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올립니다 쏴리댓
복건의 삼월은 따뜻했다. 복주(福州)의 어떤 큰길도 잘 닦여 있었다. 길 주위의 나무들은 화창한 햇볕을 대신 쬐며 지나다니는 이들이 눈부시지 않도록 막아 주고 있었다. 여덟 마리 말이 끄는 큼지막한 쇠수레 한 대가 나무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말이 끄는 수레이니 마차라고 불러야 옳겠지만, 사람이 탈 좌석은 따로 없어 보였다. 여섯 개나 되는 바퀴와 바퀴들을 연결하는 축은 철로 되어 있었고, 축 위에 얹힌 쇠 판때기 또한 철이었다. 판때기는 가로로 열 자, 세로로 열두 자. 거기다 짐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어린아이 키만한 쇠 벽이 판때기의 끄트머리마다 수직으로 솟아 있었다. 이 쇳덩어리만을 끌고 가기에도 말이 서너 마리는 필요할 것 같았다. 수레와 말들 사이의 마부 자리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무쇠 판때기의 끄트머리에는 또 한 사람이 지나온 길을 보는 방향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마부석에 앉아 있던 둘 중 왼편의 중년인, 한삼(韓三)이 꾸벅꾸벅 졸다 정신을 차렸다. 나무들 사이에 날아다니던 날벌레들 중 두세 마리는 거뜬히 빨아들일 만큼 하품을 한 남자는, 다음으로 보는 사람이 다 시원해질 정도로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는 고삐를 잡고 있던 오른편의 중년인, 강선(姜選)에게 물었다.
“우리 도착하려면 얼마나 남았나?”
강선이 대답했다.
“더 자지 않고. 얼추 사시(巳時)가 지났으니 반 시진은 더 가야 될 걸세.”
“짐승 냄새 쇠 냄새가 코를 찔러서 도통 잠을 들 수가 없구먼. 고삐 이리 주게. 내 교대해 줌세.”
강선에게서 고삐를 넘겨받은 한삼이 다시 한 번 커다랗게 하품을 했다. 뻐근한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몸을 풀던 강선이 뒤를 넘겨다보았다.
“저 흉물,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더럽게 크군.”
고삐를 잡은 오른손 소매로 아까의 하품에 못 이겨 밀려나온 눈물 몇 방울을 닦아낸 한삼이 퉁명스레 맞장구쳤다.
“동이(東夷) 놈들이 만들었다지 않는가.”
“동이? 조선?”
“지금은 조선이라던 것 같던데, 아마 저 물건은 그 전에 만들었다더군. 고려였던가?”
“그런데 왜 저런 놈을 굳이 실어 왔을까.”
“원래 그 나라 절간에서 만들어 놓은 물건이라던데. 지금 나라가 절간을 싫어한다나. 그래서 북경의 왕(王) 대인이 중간에 다리를 놓아 준 모양이야. 어떤 절간 중놈들이 절을 옮기는데, 저걸 처리할 방법이 없었나 봐. 저런 걸 만드는 데는 동이 놈들이 최고라고 하더라고. 아무리 그래도, 굳이 그 먼 데서 이런 걸 사 올 필요가 있나 싶으이.”
말을 맺은 한삼이 마찬가지로 뒤를 돌아보고 살짝 진저리를 쳤다. 예의 쇠 판때기 위에는 어떤 물건이 하나 놓여 있었다. 마치 술잔을 엎어 놓은 모양새였는데, 그 크기가 실로 어마어마했다. 술잔은 쇠 판때기에 얹힌 부분, 그러니까 뒤집기 전의 위쪽 부분이 가장 넓었고, 점점 가늘어지는 구조였다. 물건의 가장 넓은 원은 직경이 아홉 자, 가장 좁은 원은 여섯 자였다. 그리고 그것을 싣고 가는 수레와 마찬가지로 무슨 금속으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가장 좁은 술잔의 머리통 위에는 지름 한 자 정도의 큼직한 쇠고리가 있었고, 한 자 다섯 치 정도 되는 쇠사슬이 술잔과 쇠고리를 연결하고 있었다.
“말 여덟 마리가 필요할 거라길래, 난 처음에 농담인 줄 알았다고. 저런 무지막지한 놈이면 여덟 마리도 부족할 뻔 했어.”
