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어느덧 반년이 지나 한립이 화가지 공간에서 나와 좌선하던 해도인에게 누군가 오면 연락하라 이르고 방의 금제에 틈을 벌려 희미한 그림자로 변해 뱃사공의 눈을 피하며 지면으로 내려가 육월초원의 끄트머리인 무진소택(끝없는 늪)이라 재빨리 숙살단 재료인 고단화를 채취하고 지독한 살기와 냉기를 헤치며 깊숙히 들어가 100여 그루를 얻는 데 성공함

기뻐하며 피곤한 기색으로 다시 배로 돌아가려는 순간 갑자기 쿵 하고 머릿속이 울리며 구역질과 함께 기혈이 역류하는 고통을 느끼고 급히 억누르며 주변을 살피는데 마치 모든 것이 환영이었던 듯 몸이 정상으로 돌아와 의식으로 훑어도 아무런 이상을 찾지 못한 한립은 침음성을 흘리며 천천히 배로 향함

하지만 잠시 후 또다시 구역질이 나기 시작해 미간을 찡그린 한립은 늪의 한 연못으로부터 기혈을 역류시키고 오장을 뒤트는 힘이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 30장 정도의 범위에 영향을 주는 것에 호기심을 느껴 연못 바닥까지 내려가 검은 돌무더기 아래에 깔려 있던 새까만 장검을 발견해냄

칼 전체가 새까맣고 다만 흉악한 쌍두여우의 부조가 새겨진 검은 모습이 드러나자 이전보다 몇 배는 강력한 메스꺼움을 한립에게 일으키고 간신히 낮게 소리치며 눈부신 금빛으로 몸을 지킨 후에야 정상으로 돌아와 미간을 구기며 이 칼에 새겨진 붉은 무늬는 흑백 일색인 회계에서는 볼 수 없는 색깔이라 의심하며 의식으로 살짝 건드리고 음산한 힘에 의식이 뜯겨져 나가 새하얗게 질리며 강력한 두통에 몸부림침

심지어 이젠 칼날이 검게 번쩍이며 일그러진 사람의 얼굴로 으르렁거리다가 극도로 사악한 힘이 한립의 의식을 타고 머릿속을 침범해 오염시키려 드니 구토감과 함께 오감과 육식이 뒤집힌 한립은 급히 시간의 법칙으로 역류하는 사이한 힘을 막고 아주 멀리 물러선 후에야 검은 칼이 서서히 진정되는 것을 지켜봄

의식도 삼키고 혼령도 공격하는 공포스러운 칼의 성능에 고작 자신의 실력으로는 저항하지도 못하고 당할 뻔 해 한립은 식은땀을 흘리며 경악하고 검신의 쌍두여우 부조는 흰 빛과 함께 아니 시간 법칙의 힘이라니 회계에서 이런 법칙을 깨달은 놈이 있다고? 하며 웅웅거리다가 이내 흰 빛이 검은 빛을 억누르고 흰색 중년 남자의 인영이 나타나 한립을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흰 장포에 눈썹이 풍성하며 잘생긴 얼굴이 풀어헤친 머리 사이로 보이는 이임

무언가 친숙하지만 기억나지 않는 느낌의 남자라 한립이 깜짝 놀라고 중년 남자는 순식간에 한립의 위장을 간파해 흠 너 같은 젊은이가 얌전히 진선계에 머물지 않고 회계로 넘어오다니 라고 위아래로 훑으며 빙긋 웃음

이에 한립이 당신은 누구십니까? 라고 물어 백포의 남자가 엷게 웃으며 자신은 석경후라고 답해주고 한립이 처음 드는 이름에 의아해하며 가명이냐고 재차 물어 자신을 모르는 것이 분이 나는 듯 그런가... 하다가 이내 표정을 고치고 나에게 2개의 질문을 했으니 이젠 내 차례라고 한립의 말을 가로막고 넌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길래 여기에 왔냐고 예리한 눈빛을 빛내며 압도적인 기운을 풍기기 시작함

자신을 금방이라도 찢어버릴 수 있는 힘에도 한립은 침착하게 석경후를 바라보며 아래에서 냉기가 느껴져서 찾아왔을 뿐이며 회계에 온 것은 어떤 비경을 탐색하다가 공간 폭풍에 휩쓸려 우연히 왔다고 설명해 석경후가 잠시 진실인가 고민하다가 어쨋거나 네게는 음승전이 보낸 흔적이 보이지 않으니 우리는 적이 아니구나 라고 기운을 거두고 한립은 음승전이라.. 라고 이에 대해 묻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검은 칼의 내력에 대해 질문을 함

