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얼마전 무갤에서 벌어진 결코 아름답다 못할 드잡이질을 보며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그렇게 시작한 독서는 내게 만족감과 불쾌감을 동시에 심어주었으니


그 감상을 짧게 주절거려보겠다



-개연성


소설 필수요소적인 단어지만 사실 그렇게 거창한 뜻을 품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마땅히 일어날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말해주는 단어다


A 마을에 사는 총각과 B 마을에 사는 처녀가 만나서 사랑에 빠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백지에서 시작하면 그 가능성은 한없이 0 에 수렴한다


하지만 총각이 외출을 하게되고 처녀 또한 거리로 나서게 되면 둘이 만나게 될 확률은 조금 상승한다


총각의 외출 목적지가 B 마을이 되고 비슷한 시간에 처녀가 거리에 돌아다니면?


둘과 연관이 있는 사건이 발생하면? 총각과 처녀의 외모가 각각 못나지 않으면?


그렇게 조금씩 방향을 짚어가며 하나씩 쌓는 것 그게 개연성이다


적어도 최소한의 장치만 마련되어 있으면 무리 없이 넘길 수 있다


무한의 마법사는 개연성이 뭐 100프로 충족시켜준다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말도 안돼라는 말이 나오는 부분은 없이 무난했다




-필력


필력이라는 것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범위가 십인십색이라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드는 힘이라 대충 정의하고 이어가겠다


김치우 작가에게 무한의 마법사는 처녀작이 분명하다


초반의 캐릭터 구상, 이야기 전개, 배경 설명이 어설프기 그지없다


천둥패기니 기사서약이니 하는 부분들이 만약 무료 열람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진즉 하차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뒷장을 넘기는 힘은 1권 후반부에 등장하게 되는데, 주인공이 마법학교에 입학하며


작가가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마법설정을 작품 속에 녹여내면서 부터다


마법의 기초, 스피릿존의 독특함 vs 흔한 양판소와 같은 전개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다가


근소한 차이로 2권 결재에 손이 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김치우 작가만의 마법 설정들과 그것을 토대로 한 에피소드의 전개는


양판소라고 하기에 적절치 않았다


소설은 인물, 사건, 배경 3요소로 이루어져있다


소림승려, 사파무인, 마교도 3인의 인물이


객잔이라는 장소에서


조우한다


객잔풍운이라, 그 자체로 이미 흥미가 동한다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재미있을 것이며 이상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대다수 작품들이 변화를 꾀하지 않은 채


똑같은 인물들이 똑같은 배경속에서 똑같은 사건을을 일으키는 것을 우리는 '양산형 판타지&무협 소설'이라고 부른다


무한의 마법사는 비록 어디서 본 듯한 인물들이 어디서 본 듯한 사건들을 일으키지만


김치우 작가만의 마법 세계관이라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배경속에서 그 모든 것이 이뤄진다


그거 하나만으로 나로하여금 뒷 권을 결재하게 하기에 족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간중간 번뇌가 찾아왔으니


'중2병스러움'이 그것이다


문장력이나 전개의 유려함 같은 부분들은 권수를 더해갈수록 발전하는게 눈에 보였다


발전하는 작가라는 판단을 내리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저 빌어먹을 중2병스러움은 도대체가 사라지질 않았다


그저 옅어질 뿐이었다


두번째 천국행에서 그런 기미가 거의 사라져 만족하던 중 졸업시험에서 재발하는 것으로 보아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의 나이대에 맞춰 중2병 증세를 맞추는 것으로 판단된다



-마치며


무한의 마법사를 한줄로 평해본다면


이과 출신의 작가가 플롯, 설정을 완벽하게 다듬은 뒤 습작을 거치지 않고 소설을 내게 된 결과물


이라고 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