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쟁선계 한무 원탑은 호불호갈리고 논쟁이 있겠지만 적어도 이야기 구성과 연출 원탑

신무전주의 책임감과 늙기전에 강자와 싸우고 싶었던 무인의 호승심사이에서의 소철의 갈등을 작품 내내 조금씩 보여줬기에 신무대종의 멋진 퇴장이 나왔고

끊임없는 수련, 야뢰와의 만남, 소철과의 결투를 거쳐 한운자가 벼락의 기운을 보았다는 묘사가 있었기에
'손 끝에서 밤 벼락이 울었다' 란 대사가 간지났고

백운평이 주정뱅이 폐인이 되어버리는 장면, 껄끄러운 장인과의 만남에 대비되는 이창과의 비무와 대작, 과거의 회상을 통해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 둘을 이어주던 이창을 보여주었기에 최고의 반전인 수능별리차파트가 나왔고

금부도 파트에서 내내 보여주던 금청위가 죽여야될 대상인 지모한과 마음에 드는 사내로서의 전비를 바라보는 심정, 임무를 위해 속이고 있지만 마음에 들어버린 금청위를 죽여야되는 석대원의 심정에 허봉담의 지나가는 듯한 말이 엮여서 쟁선계 최고의 명장면 비인비검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더 대단한건 이런 장면들의 주인공이 작품의 주인공인 석대원이 아닌 것이다(비인비검은 준조연쯤?)
주인공이 아닌 인물로도 이렇게 공감가고 몰입하게 만들고 저런 장면을 만든다는게 이재일의 능력인듯 싶음. 반대로보면 그만큼 주인공이 비중없다는 뜻인거 같기도 하고...

2. 종교인을 정말 종교인처럼 묘사했다. 대부분이 불가나 도가인 구파일방이 없는 무협이 드물고 불승과 도사가 안나오는 소설은 더더욱 드물다. 그런데 묘사는 해봐야 말끝에 나무아미타불이나 무량수불붙이는게 끝. 더군다나 마교(쟁선계에서는 백련교)같은건 왜 끝에 교가 달렸는지도 모를 수준이 많았고.

그런데 쟁선계에선 광비는 고승같았고 매불은 계시자같았으며 고중생은 순교자같았다.
아직도 기억난다.
'진짜를 가짜로 대신한 죄, 가짜를 진짜로 대신함으로서 씻어주신 명존의 세심하면서도 자비로운 뜻을 알았다'

거기에 운소유가 꺼낸 마지막 수도 백련교과 무양문의 종교적특성을 잘 보여줬고.

3. 심리묘사가 참 좋았다. 오글거리지도 않고 엄청 길지도 않은데도 감정이입이 잘되더라.

배신자란 오명을 쓰고 손가락질 받아도 인내했던 제갈휘가 자신을 참해달라며 자결했던 스승의 죽음 앞에 보여주던 감정

붕괴되는 과정에서 최후의 안식처로 자신의 아내에게 달려가던 도중 아내의 수급을 보면서 느꼈던 강이환의 심정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이대로 있고 싶었지만 불을 켜고 옷을 입는 석대원에게 진금영이 느끼는 야속함과 평행선과 같은 두명의 인연에 대한 절망이 폭발했던 세번째 기원.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깊었던, 당맹호가 여동생 당가영의 시신을 보며 피눈물을 흘리며 내뱉는 2페이지가량의 독백 등

짧으면 단 한 챕터에서만 나온 조연들이지만 그 순간의 심정들이 여실히 느껴질 정도. 그런데 정작 주인공 심리묘사는...

4.호불호갈리겠지만 사소한 이야기들도 꽤나 좋았음.
소걸론대 읍걸론 논쟁이야기나 민파대릉-아리수-뇌파패로 이어지는 치정극 등도 인상깊었고. 특히 사효가 석대원에게 처음 접근하는건 신박 그 자체. 가장 기억에 남는건 천주산챕터에 아록과 주정 두 산적남녀 이야기.이게 바로 이어지는 용봉단의 강이환 화반경 이야기와 대비되서 그런지 뇌리에 강렬하게 박힘. 작중에 묘사되는 연인들중에 가장 행복한 한쌍은 이 두 산적일듯?

석대원과 진금영은 진성 마조인지 스톡홀름 신드롬인지 사랑에 빠지게 되는것도 요상하고 각자의 길을 포기하지 않으려하면서도 계속 사랑하고 결국 비극적으로 끝나버렸고

최후까지 사랑했던 강이환에 반대로 아무도 믿지 않았던 화반경 이야기나 백운평-이창-증평(헷갈리네)의 삼각관계도 정상적이라 보기 힘들지. 그러고보니 증평 얘도 진성M이네 작가님 취향이...?

5. 주인공도 보면서 참 불쌍하더라. 표류공주는 우연의 연속으로 불행해졌지만 주인공은 우연도 아닌 남의 짜놓은 각본에 맞추어 불행해져서 더 불쌍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행복한어린시절을 보냈던 석가장을 떠나게했고, 어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연벽제에게 복수하기 위해 십여년동안 칼을 갈았더니

아비는 살아있고 원수라 여겼던 연벽제는 단 한번도 배신한적없이 마지막까지도 자신을 위해 죽었으며, 심마에 빠질때마다 보았던 어미의 끔찍한 죽음도 사고였고

석대원이 서문관아를 데려오라고 요청할까 봐, 축융때문에 시달리기 귀찮아서 육건이 다른데 잠깐 떨어뜨려 놓으려고 보낸 곳에서 자신이 사랑한 여자와 자신의 아이를 죽이게 됨.

초반엔 개깝깝했는데도 이렇게 겪고나니 동정심이 절로 안들수가 없더라. 이러니 인간성을 잃지. 나같으면 비각이고 나발이고 운선생이랑 혈랑곡도부터 다 조질듯


6.어느정도 이름날리는 작가들도 절필(혹은 건승) 하거나 잘 팔리는 글로 방향을 바꾸는 무협시장에서 앞으로 이런 작이 또 나올까. 정말 읽는 내내 감탄하면서 본 작품. 빨리 서문반점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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