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니그라토는 글은 잘쓰는데 정신적으로 맛이 간것 같다. 라고 대강 평을 한적 있는데,

니그라토가 글을 잘쓴다니 13월 니가 개눈깔이 아니냐는 댓글이 많았었다.

사실 니그라토 글을 보면 주술어도 안맞고, 거만하고 위압적이며 설명조의 문장만 죽죽 이어지니깐, 그런 댓글이 이해 안가는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니그라토의 문장력이라든가 단편소설들이 아무 값어치 없는 쓰레기들이라고는 생각안한다.

오히려 몇몇 단편들은 꽤 재미있고, 문장이 투박한 부분은 있어도 소설로도 괜찮은 편이다. (2010년대 초반작들까진..)


물론 그 때 단편이라해도 하나같이 이야기의 얼개는 맞지 않고, 캐릭터는 뜬금없이 등장하고 사라지고, 갈등같은 것도 복선 없이 뜬금없이 등장했다 사라지곤 하는데 그런 단점들이 그 당시의 단편들에는 오히려 장점인 부분이 있었다.


해당 소설들을 쓰던 시기가 니그라토의 나이 10대 후반, 30대 초반 정도의 나이가 아닐까 싶은데, 나는 그 시절에 니그라토가 쓴 몇몇 단편들에게서 청년 특유의 날서고 싱싱한 독기, 불완전 연소된체로 사라져버리고마는 허망한 하루와 가능성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신 이외의 세상의 모든 것들을 진심으로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하는 듯한 반의 반쯤만 미친 사람의 비릿한 광기가, 마치 해지는 수산시장의 수챗구멍의 거름망위에 널려있는 내장들을 보는 것 같아 읽는 동안 퍽 즐거운 마음이 들곤 했었다. 썩은내가 나고, 꽤나 지저분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문장들과 단어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비단 나만은 아니었을 거라고 믿는다.


그 시절의 니그라토의 글들에는 제대로된 결말이라는 것도 없다. 어떤 이야기를 볼 때, 꿈도 희망도 없다는 말을 우리는 하곤 하는데, 니그라토의 글이 그렇다. 꿈도 희망도 없다. 약간의 모성이외에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상호관계나, 따뜻한 감정같은것은 찾아볼 수 없다.


제대로된 복선도 캐릭터간의 관계같은것도 없다. 사건은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갑작스럽게 종착된다. 어떤 글은 결말도 없이 전 단계에서 끝이라고 결말이 나버리곤한다. 대강 이런식이다.



나는 정신병자다. 어릴적 부터 나는 소외받아 왔다. 지금도 세상의 모든 것들이(어머니를 제외한) 나를 박해하고 있다. 나는 세상을 죽여버리고 싶어한다. 어머니는 늙고 병들고 있다. 따라서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어머니가 살아있는 동안(어머니는 세상과의 창구이자 보호자이기도 하다.) 나는 그럭저럭 살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늙어가고 있고, 언제가 죽을 것이다. 나 또한 어머니가 죽은 뒤에는 언젠가 나는 죽을 것이나, 그 사이에는 긴 공백의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 공백의 시간을 살아가는 기간이 나는 두렵다. 점점 더 두려워지고 있다. - 끝 -



단편소설의 짜임새로 보면 말도안되는 거지만, 나는 이 소설들이 괜찮았다. 현실이 더욱 소설같다는 말도 있긴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소설보다 현실이 비정하다. 현실에 기반을 둔 이상에 오히려 사실적인 관점에서는 이런 결말이 더 어울리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신병자가 어떤 사건을 겪으며 성숙해가는 과정이라거나 타락해가는 과정이 보통의 소설이겠지만, 소심한 정신병자가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이상엔 어떤 사건이 일어날리도 없고, 성숙해지거나, 추락해가는 과정 같은것도 있을 수가 없다. 모든 사건에서 의욕없이 회피하고 있는 동안엔 그냥 모든 상황이 조금씩 나빠질게 아니겠는가? 니그라토가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면, 이 단편들은 꾸밈새는 없어도 꽤 솔직하고 재미있는, 나름대로의 호소력이 있는 단편이라고 본다.


그 '그럭저럭 괜찮았던 소설'들을 생산하던 니그라토는 대강 2010년대 초반을 넘어서 갈수록 기괴한 단편들을 끼적거리기 시작한다. 기존 단편들에 존재하던 '상처받고 정신에 이상이 있는 나'가 차츰 사라져가고, 나를 박해하는 세상의 비중이 차츰 커진다. 니그라토의 단편들에 내재되어 있는 분노들도 이제는 자기 혐오가 아닌 세상에 대한 혐오로 나아가는데,


그 이전에는 본인이 세상에서 박해받는 원인이 어릴적의 애증의 관계이던 부모와 가족, 더불어 소심하고 사회적 능력이 떨어지는 '나 자신'이었다면, 2015년 정도의 단편에 가선 '부자' '세상의 이너서클들'이 된다.


대강 2015년 전에는 소설속의 사건들이 나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이었다면, 2015년 즈음을 기점으로 해서는 '부자' '이너서클'들이 세상에 저지르는 거시적인 행위가되어버린다. 이것은 당연히 재미가 없다. 더불어 니그라토 본인이 그렇게 교양이 있고, 배운사람도 아니며, 뭣보다 사회(사람간의 상호작용)에 별 관심도 없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 사람이 세계를 뒤에서 움직이는 어떤 거악이나, 그 아래에서 돌아가고 있는 갈등같은 것을 재미있게 서술할 능력이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때문에 그의 소설 자체가 아무런 호소력을 지니지 못하게된다. 이전의 글이 소설이었다면, 이 후의 글은 망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니그라토의 소설들은 갈수록 파편화 되고 산문화 되어간다.


 단점투성이의 글이지만 몇몇군데 번득이는 장점이 있던 그의 글이 단점뿐인 글이 되는 것을 보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기에 나는 그 무렵의 그의 소설들은 거의 읽지 않았다. 읽으려 해봤지만 읽지 못했다.


아직도 니그라토가 살아있는지, 글을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최근 들어 꽤나 바쁜 삶을 살다가 아주 오래간만에 니그라토라는 작자가 생각나서, 이전의 그의 소설의 평을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던게 생각나서, 또 소싯적 그가 썼던 코끼리 바다표범, 넝마주이의 죽음, 히키코모리 방콕기 등의 몇몇 단편들이 몇년만에 생각이 나서 몇자를 적어보았다. 입에바른 덕담 몇마디를 적어주는게 결말에 나을까 싶지만, 그런건 니그라토에겐 아무런 필요가 없으니 이만 여기서 글을 줄인다. 하고 싶은 말은 대강 다 한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