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열심히 노력하고 설정 잘 잡았다는 게 느껴질만큼 티가 나는 작품. 처녀작이라 초반부에 필력이 좀 딸려서 그렇지..

그럼에도 플롯을 굉장히 잘 잡았고, 대화도 하나하나가 의미있음. 보통 이류작가들이 쓰는 떡밥을 위한 전개가 아니라. 전개가 곧 떡밥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임. 대놓고 떡밥을 던지는 경우도 이따금 있지만서도, 말그대로 가끔.

  전개 하나하나가 의미를 가져서 재밌음. 그리고 무림에서 살아나가려 발악하는 주인공 피월려의 모습이 되게 애착이 감.

일류의 고수여도 항상 위에 있는 사람 때문에 딱히 강한 것 같지가 않음. 마교라는 거대한 집단에 소속되었기에 충분히 강한 편이지만 항상 사건이 일어남. 그 전개가 굉장히 자연스러워서 좋음. 그렇게 사건 하나하나를 해결하면서 전체적인 큰 그림이 그려지는데 이게 보통 신무협의, 대적자의 개념으로서 절대악을 그려낸 게 아니라 백도여도 상황에 따라 손잡고 통수맞고 이런 현실감을 그려냄.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 그리고 그 하나의 개인적인 성장. 미시적, 거시적 시각을 둘다 그려낸 소설.

굉장히 신선했음. 솔직히 무협들 다 어디가서 짱먹거나 어디가서 뭔가를 하거나, 절대악을 처단하거나. 이런 게 절대다수잖아? 어딘가에 끌려다니고, 거기서 성장하고 또 그에 맞는 위치로 올라가고, 나락까지 떨어지고.. 이런 소설 솔직히 난 읽어본 적 없음. 빨릴만한 소설.

돌아가는 판이 현실과 가깝기에 흔해빠진 먼치킨의 대리만족물이 아니라, 좀더 애착이 가고 공감되는 글. 사람은 누구나 성장하길 바라니까.

그렇다고 단점이 없다는 소린 아냐. 단점.. 꽤 있지. 빈약한 지식으로 인한 설정오류라던가. 이계와 사방신의 묘사부족이라던가. 설명이 너무나 길다던가. 솔직히 이 책 특성상 무학에 대한 논박은 필수적인 것이지만, 무협 웬만큼 읽어본 사람이라면 상리에 맞지 않는 개념에 좀 뭐지 싶을거임.

그래도, 그럼에도.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실과 가까워서. 공감과 몰입이 그 모든 단점을 덮고 이 글을 빨게 만드는 것. 정말 볼만한 책이야. 재밌어. 가끔은 좀 깨지만서도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