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2000년대 초중반엔 이고깽물이 불티나듯 팔려나갔지. 그 때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음침하고 친구들이랑 잘 못 어울리면서 판타지나 무협을 줄기차게 읽고 있는 애들이 반에서 한 두명쯤을 기억 날거다. 보통 그런 애들은 공부도 지질히 못하거나 국어만 애매하게 잘했지.(그것도 엄청 잘하지는 않고) 그 찌질이들이 이고깽 물을 보면서 망상 속에 빠져 자위나 해대니 그런 류의 글들이 잘 팔릴 수밖에.




 자, 10년 넘는 세월이 지나 찌질이들이 나이만 먹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됐어. 당연히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성공하지도 못 했을거고, 서태지의 노래처럼 지금 이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여전히 망상할거야. 자기 동세대들은 이미 사회에서 조금씩 앞서나가는데 자기는 학창시절처럼 덩그러니 뒤떨어져 있거든. 과거 이고깽물에 감정이입해서 평범한 자신이 이세계에서 먼치킨이 된 모습을 갈망했다면, 이제는 사회의 낙오자가 된 자신이 10년,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살지 않을 거라는 환상 속에서 사는거지. 자기가 그대로 과거로 돌아가봤자 노답이라는 걸 아는걸까? 심지어는 과거로 돌아간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이능력을 얻는 경우도 있어. 그러고는 갑질을 시작하는거지.




이 바닥 독자들은 장르문학을 대딸용으로만 생각을 하지. 얼마 전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을 추천하는 글을 읽었는데, 그 반응 중 하나가 가관이었다. 여성이 주인공인 건 얼마나 그것이 잘 쓰여졌던 간에 '감정이입'을 못해서 남자들은 못 읽는다고. 왜 자기의 저열함을 남자들 일반으로 확장시키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반응이야말로 장르문학 독자들의 수준과 인식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댓글이 아닐까 한다. 한국 드라마가 막장이 된게 여자들이 드라마를 대딸용으로 쓰면서, '여성들의 포르노'로 전락한건데, 한국 장르문학이 '찌질이의 포르노'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잘 쓴 장르소설을 바라는 건 무리일거다.




덧붙이자면 장르문학계에서 1세대 작가들의 위상과 수준이 높은 건 그 작가들이 초기에 집필했던 공간이 PC통신이라는, 꽤나 먹물 가득했던 장소였던 것이 크지 않을까 한다. 좋은 글을 알아봐주고 그것에 박수쳐줄 수 있는 독자들이 바탕이 되어 있을 때 좋은 작가가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