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을노무 디시가 글을 길게 쓰지 못하게 하여 잘라 올린다.

다행히 이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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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


조익현은 달려와 그의 몸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허나 매종도의 몸은 이미 차디차게 식어가고 있었다.

조익현은 그의 시체를 안고 눈물을 떨구다가 갑자기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처남!”

석동이 깜짝 놀라 그에게 달려왔다.

조익현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했고 입가로는 끊입없이 선혈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심맥을 끊은 것이다.

석동은 그의 몸을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처남...... 이..... 이런 무모한 짓을 하다니......”

조익현은 간신히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매..... 매형!”

“처남!”

“매형에게 한 가지..... 소....... 속인 것이 있었소.”

조익현은 입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힘겹게 말했다.

“사..... 사실은 매형을 단 한번도 미워해 적이 없었소...... 매형을 친형보다도 더 좋아했소......”


“처......처남......”

“아.....여홍이 이것이 매형을 배신하라고 했을 때 내 가슴은 찢어지는 듯했소..... 허...... 허나 여홍이를 거스를 수는 없었소.....”


석동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의 몸을 안았다.

“알고 있네..... 자네는 천양신공을 익혀 마누라가 없던 탓인가 여동생 엉덩이에 깔려 살던 장부였지......나처럼 결혼한 후에 천양신공을 익혔으면 좋았을 것을......”

“아......여동생은 내게는 지옥의 염왕과도 같은 존재였소..... 내게는 항상 엄격하고 재질이 그녀의 기대에 못미쳐 사부님의 무공을 제대로 잇지 못한 것을 탓하였지..... 하지만 난 그녀를 원망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오...”


조익현은 거의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매......매형은 항상 모든 걸 내게 양보만 했소..... 모.....모란이 달라붙었을 때도 사형은 당연히 약혼자인 내게 양보를 하려고 했었지. 그녀는 사형을 사랑하는데 말이오....... 난 변변치 못한 놈이지만 염치가 없는 놈은 아니오....나는 백모란을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매형에게 양보를 받으면서까지 그녀를 취하고 싶지는 않았소. 그...... 그래서.....”


석동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조익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그래서 일부러 매형에게 정보를 흘린 다음에 취와미인상을 찾게 하여 의도적으로 떨어트려 놓은 거요.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서도 나 때문에 결합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던거요. 그 덕분에 난 비록 사랑하는 여인을 잃어버렸지만..... 하...... 한번도 그때 일을 후회해 본 적이 없었소..... 매형과 여홍이 잘 찢어져서 행복하게 서로 잘 살기를 바랐지. 하지만 그 일로 인해 신목령과 천봉궁이 생기고 매형이 갈 곳을 잃어버렸을 줄은 나도 몰랐구려......“

“..... 처남......”


석동은 그의 몸을 꽉 움켜 잡았다.

조익현은 거의 꺼져가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매.....매형..... 나를 탓하지는 않겠지......?”

“내..... 내가 어찌 자네를 탓하겠는가?”

“너...... 너무 착한 매형...... 항상 모든 걸 용서만 하는구료....”

조익현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하...... 한가지 부탁이 있소.”

“말하게나......처남.”

“모란은 아직도 매형을 사랑하고 있소. 그녀를 버리지 마시오.....지금처럼 운기행공을 통해 태음신맥의 음기를 주입받는 것이 아니라 음양교합을 통해 천양신공의 양기와 조화를 이룬다면 이는 양의상조의 형태가 되어 결국 태극을 이루게 될 것이라오......두 사람은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고......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자손을 남길 수도 있다오......”

“처......처남......그런 비결이 있을 줄은......정말 몰랐다네......자네가 먼저 할 수 있다면 좋았을 것을......”

“여......여홍은 마치 사갈처럼 악랄하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천하를 다 들어서라도 매형과 모란을 추살할 터......어서 달아나시오. 그리고 나와 약속해 주오..... 모란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야...... 약속하겠네.”


석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조익현의 입가에 처음으로 온호한 미소가 떠올랐다.

“매형은 거짓말을 안하는 사람이니 믿겠......”

그의 고개가 푹 꺾였다.

석동은 그의 몸을 끌어안은 채 뜨거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마침내 쓰러졌다.

