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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문의 잡배들도 객잔의 점소이도 표국의 쟁자수도 자기 손으로 일하고 자기 발로 벌어먹는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나를 조롱하던 네가 이토록 무능한 백수건달이라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전흠의 눈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꺼지지 않을 업화 와도 같았다. 그 앞에 꽁꽁 묶인체 무릎 꿇려진 13월은 아무런 말없이 전흠의 선고를 듣고 있을 따름이었다.
전흠은 천천히 칼을 들어 13월의 목에 댔다. 새파랗게 벼려낸 칼날이 13월의 목줄기에 옅은 상처를 냈다. 벌어진 상처 사이로 흘러내리는 핏줄기가 목늘어난 티의 앞섶을 적셨다.

"내 오늘 너를 죽일 것이니와, 네가 그간 저지른 죄가 이 죽음으로 용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너의 죄는 백번의 죽음으로도 만번의 칼질로도 덜어지지 못하니 내 너를 한번밖에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고 통탄스럽다."

전흠은 칼을 13월의 목에서 뗐다. 천천히 치켜드는 전흠의 칼이 햇빛에 반사되되어 끝나지 않는 섬전과 같이 하얗게 빛났다. 숨이 막힐듯 진한 동백향기가 그의 온몸에서 새어나왔다.

"죽어라!"

악다문 이빨 사이로 야수의 울음소리와 같은 노호를 흘리며 전흠이 칼을 내리쳤다.
그 순간!

"너, 너도!"

내려치던 칼이 일순 멈췄다.

"너도 좋아했잖아!"

전흠의 칼끝이 일순 파르르 떨려왔다.

"나는 좋아한적이 없다 한번도...!"
"사람들이 너를 좋아하잖아!"
"나는 좋아해달라고 한적이 없어!"

전흠이 왈칵 소리쳤다.

"내 글에선 니가 주인공이야!"

전흠의 손이 벌어지며 쥐었던 칼이 땅으로 떨어졌다.


"나, 나는 그따위 병신글 주인공이 되고 싶지...않..."
"그럼 만족해? 응계성이나 정해보다도 인지도 없이 살고 싶냐구!"
"큿!"
"종남파 3군으로 살고 싶냔 말이다!"
"난..."


병신스러운 말. 말같지도 않은 말.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거짓말. 그러나 전흠은 쉽게 답하지 못한다. 그 눈가로 눈물이 흐른다.
우는 전흠을 보며 13월은 일어서려했다. 하지만 양팔이 묶여진채로는 일어설 수 없어서 먼저 앞으로 쓰러져 땅을 뒹군다. 결박되지 않은 다리를 이용해서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비틀비틀 어렵게도 마주선다.
휭한 모래 바람이 불어와 두 남자를 스치고 지나갔다. 둘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마주보았다.

"...우,우리... 같이 가자... 갈 수 있는데 까지만 가보자... 왜냐면 우린... 우린..."

둘 중 누군가 말한다.

"...우린 병신이니까..."

누군가 힘없이 답한다.

"그래... 우린 병신... 병신이었지... 앞으로도 계속 병신일테고..."

누군가가 힘없이 동의한다.

"응..."
"그래."
"...응..."
"...그래."
"응..."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