석경후는 이 칼을 모르냐며 네가 멍청하게도 화혈도를 건드린 것을 보니 음승전 사람이 아닌 건 확실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무언가 고심하다가 한립이 재촉하자 그제야 이 칼의 이름이 천호화혈도이며 이것으로 참살된 이의 정신은 영원한 감옥에 갇혀 나갈 수 없어 오랫동안 수많은 망혼들이 갇힌 이 칼은 엄청난 살기와 원망을 담았다고 간단히 설명을 해줌

이어서 인족의 꼬마야 네가 음승전이 보낸 이가 아니니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며 나와 거래를 하자고 해 양쪽이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천호화혈도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원형 석대에 새겨진 진법을 드러내고 천호화혈도를 겹겹이 뒤덮은 검은 빛을 보여줘 한립이 선계와 달라 감지하지도 못했던 회계의 진법에 크게 놀라며 자신이 봤던 어떤 것보다 강력한 진법의 힘을 느낌

이것이 봉인용 대진이라며 천호화혈도가 갇혀 나까지 영원히 떠날 수 없으니 이 봉인으로부터 천호화혈도를 빼준다면 석 모가 10만년 동안 천호화혈도를 조종해 너를 돕겠다고 석경후가 제안하고 한립은 천호화혈도를 뽑으라니.. 저를 너무 높게 치신다며 진법에는 견문이 조금 있지만 이 암흑의 금제는 막강해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음

이에 석경후가 씨익 웃으며 당연히 너 혼자서는 안 되고 내가 수많은 세월에 걸쳐 금제에 침투해 그 힘을 반절로 줄일 수 있다고 하니 그제야 한립이 턱을 만지며 그렇다면 가능할 지도 모르지만 탈출하지 않은 것을 보아 무언가 남은 게 있죠? 라고 물어 석경후가 역시 알아챘다며 내가 도와도 최소 태을지경의 수행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칼의 원혼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3대 지존법칙을 익혀야 하니 네게 시간 법칙이 없었다면 나는 제안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여줌

이에 웃음을 거두고 한참을 고민하던 한립을 향해 인족의 꼬마야 어쩔 게냐 라고 석경후가 묻지만 한립은 서로에게 좋은 제안이지만 제가 아닌 다른 이를 찾는 것이 좋겠다고 고개를 저어 미간을 찌푸리고 상심한 표정이 된 석경후는 뒤돌아 떠나려는 한립을 급히 붙잡아 천호화혈도가 뭔지는 아냐며 네 힘이 10배는 늘어날 것이니 내가 도우면 금선의 수행으로도 태을옥선을 벌레처럼 죽일 수 있다고 포기할거냐고 간곡히 설득함

한립이 천호화혈도가 강하지만 당신의 손에 따르니 내가 어떻게 제안을 신뢰할 수 있겠냐고 받아치자 석경후는 의심하는 것은 좋은 자세라며 오히려 표정이 풀어지고 석경후의 정체와 음승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조건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확고한 한립의 자세에 잠시 침묵하다가 아는 게 많다고 언제나 좋은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함

자신은 천호화혈도의 검령이 아니고 칼에 사로잡힌 수많은 잔혼의 하나였지만 의식이 칼에 먹히지 않아 자신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 석경후가 말하고 태을 후기인 소류 등보다 강력한 자신의 연신술 5성의 의식으로도 천호화혈도의 끝없는 원기를 막을 자신이 없는 한립은 그의 생전의 신분을 대충이나마 알려달라고 물어 석경후가 신음하다가 나는 회계 어느 구역의 영역주였으며 나를 참살한 것은 구유역의 영역주인 음승전이었다고 말하고 입을 꾹 닫아버림

이에 한립의 얼굴빛도 크게 변했다가 가까스로 평정을 되찾은 후 2번째 조건인 금제를 당신의 체내에 심겠다고 입을 열어 기꺼인 응한 석경후의 몸에 정혈을 뿜어 형성한 기괴한 부적문을 미간에 집어넣고 마광과 같은 특이한 존재에 유효하며 서로에게 살심을 품으면 깨닫게 되는 금제라 석경후도 쉽게 받아들인 것임