“그래도 저게 속은 텅 비어 있지 않나. 저게 다 꽉 찬 덩어리였으면 여덟 마리로는 어림도 없지.”
“꼭 그렇지도 않아. 배에서 내릴 때 슬쩍 봤는데, 두께는 또 얼마나 두꺼운지...”
가볍게 불평하는 강선의 말을 듣고, 한삼은 혀를 찼다.
“쯧, 한 달 치 일당을 한꺼번에 준다니 좋다고 나섰지, 집에 가면 한동안 술잔도 꼴뵈기 싫을 지경이야. 아까도 잔다고 잤네만, 저 큰 놈이 덜컹거리는 데 무슨 재주로 눈을 붙이겠나.”
불퉁거리는 한삼을 보고 쿡쿡 웃던 강선이 문득 다시 뒤를 돌아보고 크게 말했다.
“이보시오, 무사 양반! 배는 안 고프시오?”
어느새 가부좌를 풀고 술잔에 등을 기대고 있던 젊은이가 마찬가지로 크게 말했다.
“고프지요. 문에 도착하면 어르신들 한 끼 거하게 드시고 가십시오. 식사 마치시면 제가 차라도 한 잔 드리겠습니다.”
이십 대 중반이나 되었을까, 앳되어 보이는 외모지만 차분하고 맑은 목소리였다.
“그거 좋지. 일 끝났는데 술은 안 하시고?”
“어르신들은 다시 항구까지 돌아가셔야 하는데 약주하셔도 괜찮겠습니까?”
실로 애늙은이 같은 대답에 이번에는 한삼이 호기롭게 말했다.
“젊은 양반이 벌써부터 걱정이 많으면 못쓰오. 자고로 우리 같은 마차몰이들은 술만 있다면 천리 만리도 지근(至近)처럼 오간다니까.”
“알겠습니다. 반주도 챙겨 드릴 테니 심려 마십시오.”
하하 웃은 한삼이 다시 말을 꺼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또 언제 무양문 밥을 얻어먹겠냐 이거요. 얻어먹는 김에 술욕심 내는 거야 타박치 마시구려.”
고개를 주억이던 강선이 갑자기 오른손 손바닥으로 술잔을 후려쳤다.
탕.. 탕...
쇳덩이를 후려친 듯한 답답한 소리가 두어 번 울려나왔고, 소리를 만들어 낸 강선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시원치 않군그래. 그 큰 집에서 이런 답답한 소리나 듣자고 이 큰 놈을 데려가신단 말씀이오?”
젊은이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지금 주둥이가 수레에 맞닿아 있어서 그럽니다. 이걸 매달아 놓고 치면 소리가 깊고 멀리까지 울리지요. 데엥. 데에엥. 아마 이런 소리가 날 겁니다.”
“저놈 매달려면 또 수십 명이 달라붙어야겠구려. 우리 같은 힘좋은 뱃놈 스무남은 명이 배에서 저놈 내리느라 법석을 떨었는데, 정말 죽을 맛이었다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두둑하게 챙겨주셨으니 돈 값은 해야지. 그건 그렇고, 항구 구경은 잘 하셨나 모르겠소.”
“사실 약관을 넘기고 문 밖으로 나가 본 기억이 없습니다. 고리타분한 놈을 도무지 보아 넘기지 못하시는 어른께서 바람 좀 쐬라시며 엉덩이를 차서 보내신 게지요.”
‘고리타분한 놈을 도무지 보아 넘기지 못하시는 어른’이 언급되자 한삼은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양손으로 공손하게 고삐를 말아 쥐었고, 강선은 몸을 홱 돌려 얌전히 앞을 바라보았다. 대화는 끊겼고, 여덟 마리 말과 세 명 사람과 술잔 하나는 남은 길을 재촉했다.
이후 강선의 말대로 한 시진 가량을 더 간 후, 때는 정오가 되었다. 무양문의 정문이 작게 바라보이는 오르막에서 말들이 좀 고생하긴 했지만 그런대로 무난한 행로였다.
그리고 정문에서 좀 떨어져 있는 곳에 멍하니 서 있는 청년 하나를 보았고, 정문 앞에서 웅성거리는 여남은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을 보았고, 반대 방향에서 정문으로 달려오는 말 세 필을 보았다. 달려오는 세 필 중 선두의 말 위에, ‘그’가 있었다.
서문복양이면 나이가 안 맞는 것 같고...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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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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