은 참 기쁜날임, 좋은 글에 그에 걸맞는 리뷰까지.. 이래서 내가 무갤에 오는거겠지. 잘 보고 갑니다
훈훈했다. 정말.
'승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
잘봤음 ㅊㅊ
멋진 리뷰다. ㅊㅊ
다 좋은데 좀 오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