모든 조건을 받아들인 석경후는 다시 천호화혈도로 돌아가고 금제도 무언가 직감한 듯 검은 구름이 몰려와 흰 빛을 억누르려 하는데 흑백의 힘이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백광 한 줄기가 촉수처럼 검신을 타고 석대로 침투해버리고 금제를 반 가까이 엷어지게 만들어버려 석경후가 서둘러 천호화혈도를 뽑으라고, 이 금제를 오래 억누를 수 없다고 다급히 외침

한립도 이미 온 몸을 금빛으로 뒤덮어 희미한 금갑을 형성한 상태라 즉시 천호화혈도 옆으로 이동해 다섯 손가락을 번개처럼 뻗어가고 짙은 검은 빛의 고리로 쾅 하며 팔을 타고 올라 머릿속에 침투해 한립을 삼키려 드는 천호화혈도의 힘을 시간 법칙의 힘으로 10배 가까이 늦추며 모든 선영력을 동원해 전심전력으로 팔뚝에 힘을 줘 거대한 힘에 근처 공간이 일그러지며 석대 전체가 우르릉 휘청거리기 시작함

하지만 여전히 석대에 요지부동으로 박힌 검을 본 한립이 남은 손으로 다양한 빛을 뿜어내 진룡 채봉 거원 등 법상 허영이 연이어 나타나 한립의 몸 속으로 녹아들어가고 열반성체를 대성한 자금마신으로 변신한 한립은 배나 강한 힘으로 나와라! 라고 자금색 팔을 힘껏 들어올리니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천호화혈도가 꽂힌 석대 부분이 통째로 박살나며 자금마신이 검을 쥔 채로 뒤로 튕겨나가 연못벽에 부딪혀 파묻힘

드디어 검이 뽑히자 석대의 흑광이 서서히 사그라들고 이내 산산히 부서져 자갈 더미가 되어 흰 빛도 천호화혈도롤 되돌아와 하하! 수만년 간 이 빌어먹을 곳에 갇혔지만 드디어 벗어났다! 라고 석경후가 미친 듯이 울부짖고 음승전! 네놈이 음모와 궤계로 나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으니 이 원한은 석경후가 결코 잊지 않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놈에게 돌려줄 것이다! 라고 험상궃은 얼굴로 하늘을 향해 으르렁거림

자금마신은 덩치가 줄어들어 다시 한립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조용히 석경후가 하늘을 향해 수많은 억압과 분노가 담긴 외침을 뿜어내는 것을 지켜보니 그제야 석경후가 서서히 진정하며 못볼 꼴을 보였다고 머쓱한 미소를 짓고 한립도 어찌 감히 그런 감정을 제가 이해하겠냐고 손을 저음

이제 들키기 전에 서둘러 떠나자고 석경후가 한숨과 함께 제안해 한립이 동의하지만 석경후가 억눌러도 여전히 강력한 원기를 뿜어내는 천호화혈도를 어찌 숨길지 고민하던 한립은 여기의 검은 돌무더니는 낭환흑옥인데 원기를 숨기는 데 효과가 뛰어나 이것으로 칼집을 만들면 기운의 반은 숨길 수 있을 것이라는 석경후의 제안에 서둘러 회계에서 음살의 기운 차단에 탁월해 이름난 귀한 광석인 낭환흑옥을 몽땅 쓸어버리고 아직 잠들어있는 정염화조 대신 자신의 원영의 불을 이용해 제련하려 입을 벌려 푸른 화염을 토해내지만 석경후가 제지하며 선영력이 담긴 원영의 불로 제련하면 낭환흑옥이 손상된다며 근처 살기를 한립의 불꽃에 녹여넣어주어 회색이 섞인 암청색 불꽃으로 만들어주니 살기를 완벽하게 녹여내는 것에 한립이 놀라며 청회색 불꽃으로 제련을 시작함

잠시 후 낭환흑옥을 녹여 액체로 만든 한립은 칼집의 모양으로 만들어 석경이 그 위에 부적문을 새기니 천호화혈도에 착 하고 들어맞아 꽤나 줄어든 음산한 기운에 한립이 만족하고 석경후는 이번에 힘을 너무 써서 정양해야겠다며 필요하면 전음으로 부르라고 흰 빛으로 변해 천호화혈도 속으로 쏙 들어가버려 한립은 8장 정도의 흑백 부적을 칼집에 붙여 흑백의 노을빛으로 감싸진 고치로 변한 천호화혈도를 소매에 집어넣고 날이 밝기 전에 서둘러 배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감

