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니 기분이 센치해져 가진 소설들을 되작되작 펼쳐본다.


무협은 아닌데 김신용의 고백. 처음 읽었을 때, 엄청나게 감탄했는데. 시부랑탕이 부서진 지게를 지며 자기구제에 나섰을 때, 가슴이 콩닥콩닥 뛰던 기억이 난다. 삶에 찌든 지금에야 죽지 않는 한, 삶의 무게를 끝없이 감당해야 한다는 은유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만...


본론으로 들어가서...


1. 소수겁


내가 절대영웅이란 제목으로 가지고 있는 와룡생의 '소수겁'. 최종 보스는 남궁대부인이지만, 메인 빌런인 남궁세가 오대부인이자 과부인 전수령이 꽤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중원사군자의 죽음을 계기로 남궁대부인의 음모를 파헤치려는 임무심의 조력자 포지션으로 등장하지만, 기대했던 연심에 대한 배반으로 악역으로 돌변하는데 머리가 제갈량 뺨 칠 정도라 임무심이 급기야 피를 토하며 혼절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후반부는 다른 작가가 대필했다고 하는데, 어차피 와룡생 본인도 뒷심이 워낙 약한 양반이라 별 차이를 못 느꼈다. \


2. 천검절도


인상에 남는 무협소설 얘기할 때 항상 말하는 작품으로 와룡생 이 작가가 전대 고수와 무공 전승 부분을 기가 막히게 잘 쓰는데, 천검절도는 그 중에서도 그걸 더욱 잘한 작품이다. 그런데 무공을 다 배우고 강호로 출두하면서부터 재미가 급반감하여 뒷부분은 거의 기억이 안 난다.


다만, 개막장 하나가 또렷한데, 주인공 일가를 멸문시킨 범인 중 하나가 주인공의 친어머니였다는 거다. 바람 나서 남편, 자식을 다 죽이려 하는 어머니라니... 내가 이걸 초등학생 때 봤으니...


3. 검기천환록


국내명은 곤륜산맥이다. 곤륜파의 시그니쳐 무공 운룡대팔식이 세계 최초로 나온 작품이자 온살마군 주오절이 나온 작품이다.


명나라 황족인 뉘앙스가 살짝 풍기는데 온살마군의 온瘟은 역병을 이르는 말로 역병 같이 무서운 ㅅㄲ란 뜻이다. 별호에 마군이 들어가면서도 익힌 무공은 건청파의 정통 도가무공이고, 볼드모트마냥 그의 이름을 부르는 걸 꺼려 본인마저 이름을 잊어먹었다. 위의 주오절은 이름이 아니라 별명인데, 금기서화 플러스 무예에 정통하여 오절이라 부르는 건데, 사람을 죽일 때도 이 다섯 가지 항목에서 상대가 잘하는 부분으로 겨뤄 육체적·정신적으로 능욕하고 죽인다.


주오절에 비하면 황약사는 태양 앞에 오촉전구?라고 비교한 분도 계신데,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것이 황약사는 동사라는 별호치고는 사람 목숨을 귀히? 여기는데 반해, 주오절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비뚤어지고 괴이한 성격에 포도 송이에서 포도 따듯 사람 목숨을 취하는 인간이라 마두 느낌이 역력하다. 그러면서 인텔리한 점이 한니발 렉터 삘도 살짝 나면서 멋짐.


4. 연검풍운록


명황성 3부로 나왔다. 이 작품엔 천하제일마두 교북명이 나오는데, 그 교북명이 정말 짠내나는 콩라인이다. 번역자가 쑤셔넣은 서자평 분량을 제외하고 본다면, 연검풍운록은 천하제일고수 장단풍을 넘어서려는 교북명의 분투기쯤으로 읽히는데, 양우생은 군자다운 모습이라 생각해 넣었겠지만 결투 전에 매번 그 귀한 소환단을 던져주며 체력 만땅인 상태로 덤벼볼래? 하는 장단풍의 행동은 티배깅이 따로없다.


불굴의 정신을 지닌 교북명은 마지막까지 쳐맞고 무인도로 들어갔지만, 삼 백 년 뒤에 격세제자 여승남이 어렵게라도 장단풍과 곽천도의 전인이라 할 수 있는 당효란을 꺾었으니 저승에선 마음의 위안을 얻었을 듯.


5. 유성.호접.검


뭐, 이런 간교하고 야비한 ㅅㄲ가 있나 생각이 드는 배신자 율향천이 메인 악역인데, 소설 분위기 자체가 손옥백 세력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느낌을 굉장히 잘 살렸다. 그래서 율향천이 유능한 악역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비행기를 태웠다 떨어뜨리는 작가의 솜씨가 천의무봉에 이르렀는데, 용문방을 거의 손아귀에 쥐었던 율향천이 바닥으로 기다가 믿었던 단 하나의 친구에게 배신당하며, "너는 노백을 배신했으면서, 왜 나는 너를 배신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느냐"라는 뉘앙스의 말을 듣곤 참담히 죽어가는 장면은 과연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