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중원의 초식이 덧없이 허공을 가른다. 삼장, 아니 사장높이는 될까, 뛰어오른 야율척은 사뿐 소리도 없이 지면에 착지한다.

신검무적의 이름이 이리도 허황될 줄이야. 가소롭기 그지 없구나.


비웃는 듯한 목소리. 그러나 진산월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거친 숨을 몰아쉴 밖에. 유운검법의 우윳빛 검광이, 낙하구구검의 절초들이 야율척의 간단한 손짓 한번에 흩어지고 분쇄되었다. 진산월의 공격은 야율척에게 조그만 생채기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
야율척은 은근한 목소리로 타이른다.

본좌가 이미 팔백초를 양보했거늘, 그대는 아직도 본좌와 싸울 마음이 있단 말인가.

그렇소. 대답하려던 진산월의 갈라진 입술에선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참으로 타는듯한 갈증. 시원한 물 한잔만 마실 수 있다면 임영옥의 몸뚱아리쯤은 몇번이라도 팔아넘길 수 있을텐데.
진산월은 혀끝으로 마른 입술을 축이고 겨우 대답한다.

아직 내겐 일초식이 남아 있소. 이 초식마저 막아낸다면 내 그대에게 승복하고 그대의 네번째 제자가 되리다.

흥! 가소롭다는듯 야율척이 코웃음을 친다.

건방진 놈. 이리도 방자하다니. 좋다. 어디 한번 해보거라. 신검무적의 구명절초를 구경이나 해보자.

내력을 끌어올리는 야율척의 소매자락이 팽팽히 부풀어 오른다. 느리게 한없이 느린 속도로 올라가던 진산월의 검끝이 중단즈음에서 멈춘다.
진산월은 입술을 달싹거린다.


'헬파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