해도인이 그 사이 석천공이 잠시 들러 한립이 없음에 전음표만 놓고 돌아갔다고 부적을 건네 별일 없음을 확인한 한립은 당분간 폐관하겠다고 해도인에게 전하고 화가지로 들어가 법력을 최대한 회복하고 입에서 녹색 영화를 뿜어내 재료를 하나씩 던져넣어 숙살단을 제련하는 데 집중해감


또다시 시간이 수년이 흘러 화가지 속의 한립은 용안만 한 5개의 숙살단을 은색 단로에서 꺼내며 20개 가까이 완성된 단약들에 웃음꽃을 피우고 배의 해도인에게 돌아가 살기는 뇌전을 다루는 꼭두각시인 나를 쉽게 오염시키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안심해 전음표 5장을 받아 석천공이 주로 마광에 대해 전한 것이며 묘수와 그 수하들이 더 찾아오지는 않았다는 말과 함께 마광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면 될 지 물어와 한립은 한 줄기 검은 빛이 되어 마광의 방으로 들어감

방 안에는 구석에 석천공에 머리 위에 은빛 비파를 띄운 채 은빛으로 자신의 몸을 지키며 두 눈이 깊게 파이고 핏빛이 온 몸에 떠올라 미치기 일보 직전인 피폐한 모습으로 한립에게 인사를 하고 최선을 다해 살기를 막았지만 완전히 차단할 수 없어서 이 모양이라고 헛웃음을 지음

석천공도 쇠락에 당하고 있다는 것에 한립이 놀라자 수백 년 전에 시작돼 비술로 억누르다가 지금 튀어나왔다며 숙살단이 있냐고 간절한 눈빛으로 한립을 바라봐 아무 말 없이 손바닥에서 검은 단약을 꺼내 석천공에게 건네주고 석천공은 눈을 번쩍 빛내며 은빛으로 이를 휘감아 삼키기 직전 멈춰 려 수사 석 모가 이를 어찌 갚기를 바라싶니까 라고 당장이라도 죽을 듯이 숨을 헐떡이며 팔을 덜덜 떨고 물어봐 한립이 담담히 웃으며 그것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쇠락이 터지기 전에 단약을 먹으라 권해 석천공이 사양하지 않겠다며 감격과 함께 은빛으로 온 몸을 뒤덮어 회복에 들어감


반년의 시간이 지나 은빛이 걷히고 기운이 가라앉아 눈에서 핏빛도 가신 석천공이 나와 정말 죽을 뻔 했다고 려 수사에게 감사드린다고 절을 올리고 한립은 우리가 서로 도와야 하니 됐다고 웃어 석천공이 잠시 후 옥합을 꺼내 그 안의 검은 영초를 한립에게 건네주며 연신술에 필요한 만혼초라고 빙긋 웃음

한립이 사양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여 실은 만혼초를 만혼단으로 제련하면 더 효과가 좋다는 석천공의 말에 놀라움을 드러내고 이는 마역의 한 연단사가 수백만 년에 걸쳐 연구한 것으로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라고 옥간을 받아 크게 희색을 드러내며 이를 거두어 숙살단을 더 교환하고 싶어하는 석천공에게 자신도 써야 하니 5개가 한계라고 해 5개의 만혼초와 숙살단을 거래해냄

만혼단의 단방 값도 담았다며 6개를 병에 담아 넘겨주니 석천공도 크게 기꺼워하며 하하 웃고 둘은 잠시 떠들다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화가지에서 또다시 살기의 침식을 걷어내는 데 집중함


눈 깜짝할 새 수년이 지나 드디어 거대 배는 흑치역의 주성 흑치성에 도착하고 진선계의 거대 성에 비하면 손색이 있지만 거대한 성의 높은 저택에 내린 한립 일행은 흑치역주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검은 비늘의 옷을 입은 남자의 안내를 받아 거대한 대전의 위에 검은 머리와 수염을 가진 일반인의 2배는 되는 기골의 사나이가 근육에 부풀은 검은 금포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보게 됨

아래에는 8개의 의자에 1자리를 뺀 7명이 앉아 있어 묘령이 역주 어르신을 뵙는다며 절을 하고 한립 등도 모두 절을 올리며 뵙습니다 라고 인사를 해 대전 위의 거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행을 훑다가 마광에 잠시 머물어 의혹을 잠시 발하다가 이내 넘어감

