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짝짝!



전흠이 박수를 치자 청년과 미녀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행했다.



전흠은 천천히 구릉 아래로 내려갔다.



"멋진 검법이군. 그게 낙하구구검인가?"



청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수건을 건네주던 미녀가 날카로운 눈으로 전흠을 쏘아보았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죠?"



전흠은 피식 웃었다.



"얼마 되지 않았소. 후반의 서너 초식을 봤는데, 제법 쓸 만하더군."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으나, 조금 전 청년이 펼친 검초는 단순히 쓸 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미녀는 여전히 전흠을 노려보며 차가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숨어서 남의 무공이나 훔쳐보다니 부끄러운 줄 아세요."



전흠은 누군가로부터 이렇게 모욕적인 언사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아마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전흠도 참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 여자에게 화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이토록 톡톡 튀면서 아름다운 여자라면 말이다.



전흠은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억센 남쪽 사투리가 섞인 음성을 내뱉었다.



"그런 건 훔쳐봤다고 하는 게 아니라 지켜봤다고 하는 거요. 내가 무엇이 아쉬워 나보다 실력도 떨어지는 자의 무공수련을 훔쳐보겠소?"



그 말에 미녀는 바짝 약이 오른 모습이었다.



하나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전흠의 시선은 그 옆에 있는 청년에게로 향해 있었다.



전흠은 땀에 젖은 청년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당신 이름이 소지산이라고 했소?'



청년, 소지산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전흠은 다소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몸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수련한다고 해도 나를 이길 수 없소."



소지산의 눈빛이 무섭도록 매섭게 번뜩거렸다.



하나 전흠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딱 부러지는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믿지 못하겠다면 언제든지 덤벼 보시오. 대신 그때는 먼젓번처럼 위급했을 때 누군가가 술잔을 날리는 따위의 일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지."



전흠의 말은 모욕적인 것이어서 옆에서 듣고 있던 방취아의 안색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졌다.



하나 소지산은 그저 말없이 전흠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전흠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며 싸늘한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 같으면 거추장스럽기만 하고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팔이라면 차라리 잘라 버렸을 것이오. 공연히 쓸데없는 헛수고를 해서 몸을 혹사시키지 말라는 말이오."



마침내 방취아가 참지 못하고 고함을 내질렀다.



"뭐라고?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이런 나쁜 자식!"



소지산이 때마침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전흠을 향해 가차없이 손을 썼을 것이다.



"사매."



"사형은 저런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나요? 나는 저자의 이빨을 분질러 버리고야 말겠어요."



방취아가 화를 낼수록 소지산의 눈빛은 침침하게 가라앉았다.



방취아는 침중한 그의 얼굴을 보고는 폭발하려는 화를 간신히 억눌러 참았다.



그리고는 소지산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사형, 정말 참을 수 있어요?"



소지산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방취아는 그의 어깨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전흠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소지산도 특이했지만, 마치 자신이 모욕을 당한 것처럼 길길이 날뛰던 방취아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화를 내고 거친 욕설을 입에 담아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여자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전흠은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몸을 돌렸다.



"재미없군. 난 그만 가 보겠소. 싸우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구. 기꺼이 도전을 받아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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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평생 이불킥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