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가 있는 이유는 그 사람의 취향에 맞도록 선택하기 쉽게 정보를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마다 먹고 싶은 요리가 있을 것이다. 



어느 날은 된장찌개가 먹고 싶고 

어느 날은 돈까스가 땡기고 그런 것처럼.



그래서 음식점은 메뉴에 정확하게 요리 이름을 다 써둔다. 

구매자가 먹고 싶은 걸 제대로 고를 수 있도록. 



장르도 그것과 같다. 

어느 날은 SF가 땡길 수 있고 어느 날은 판타지가 땡길 수 있다. 

그럴 때 선택하기 쉽도록 정보를 단편적으로나마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장르라는 것이 있는 거다. 





요리를 예로 들었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떤 요리가 있다고 해서 그 조리법이 모두 같지는 않다.


누구는 된장찌개에 무로 육수를 내는 경우가 있고

누구는 멸치 다시마로만 육수를 내기도 하고

어쩌면 어떤 사람은 마지막에 호박잎을 올려서 향을 색다르게 만들지도 모른다.


맛도 물론 천지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나 조리법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요리의 기본적인 베이스는 전부 같다.  

뼈대라고 해도 좋고. 정의라고 해도 좋다. 

된장찌개면 된장과 각종 야채를 넣고 국물을 자작하게 끓인, 

다소 자유도는 있어도 된장찌개를 주문하면 이런 요리가 나와야 한다. 


맛을 떠나서 구분의 문제다.




소설도 그와 마찬가지다. 



일정 장르를 원하면, 다소 그 내부의 해석은 자유로울 수 있다. 

구파일방이 아니라 오악검파가 나올 수도 있는 거고, 마교가 아니라 배화교가 나올 수도 있는 거고

천지를 격동시키는 무공이 주가 될 수도 있고, 삼류 무사들의 드잡이질이 주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주인공이 무공 하나도 모르고 아첨과 거짓말만 일삼아 성공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것이건 무협이란 기본적인 틀, 구분 안에서 진행이 되어야 하는 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전생검신 

나는 꽤 높게 평가한다. 

보다시피 네이버북스에서 돈 주고 다 빌려봤고 돈 주고 최신화까지 쿠키 사서 일일히 보고 있다. 

보다보면 꽤 재미도 있고 상당히 독특한 소재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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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건 무협이 아니다.

부정이나 저평가의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무협으로 구분할 수가 없다는 의미다. 

굳이 표현하자면 무협의 일부 설정을 차용한, 오리엔탈 판타지나 퓨전소설에 가깝다.  

소재나 이런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그 뼈대, 골조부터가 무협의 틀이 아니다.



본래 무협이란 건 인간과 인간의 이야기다.

상대가 초인적이거나, 권력자, 집단, 심지어 국가로 묘사될 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인간과 인간의 투쟁을 다루고 있다. 

같은 영웅소설이라 하더라도 판타지가 신화나 서사성을 띄는 것과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전생검신은 소재는 차치하더라도 그 틀이 판타지의 그것이다. 

인류 그 자체를 위협하는 악신(옛 지배자, 크툴루)을 처치하기 위해 주인공이 전생을 거듭해나가는 구조다. 

이건 판타지에서 주로 차용하는 영웅 서사시에 해당하지, 무협적인 구조가 아니다.



이는 전생검신이 판갤에서 왜 그렇게 고평가되는지, 무갤에서 왜 그리 저평가 되는지를 보면 더욱 명확하다. 

물론 갤마다의 성향, 나이 차이도 있지만 구분적으로 무협에 속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갤럼들의 입장을 생각해보자면 된장찌개 하나요 하고 주문을 했는데

스프그릇에 된장과 야채와 우유를 넣어서 끓인 스튜가 나온 셈이다.



이걸 된장찌개라고 할 수 있을까?

맛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에겐, 예를 들어 팡갤럼들한텐 그게 정말 기가 막힌 맛이 날 수도 있다. 그게 취향이란 거니깐.



근데 이건 맛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무갤럼들은 이런 퓨전요리를 원한 게 아니란 거다. 

거따대고 여기엔 된장이 들어갔고 야채도 들어갔고 자작하게 끓였으니 된장찌개입니다 하고 바득바득 우겨봐야 설득력이 없다. 




너무 간단한 이치인데 말이 많고 끝나질 않는 이야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