대전 안에서 가장 높은 수행을 가진 이는 흑치역주로 태을경 중기이고 나머지 영주들은 모두 금선지경인 것에 한립이 흑치역은 그다지 강한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왜 이리 늦었냐고 타박하는 일곱 의자의 뚱뚱한 노인에게 묘령이 우리 탑목달 대회에 니자타역이 쳐들어와 수습하느라 늦었다고 공손히 대답하니 일곱 영주들의 얼굴빛이 크게 변해 놀라고 흑치역주만이 이미 알고 있는 듯 나중에 포상을 내리겠으니 자리에 앉으라고 명해 묘령이 마지막 남은 여덟 번째 의자에 앉아 한립 등은 그 뒤로 이동함

삼역회맹의 기일이 다가오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흑치역주는 일단 다들 물러가라고 한립 등 각 영주의 수행원들을 물리고 여덟 영주들만이 남아 뚱뚱한 노인 영주가 묘령을 향해 당신이 데려온 수행자 3명은 기운이 독특해 삼묘족이 아닌 듯하다고 추궁해 묘령이 그들은 소호역의 허합족으로 니가타역을 물리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대답해 영주들이 소호역의 허합족이라고? 라고 크게 놀라 넋을 놓음

여전히 뚱뚱한 노인은 불만이 많지만 흑치역주가 괜찮다고 인정해 그제야 입을 다물고 묘령은 기쁘게 명을 받듦


한립 등 3인방은 성을 돌아다니며 석천공은 돈이 될 물건들을 찾아나섰고 한립은 곧바로 건물 하나에 자리를 잡고 화가지에 들어가 석경후와 삼역회맹에 대해 상의를 해 세살지를 찾으려 한다는 것을 알리고 석경후는 내 도움을 바랄 생각을 말라며 시간의 법칙도 있고 실력도 괜찮은 놈이니 모험도 해보라며 내가 조력자가 되겠다고는 했지만 죽음을 자초하면 말리지는 않겠다고 콧방귀를 뀌고 말을 마침

살기 제거에 대해 석경후의 조언을 얻으려 했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어 아쉬운 한립은 수라성에서 자연히 유명한 세살지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테니 석경후가 도와주면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상관 없다고 눈을 감고 흑치역주와 영주들의 이야기가 끝난 3일째의 이른 아침에 광장에 모여 흑치역주가 준비한 한 척의 흑옥석 배에 올라타 날아가기 시작함


시간은 물처럼 흘러 30여 년이 지나가고 검은 누선 하나가 지평선에서 다가와 성문 앞에 착륙하니 흑치역주를 위시한 일행이 행렬을 이루며 입장해 한립은 회계에서도 대성으로 자자한 수라성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하고 성문을 지키는 회색 두루마기에 눈꺼풀 아래부터 볼까지 희끗한 뱀의 비늘이 자라난 호위들을 보며 묘령에게서 저들은 구유역의 통령 종족인 구유족은 아니고 그들의 열화판 노예들이라며 실제 구유족은 하나하나가 수행천재라 뼛속까지 자만스러우며 수가 적다고 태을 후기급의 기운을 풍기는 볼이 움푹 파인 검은 장포의 노인을 가리킴

과연 그 노인은 뱀 비늘도 없고 흑치역 대열이 가까워짐에도 힐끗 바라만 볼 뿐 여전히 의자에 앉아 일어나지도 않아 그 옆의 뚱뚱한 구유족이 그나마 몸을 움직여 인사조차 하지 않고 이리로 오라고 시큰둥하게 안내해 흑치역주 등도 불쾌한 기색을 애써 감추고 영주들은 조용히 욕을 내뱉지만 꼬리를 내리며 따라감

예상과 다르게 문 앞에서 팔각형의 검은 수정을 눈에 비쳐 각 종족과 내력까지 알아내는 식으로 검문을 하지만 마광은 허합족의 몸을 차지했고 한립도 반쯤 회선이 된 상태라 석천공만 걱정인데 드디어 삼묘족 차례가 되어 묘령과 묘수 등 3명이 먼저 불쾌하다는 듯 통과하고 한립 일행 차례가 되어 석천공이 려 수사 우리 차례인데 어떡하죠? 라고 안절부절 못해 한립이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고, 누군가 들키면 내가 수단을 총동원해 시간을 벌어 당신의 공간 비술로 도망치면 되고 실패해도 마광 수사가 목숨을 걸고 살수를 펼쳐서라도 막을 것이라 안심시켜줌

