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할 점은 저번 리뷰에서 대충 드러냈으니 이번엔 깔 점을 까 보자.
3~4권에서 주요하게 나오는 부분은 망량의 첫 임팩트와 백웅의 각성, 그리고 많은 액션 신이다. 이 과정에서 구로수번의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어.
첫번째. 캐릭터 임팩트를 진짜로 못 잡는다. 망량의 첫 사망은 백웅의 각성과도 관련 있는 아주 중요한 장면인데, 그에 준하는 필력이 없어. 이건 매우 심각해. 군림천하로 치면 백동일이 아무 감흥 없이 죽는 것과 비슷한 거다. 밋밋한 사망 신이야. 내러티브적으로는 인물 관계 및 개연성이 훌륭하고 설명도 잘 되어 있지만, 결정적으로 매우 밋밋해서 저 장점이 제대로 안 나온다. 눈을 크게 뜨고 필력을 무시하면서 아득바득 찾아 읽어야 숨겨진 좋은 점이 삐져나오지. 일반 독자는 저 정도로 공을 안 들여. 같은 사망장면이라도 충분히 소름돋게 만들 수 있었어. 예를 들면, (정확히 무슨 작품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주인공의 친구가 '나는 화산의 우운비다!' 하면서 칼을 휘두면서 죽는 장면은 내가 뽑는 멋진 사망장면 가운데 하나다. 망량과 그는 비슷한 장면에서 죽었지만, 그 상황에서 느껴지던 독기와 체념이 있는 법인데 망량은 그걸 보여주지 않아. 영화에 비유하자면 배우의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되겠지. 이 점은 달리 말해 캐릭터성, 그러니까 캐릭터의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봐도 되는 거다.
임팩트를 잡을 때 유의해야 하는게 복선의 성립도와 상황 설정, 그리고 캐릭터성에 맞는 묘사와 연출력이지. 앞의 두 개가 내러티브적 재능에 영향을 받는다면 뒤의 두 개는 필력, 나아가 캐릭터 이해도에 영향을 받는다. 망량의 죽음에서 복선과 상황은 꽤 깔끔하게 정립되어 있어. 하지만 뒤의 두 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건 역량 부족이야. 분명히 작가는 저 두 사항이 존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는 잔룡의 사망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필력이 안 받쳐주니 결국 어디서 본 듯한 시츄에이션이 나오게 되는 거지. 친구를 자기 손으로 죽이고 자신도 곧 죽어야 하는 장면이 한 두번 나온게 아니니까. 저 좋은 소재를 저딴 식으로 연출한다는건 정말로 천인공노할 행위다.
두 번째, 캐릭터의 이해도가 딸리는 점은 백웅의 각성에도 나온다. 애초에 백웅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완성도가 낮아. 초반부의 백웅은 소시민적 등장인물이었지. 둔재라는 설정에 걸맞게 점소이 레벨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면서, 서민의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다시말해 촌장을 죽이면 안 된다는 얘기다. 소시민이 상사에게 힘이 생겼다고 바로 복수하나? 아니지. 과거에 짓눌리고 힘이 있더라도 복수는 하지 않고 그냥 이를 가는 게 끝이잖아. 근데 백웅은 혈겁을 벌인다. 이건 존나 무리한 플롯이었어. 왜냐면 저 씬 하나만으로 백웅의 캐릭터성이 소시민적 주인공이 아니라 그냥 피에 미친 싸이코패스가 되었기 때문이야. 독자가 공감할 수 없는 씹새끼가 된 거지. 너넨 너네 왕따시킨 새끼들을 그렇게 죽일 용의가 있냐? 그러니까 진심으로. 죽인 다음에 머리로 공을 찰 용의가 있어? 없잖아. 따라서 이후 다른 마을에서 일어나는 혈겁을 막으려고 뛰어다니는 데에도 의문점이 생기게 된다. 아무리 내러티브적으로 개연성을 설명해봐야 백웅의 언동과 필력이 안 받쳐주니 '저 싸이코패스는 왜 저걸 막으려고 지랄이지?' 같은 의문이 들어버려. 단적으로 말해서 태경촌에 남 왕따시킨 사람이 한명도 없을까? 리틀 백웅이 한 둘은 있겠지. 근데 자기 마을에선 왜 피바다를 지가 일으켜놓고 다른 마을은 구하려고 그렇게 노오력을 하지? 자가모순이 생긴다. 백웅의 캐릭터가 소시민이었으면 저 노오력은 이해가 가겠지만, 정립되지 않은 캐릭터가 소시민과 싸이코패스의 중간에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저 일이 생긴 거야. 마을을 구하는 이유가 협의가 아닌 백웅의 꼴림이어선 안 되지 않겠냐?
망량도 캐릭터성의 이해도가 딸리는 점을 보여준다. 요즘 캐릭터 메이킹에서 각광받는 물건은 다른 게 아니라 입체적인 캐릭터성이지. 망량은 평평한 놈이다. 선의 극한이야. 천사가 인간 날개를 달고 내려와도 이렇게 선한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다. 적어도 사제에 대한 열등감이나 백웅에 대한 불신, 재능이 없는 것에 대한 절망감 같은 걸 보여줄 타이밍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걸 써먹지를 못해. 그냥 NPC 레벨의 캐릭터야. 게임으로 치면 그냥 정해진 대사를 내뱉는 정해진 사람 수준으로 생동감이 없어. 주요 조연이 이 레벨이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
세 번째. 액션이 생동감이 없다. 백웅은 여태까지 한번도 호각의 싸움을 해 본 적이 없어. 4권 지나가는데도 단 한번도 없었다. 죄다 자긴 상대하기 힘든 애들이거나 잠자면서 한 손가락으로도 눌러버릴 수 있는 애들이었지. 절대적인 약자 시점이나 절대적인 강자 시점의 싸움은 필력이 부족하면 밋밋하기 짝이 없는 싸움이 된다. 바로 전생검신처럼. 무협지의 코어한 매력이 액션에 있는 것에 감안하면 이건 문제점 중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점이고,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점이야. 군림천하의 액션과 전생검신의 액션은 비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지. 이건 거의 묵향과 비슷한 레벨이야.
그래도 난 내러티브랑 세계관이 마음에 들어서 보기는 볼 거다. 태규도 그랬지만 난 오히려 이렇게 부족한 작가가 요샌 좋더라. 내가 쓰면 어디를 어떻게 할 건지 더 잘 보인다고 해야하나. 좌백이나 설봉이 똑같은 플롯으로 대신 썼다면 아마 우주명작이 되었을지도 몰라. 전생검신은 요리에 비유하자면 돌돔 매운탕이다. 돌돔으로 끓인 매운탕. 먹으면서 '돌돔을 회로 먹었으면 참 맛있을텐데' 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시1발...
주인공 학살신에 대한 평가는 정말 동감한다 작가가 어차피 루프니깐 아무 생각없이 싸지른 장면 같은데 그 장면 때문에 주인공 매력이 개 똥이되버림ㅋ - DCW
묵향과 비슷한 수준이라니 묵향한테 실례다
묵향 내 입문작이긴 한데 액션신은 진짜 별로였다. 그냥 포켓몬 수준...
음.. 확실히 글쓰는 사람이랑 독자는 보는 관점이 다르네..
이렇게 읽으니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는데 막상 볼때는 그렇게 구체적으로까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냥..아 이건좀 아닌데 정도
이런거 보니까 느껴지네 볼때는 안느껴지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