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현의 고운 아미가 좁게 좁혀졌다. 두기춘은 그런 검단현의 시선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가볍게 웃었다.

'최근 종남의 기세가 무섭다고는 하나 그것은 만리 타향에서 이뤄진 비무의 결과입니다. 이는 도리어 기뻐해야하는 일이 아닐런지요.'
'기뻐해야할 일이라? '
'제자 죽음을 무릎쓰고 아뢰겠습니다.'
'허락한다. '
'종남의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는 신검무적입니다. 본파의 검이 날카롭고 그 숫자도 많다고는 하나 그 살인귀 인도부를 상대해 승리를 장담할 검수가 많지는 않을것입니다.'

이것은 두기춘이 화산에 체면을 차린 말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진산월을 이길 사람은 화산에 없다고 보아야 맞았다.

'또한 오직 그만이 압도적인 검수. 아니 검귀입니다. 무영검군. 옥면신권과 대해검의 이름도 높아졌다고는 하나 본파의 장로분들과 동수를 이루는 것도 쉽지 않을 터. 늙은 전풍개는 그보다도 못하며 그의 제자인 하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정해 응천리 방취아와 같은 자들로 말할것 같으면 엊그제 본파에 입문한 어린아이라도 쉽게 이길 수 있는 하찮은 것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검단현은 두기춘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맞는 말이다. 어린아이 운운 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긴 했지만 궤령낭군이니 소벽력이니 무영낭랑이니 하는 잡제자들 따위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만한 고수는 화산에 셀 수 없이 많았다. 화산파의 일대 제자라면 누구든 그들을 능히 상대할만 하였다.

'그런데 그 중 신검무적과 옥면신권 무영검군까지 본산을 비우고 저 먼 이역만리땅에 있다하니 결전을 벌이기에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호오.'
'남아 있는 종남의 문도들은 종남 전력의 3할 아니 2할도 못되는 것들입니다. '
'그러나 매지산은 제법 한 수가 있는 자라 하던데...'

웃고있던 두기춘의 얼굴이 일순 흉악해졌다.

'흐흐흐 그거야 말로 쉬운일이지요. 본파에는 훌륭한 여검수가 많지 않습니까.'
'여검수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회람연에서 비무를 받아주는 이상 인원 쯤은 본파가 조정할 재량이 생긴 것입니다. 사실 종남에서도 삼 대 삼의 비무가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지는 않을터. 본파에서 여검수를 출전시켜 여고수들 끼리의 대결을 요청하면 종남으로서도 특별히 거절한 명분은 없게됩니다. '
'그렇지. 여검수에게는 여검수로 대응하는 것이 상례이니...'
'종남 본산의 여검수래야 방취아가 고작인데 본파의 여고수보다 실력이 한참 모자란 년입니다. 그녀가 매지산의 내자가 아니겠습니까. 방취아년의 무공이야 평범하기 짝이 없으니 그년의 출전 순서가 매지산의 뒤라면...'
'매지산은 감히 살초를 쓸 수 없겠군! 혹시나 화산의 고수가 크게 다친다면 매지산의 내자 또한 불구를 면치 못하게 될테니... 그정도라면 승산이 충분하다.'

 요는 방취아를 사실상의 인질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검단현의 근심어린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매지산의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동등한 고수들 간의 싸움에 한쪽이 손에 사정을 둔다는 것은 패배와 다를게 없으니까.
 두기춘은 찢어진 눈을 더욱 가늘게 떴다.

'그년이 매지산의 앞에 출전한다면 일은 더욱 쉬워지지요. 방취아가 신법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좁은 비무대에서 신법은 쓸모짝에 없어 그년의 목숨은 낭중취물인바, 단숨에 살수를 써서 취아 그년에게 중상을 입히거나 죽여버린다면 매지산 제 깟놈이 제 아무리 철담호한인들 기혈이 들끓고 분노가 진탕되지 않겠습니까. 매지산의 검법은 질박한 성정답게 느리고 무거운 맛이 아프다 할 뿐인데 그놈이 폭급하게 검을 휘두른다면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검단현님의 칼끝에 십초지적도 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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