이에 석천공이 친우의 침착함에 감탄했다고 전음을 보내고 마광은 조용히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니 가장 먼저 검사를 받은 마광은 허합족이 왜 고작 삼묘족의 객경 장로 노릇을 하냐며 검은 장포의 노인이 나타나 공간 법칙의 힘으로 억누르기 시작하지만 마광은 능글맞게 허합족이 무슨 짓을 하건 당신과 상관이 있냐고, 구유족이 허합족에게 관여하려는 것이냐 받아쳐 노인이 이곳은 구유족의 땅입니다 라고 차갑게 답하다가 마광이 이곳은 삼역회맹을 하는 곳이니 허합족이 삼묘족의 객경 장로를 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다면 가져오라고 으르렁대 그제야 못마땅한 얼굴로 보내줌

옆의 일반 구유족들은 마광에게 황급히 노인의 무례를 사과하고 노인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팽 돌려 삼묘족은 은근히 마광의 통쾌한 반격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까지 하는데 다음 차례인 한립은 검사를 받고 노인이 너의 이 눈은... 이라고 괴상한 표정을 지어 들켰는가 생각해 손을 쓸 준비를 하다가 혼혈로 태어난 이들 중에는 체내의 살기가 혼탁해 눈에 나타나는 색이 옅은 이들도 있다는 노인의 중얼거림에 애써 자신을 무시하는 것에 화를 내는 척 표정을 일그러뜨려 노인의 흥! 들어가라 라고 경멸하는 듯한 대답을 받음

마광이 앞서 난리친 덕분에 구유족 장로인 노인이 신분을 따지기 어렵게 되어 다행인데 불행히도 석천공은 살기가 너무 적어 구유족 장로들이 눈이 이상한 것 같다고 수정을 거두고 직접 살펴보려 들어 한립은 탄식하며 석 수사 마광 수사 준비하십시오.. 라고 소매에서 금빛을 꺼내려 하고 석천공도 은빛 비파를 막 꺼낼 참이며 마광도 장난스런 기색을 거두는데 바로 이 때 갑자기 뒤에서 아니 흑치역의 벌레들 아닌가? 수라성 회맹에 참여할 자격은 아무에게나 주는가? 하는 거친 고함과 함께 푸른 갑옷을 입은 거대 청피 원숭이가 뒤에 100여 명의 부하를 이끌고 다가와 구유족의 음산 장로조차 손을 멈추고 그쪽으로 시선을 돌림

이에 석천공이 식은땀과 함께 한숨을 돌리고 원숭이는 누가 나를 찾느냐? 하며 나오는 흑치역주를 향해 태을 중기의 힘을 발휘해 창을 휘둘러 흑치역주가 검은 수정광의 둥근 방패를 꺼내 이를 막아내고 오중산, 여기에서 두 역이 한 판 붙자는 것이냐 라고 차갑게 묻지만 그 눈은 구유족 장로들을 향해 은근히 말려주기를 바라고 있음

하지만 구유역 장로들은 둘 다 눈을 감고 모르는 척을 해 방관할 생각임을 알아챈 흑치역주가 표정을 굳히며 파랑호 전투에서 내 조카를 죽인 범인만 내놓으라는 청피 원숭이를 향해 흥 감히 나의 흑치역에 침입했으니 죽어 마땅하다! 라고 냉소해 둘의 기싸움은 점점 치열해지고 이를 틈타 석천공이 재빨리 한립 곁에 도망치고 원숭이 오중산은 죽고 싶느냐! 라고 본격적으로 손을 쓰기 시작함

한립이 마광에게 전음으로 일이 심각해지기 전에 막아달라 부탁하고 이에 마광이 부채를 탁! 펴며 앞으로 나아가 내가 죽였는데... 어쩌게? 라고 태을 중기의 힘과 함께 검은 안개를 피워내 오중산이 흑치역에서 등장한 2번째 태을급 수사가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자 당황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기호지세라 마광에게 손을 날리지만 마광은 이미 웃음을 흘리며 발밑이 연기로 녹아내려 흑치역과 니가타역이 제대로 전투를 일으킬 판국이 벌어짐

그제야 구유족 흑포 노인이 입을 열어 손을 거두라고 경고하고 수라성은 너희 싸움터가 아니니 돌아가라 해 오중산은 도망칠 구멍이 생기자 즉시 빤쓰런을 했으며 흑치역 사람들도 다들 자리로 돌아와 음산 장로도 석천공을 검사하는 것을 얼렁뚱땅 넘겨버려 위기를 지나가게 됨


