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어느 무갤러가 김용의 무협소설을 20번씩 읽었단다... 참 반갑다. 나는 20~30번씩 읽었다... 돈이 없던 시절이라서, 읽은 책을 또 읽는 독서 습관이 있었거든. 딱 한 번만 읽는 독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이해를 잘 못하겠지만, 돈이 없는 시골소년/시골청년은 그럴 수도 있는 거다. 공부와 담을 쌓고 수업시간에도 몰래 무협소설을 읽는 고딩은 그럴 수도 있는 거다. 


김용의 무협소설들의 특징이라고 할 것 같으면 나는 '기이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이한 무공, 기이한 대결, 기이한 인물, 기이한 사건, 기이한 무기, 기이한 영약, 기이한 스토리, ...  이런 기이함은 다른 무협소설에도 등장하지만, 김용무협소설만큼 많이 등장하지는 않은 것 같다. 


장점만 있으면 좋겠지만, 단점들도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초반이 지루할 수 있다. 나는 사조영웅전을 읽을 때 1권은 재미가 없이 지루하더라. 그래서 3번인가 시도하다가 그만 포기할 뻔했다. 나는 의천도룡기로 김용무협소설에 입문했는데, 의천도룡기를 아주 재미있게 읽고 나서야 비로소 김용작품에 관심이 생겼고, 사조영웅전을 다시 읽을 때는 1권 후반부터 읽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곽정이 몽고를 떠나서 강남으로 가다가 주점에서 황용을 만나는 바로 그 시점 말이다. 김용의 다른 무협소설도 장편일 경우에는 초반이 좀 지루하게 느껴질 여지가 있다. 그런데 나는 이걸 빌드 업이라고 생각한다. 곽정이 왜 몽고에서 살다가 강남으로 가게 되었는지, 그 앞의 스토리들을 쫙 늘어놓았는데, 이게 빠지면 전체 스토리가 연결이 안 될 것이 아닌가? 이런 빌드 업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빌드 업이 지겹다고 1권짜리 배경 설정을 수십 페이지 정도로 축약할 수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무협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이 우연하게 만나는 것을 무지무지 싫어하더라. 등장인물들이 서로 만나지 않으면 스토리가 진행이 될 수 없다. 이 점만 생각해도 이런 우연한 만남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단점들을 더 들먹이지는 않겠다. 어느 무협소설이든 단점이 없는 무협소설이 있으랴. 길게 따질 필요가 없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무협소설을 찾아서 열심히 읽으면 될 뿐이고, 취향에 안 맞으면 읽다가도 중간에 던지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