지난 이백년 동안 고금제일인자로 불리워 오던 전설의 무인, 태을검선 매종도가 마침내 쓰러지고 만 것이다. 이어 그의 제자라 할 수 있었던, 서장과 중원의 절대자 조익현마저도 비명에 스러져 갔다.

중인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감회에 휩싸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드디어 전설의 한 부분이 깨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전설이 그 뒤를 잇게 될 것이다.

고적한 눈빛과 계퇴와 죽음의 전설....

칼을 한 번 들면 구름이 일고 그 구름 하에 누구도 살아난 적이 없다는 신검무적의 전설이...

중인들은 모두들 표정이 무거워졌다.

항상 그렇지만 전설의 종말(終末)을 보는 것은 결코 기쁜 일만은 아니었다.

“으웩!!!”

진산월은 심검을 사용한 압박에 심맥이 흔들렸는지 한바탕 시커면 선혈을 토해낸 후 몸을 잠시 비틀거렸다.

그러나 그의 안색은 평온했고, 눈빛은 변함없이 맑았다. 그는 이내 중인들 앞으로 걸어왔다.

모두들 말없이 길을 비켜 주었다.

아무도 그와 시선을 마주치려는 사람은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전설의 시초(始初)는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진산월의 발길은 야율척의 앞에 멈추었다.

진산월은 용영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은 채로 야율척을 바라보았다.

"이제 약속을 지킬 때요."

모든 사람의 안색이 변했다.

이자는 방금 고금제일고수를 쓰러트리고도 서장제일인이라는 야율척과 겨루려 한단 말인가?

야율척은 담담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때가 아닌 것 같구려."

진산월은 야율척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러다가 물었다.

"중추절의 약조는 당신이 먼저 꺼낸 것이오만, 이를 어길 셈이오?“

“지금 그대를 꺾는다고 하여도 기쁘지 않을 것 같군. 아무도 승복하지도 않을 거요. 그러니 다시 만나 겨루는 것이 좋겠소.”

“......언제가 좋겠소?”

아율척은 진산월의 몸을 슬쩍 바라보다가 조용하게 말했다.

"한달 후."

"어디서?"

야율척은 말없이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진산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은 정해졌다.

한 달 후.

이곳에서.


진산월은 주저 없이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나가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모든 일이 끝났건만 마음은 개운하지 않았다.

허나 하늘은 그런 그의 마음과는 아랑곳 없이 푸르기만 했다.

하늘 저 멀리 치열했던 사나이, 곽일산과 정립병의 웃는 모습이 떠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허나 그 얼굴은 변해 다시 임장홍의 얼굴 같기도 했다.

임장홍은 그를 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 나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산월아!



부드럽게 웃던 그의 얼굴은 다시 두기춘으로도 변하고 백동일로도 변했다.

이어 그 모습은 종남산에 있는 노해광, 성락중, 하동원, 소지산, 매상, 정해, 낙일방, 방취아, 유소응, 방화, 서문연상, 손풍, 장승표, 제갈외, 상원건......그리고 손가장에서 웃음을 짓고 있을 응계성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니면 그가 바라보던 여인의 모습이기도 했다.

단봉공주, 정소소, 곡유유, 누산산, 옥부용, 육난음, 소조림, 정난향......노소연까지......

진산월은 천가지 만가지의 영상을 떠올리는 구름을 보며 언제까지고 멍하니 서 있었다.

구름은 이제 없었건만 그의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이었다.



중인들은 아무 말없이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몸이 아득히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누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것은 중인들의 지금 심정을 대변해 주는 한숨이었다.

모두들 무언가 커다란 돌덩이를 내려놓은 듯한 심정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이북해, 아니 귀호는 야율척을 바라보았다.

"자네는 왜 지금 그와 싸우지 않는 것인가?"

그의 음성에는 어느 정도의 답답한 빛이 담겨 있었다.

진산월이 먼저 결투를 신청해 왔으므로 심정적으로야 어쨌건 야율척이 승낙한다 한들 아무도 그를 탓할 사람은 없었다.

야율척은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나는 단지 그와 나중에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는 그런 승부를 내고 싶을 뿐이라네."