저녁 무렵 흑치역 일행은 수라성 구유족이 준비한 궁전에 묵고 있는데 한립 일행은 삼묘족 영주 묘수 등을 만나 여기서 우리는 따로 움직이려 한다고, 삼역회맹을 구경하러 왔는데 이대로 머물다간 칼부림이 일어날 것 같아 즐거운 것을 찾는 우리는 보물이 있나 다니고 싶다고 마광이 전해 어쩔 수 없이 보내주는 묘수의 딸 묘령은 그렇다면 붙잡지 않겠다며 수라성에서 외족에게 허락된 구역은 낙호, 수산, 호명 3곳이니 주의하라고, 그리고 묘수족과 관계가 없음을 알리기 위해 위장을 해야 할 것이라 말하며 무언가 괴기한 눈빛을 조용히 빛냄

마지막으로 묘수가 구유역은 오랫동안 당신들 윤회역의 종족들을 적대했으니 기습당할 수도 있다 말해주고 작별 인사를 하니 묘령은 뒤돌아 아버지 그들은.. 하고 무언가 의문을 제기하려 하지만 묘수가 안심하라고, 허합족의 기운은 분명하니 거짓이 아니고 두 가신도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며 우리에게 한 표를 주기로 했으니 적대하지 말라고 손을 흔들어 제지해 묘령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버지도 참... 하며 모처럼 즐겁게 구경을 기다리는 표정을 짓는 아버지를 향해 미소지음


이튿날 새벽 한립 일행은 궁전을 떠나 성의 북쪽으로 향하니 총 9대성구로 나누어진 곳 중 수산구는 살기가 왕성한 천 길 봉우리가 있으며 궁전이 있던 곳은 입국장에 가까우니 다른 지역에 가려면 3구를 지나야 하기 때문임

대부분은 인족과 비슷하지만 여위고 냉담한 얼굴로 한립 등을 차갑고 적개심 가득하게 바라보며 지나가니 마광조차 유노(구유족의 노예 종족)들은 하나같이 목매달아 죽은 귀신들 같다고 혐오스러워 하고 한립과 석천공은 윤회전을 통해 돌아갈 기회가 있다는 것을 상의하며 혼자서 먼저 윤회역으로 가서 한립이 구유역에서 돌아오는 것을 기다릴 지, 혹은 구유역에 함께 갈 지 이야기를 나누어 석천공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후자를 택해 구유족의 성지인 세살지에 숨어들 계획을 세우기 시작함


수라성의 수산구의 거대한 천 길 봉우리 위에는 한 궁전이 있고 그 앞의 광활한 흑석 광장의 울타리에는 일흑일백의 두 인영이 멀리 떨어진 낙호구를 바라보고 있으니 하나는 검은 용 무늬가 새겨진 장포를 입고 맨발에 고풍스러운 녹슨 청동 갑옷을 입은 무표정한 남자고 다른 하나는 수염과 머리카락이 희끗한 노인으로 몸에는 품위 있는 설백 법포를 펄럭이며 강력한 물의 법칙의 파동을 일으키고 있어 노인이 검은 남자를 향해 이번 회맹의 투표에 얼마나 자신이 있냐고 묻고 남자는 3할 미만이라고 차갑게 말해 노인이 눈썹을 찌푸리며 이거.. 벌써 이렇게 많은 부족들이 윤회역으로 넘어갔는가 라고 중얼거림

두 사람이 상의를 하는 도중 검은 남자가 우리 회계의 상황을 보고 당신들이 윤회역의 힘으 소모하는 것을 돕겠다며 너희 천정이 이런 식으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싸움을 관전할 생각은 그만두는 게 좋다고 노인에게 냉소해 흰 장포의 노인도 이마에 핏줄이 서지만 상대방이 도조가 된 이후로는 몇 년째 이름조차 부를 엄두가 나지 않아 다시 화를 가라앉히고 음승전, 우리 천정의 힘이 문제가 아니라 너희 구유족의 땅에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전해 음승전도 당신들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다만 너희가 쓸 데 없는 짓을 했다가 일어난 일에 나를 탓하지 말라고 차갑게 대답하고 떠남


수라성 내 무역이 집중되고 각 종족들이 다녀 한립 일행도 눈에 띄지 않는 호명구에서 한립 3인방은 넓은 광장을 찾아내 이곳의 사람들이 다들 작은 주머니와 검은 나무 상자를 가지고 다니며 판매하는 것을 지켜봄

석천공은 여러 상인들과 흥정을 하며 밀고 당기기와 외족인 자신에게 구유역 지도를 팔았다는 것을 빌미로 협박까지 적당히 해가며 쓸만한 재료들을 사들여 정순한 살기가 들어간 모살석을 싸게 샀음에 기뻐하고 이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전도가(서로 교환하는 거리)에 들어가 특이하게도 구유역 내 부족이 아닌 흑치역의 우담 영역에 사는 우산족이 운영하는 상점에 들어가 수라성 지도를 구하고 싶다고 넌지시 이야기를 꺼냄

상점 주인이 그건 금지되었다고 소리를 낮춰 우물쭈물하다가 나도 위험 부담이 있으니 가격이 비싸다고 머뭇거리며 입을 열음

이에 석천공이 웃으며 주인장의 사정도 당연히 안다고 말하지만 회정 50개를 부르는 주인을 향해 책장을 훑어보며 그건 너무 비싸고 최대 10개를 불러 주인이 너무 독하다고 투덜대는 것에 지도가 진짜냐고, 그럼 세살지도 적혀 있냐고 떠봐 놀랍게도 아주 예전에 절판된 정식 지도라 적혀 있다는 것에 15개까지 쳐준다고 제안함

하지만 상점 주이도 40개 이하는 절대 안 된다고 우겨 결국 둘은 중간인 회정 28개로 흥정을 마치지만 석천공은 돈을 지불할 기미가 없어 주인장이 한립 쪽을 바라보자 한립이 한숨을 내쉬며 회정을 지불하고 가게를 나와 고작 회정 몇 십개로 이렇게 굴기냐고 투덜댐

이후 지도를 확인한 일행은 지금 있는 곳에서 100여 장을 지나 여러 구역을 통과해야 세혼구에 도착해 금제까지 지나야 세살지에 들어갈 수 있음을 확인하고 그 순간 커다란 종소리가 수라성에 울려퍼지며 시작된 삼역회맹에 이 혼란한 틈을 타 잠입하자고 눈빛을 번쩍이며 앞으로 나아감


4줄기의 백광과 함께 종이 울리는 낙호구 중심의 광장에서는 바닥의 하얀 벽돌에서 흰 안개가 구름처럼 퍼져나가 수많은 이들이 회맹을 위해 모여들고 있는데 점점 굵어지던 빛줄기는 마침내 거대한 기운과 함께 터져나가 하얀 석대가 하늘에서 서서히 내려오니 고풍스러운 느낌의 원탁을 보며 다들 감탄하기 바쁨

이 때 한 줄기 검은 빛과 함께 청동 갑옷을 입은 잘생기고 냉담한 눈빛의 남자가 내려오니 바로 음승전이라 다들 역주님을 뵙습니다! 라고 해일처럼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음승전은 이들을 향해 삼역회맹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공정하게 맹이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니 자유롭게 다니시라고 외쳐 음 역주께서 정정당당하게 처신하여 탄복한다고 3명의 검은 옷의 인영들이 무대에 나타나 감탄을 함

놀랍게도 짙은 눈썹에 새까만 피부를 지닌 중년 남자를 필두로 한 곰처럼 웅대한 청년과 지팡이를 짚은 흰 수염의 노인이라 음승전이 예를 갖추고 사람들은 흑승역주(윤회역 구유역 흑승역의 3대 구역 중 하나)라고 지리와 기후 때문에 모두 피부가 까맣다더니 사실이라고, 저 남자는 흑승역 부역주 소불야이고 다른 둘은 흑승역 13성사 중 명왕성사와 천살성사로 절대강자들이라고 다들 흥분하기 시작함

소 부역주께서 과찬해주신다며 음승전이 차가운 미소를 짓고 이어서 또다른 3사람이 무대 위에 나타나 음 역주께서 그 말을 잊지 않고 지켜주셨으면 좋겠군요 라고 말해 아름답지만 애처로운 표정의 백발 청년을 필두로 한 철탑 같은 거구의 중년 대장부와 흰 치마를 입고 몸매가 굴곡져 용모도 매우 아름다운 가운데 눈썹이 길어 그 속에 매서운 느낌을 풍기는 이들이 나타나니 놀랍게도 한립이 있었다면 바로 알아봤을 여인, 바로 교3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