귀호는 웃고 있는 야율척에게 더이상 무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팔방 유람을 다니면서 온갖 경험을 함께하였으나 그때만큼 만족스러운 야율척의 표정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 그의 마음속에는 너무도 간절한 외침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 자네......자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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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은 작고 초라했다.

누런 황토흙을 쌓아 놓은 무덤은 생긴지 오래된 듯 잡초만이 무성하게 돋아나 있을 뿐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무덤을 바라보고 서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여인의 얼굴은 천상의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그녀는 무덤을 바라본 채 말없이 서 있었다.

휘잉....

한 줄기 바람이 흰 돌로 만든 비석을 휩쓸고 지나갔다.

비석에는 수려한 글씨로 `교리지묘. 귀호읍립`이라 적혀 있었다.


날이 저물어 푸른 하늘에는 붉은 노을이 비끼기 시작했다.

무덤에서 멀지 않은 소로에 두 명의 장삿꾼이 나타났다.

그들은 부지런히 길을 걷다가 무덤옆에 서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장삿꾼중 한 사람이 급히 소근거렸다.


"저 여자야. 저 여자가 바로 그 여자라고."

"어디?"

한 사람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려 하자 먼저 말을 꺼낸 장삿꾼은 황급히 그를 제지했다.

"똑바로 보지 말게. 그냥 살짝 보라구."

두 명의 장삿꾼은 그녀를 힐끔거리며 지나쳤다.

"어떤가? 정말 아름답지?"

"정말 그렇군. 세상에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도 다 있나?

그런데 저 여자가 꼭 매년 오늘만 되면 이곳에 나타난단 말이지?"

"그래. 하루종일 저렇게 서 있다가 홀연히 사라지곤 하지."

"왜 그런 일을 하는 걸까?"

"오래전 일인데...누군가가 지나가다가 그녀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더군."

"뭐라고 중얼거렸다는가?"

"그게 참 희한하단 말이지. 생긴 건 저렇게 미인인데 목소리는 흡사 나이먹은 사내 같았다고 하더라고."

"허허 참,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내가 직접 들어본 것도 아니고 한 다리 건너 들은 건데 뭘 어쩌라고?"

"그래서, 대체 뭐라고 했다던가?"

"오늘이 자네랑 객잔에서 처음 몸을 섞은지 십삼 년째 되는 날이로군...자네가 내 역용을 보자마나 달려들 줄 누가 알았겠나......뭐 그런 소리 같았다네."

"저런...저 미녀가 역용이라니 그것도 참 희한하지만, 여튼 그렇다면 저 무덤은 그녀의 정인(情人)의 것이로군 그래."

"그렇지."

"어쩌다가 저런 화끈한 미녀의 사랑을 받고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죽었단 말인가 글쎄..."

"내가 예전에 들은 소문인데..."

"무슨 소문인가?"

"섬서에서 온 누군가와 싸우다가 그렇게 되었다는군."

"섬서에서 온 사람?"

"그래. 섬서성에 종남산이 있잖은가? 그자는 종남산 자락에 이는 구름처럼 뭉게뭉게 일어나는 검을 휘두르다가 결국은 군림천하를 하고는 얼굴 검은 여자를 추억하며 강호에서 사라졌다는군."

"그래. 강호 일에 무식한 나도 그 소문은 들은 적이 있네.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의 전설 말이로군. 종남산의 전설......"

"그래. 종남의 전설...."

종남의 전설...

신검무적의 전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전설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고적한 눈길을 형형히 빛내며 소리없이 뭉게구름을 일으키는 신검의 전설이............



- 大 尾






<후기>


(전략)


먼저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오대마인 시리즈를 먼저 써야 할 일이나, 군림천하에 오래 시달려 온 터라 가볍게 소품 하나를 쓰고자 한다.

오랫동안 무림에서 사용되던 필법의 서체 `명조`. 거기에 반기를 들었던 한 사나이가 있었으니......

`억홍아......너만은 꼭 굴림천하해야 한다......!`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잊혀진 전설의 서체 `굴림체`를 찾아 강호를 헤매는 진억홍의 기나긴 여정!!!

신작 `굴림천하`에 많은 관심을 바라며, 독자제현의 건승을 빈다.



- 맹하지절 지하소축에서 짭대운 배상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