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마지로 작품.

  
탐관이자 혹리인 강철경이 유배를 가자, 그를 처단하기 위해 좇아 나선 추격자들의 이야기다.


읽은 지 한참되어 다시 읽었는데, 그것도 몇 달이 됐다. 쉬는 날 생각난 김에 간단한 감상 정리.




1. 무료인 게 아까운 작품인 건 맞는데, 다시 읽어보니 명작까진 아닌 것 같다.

2. 전투씬은 대단히 훌륭했다. 특히, 28수 중이 그 죽창 쓰는 적의 패도적인 기세며 리치, 강동대협이 흑풍도를 펼칠 때, 정말 바람 같이 파고 들고 빠져나간 묘사는 '와, 진짜 이런 사람이 작가구나' 하게 되더라.

또한, 실험적인 것이 추격자 집단과 28수의 무기가 중복되는 게 없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무기를 어떻게 묘사할 것인지 공들인 게 확연히 드러난다.



3. 그런데 이야기는 꽤 작위적이었다.


4.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인물은 노독당 기유태. 이 노인은 정말 절세협객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인물이다. 초지일관, 어떠한 내적갈등 없이 세상의 악을 처단한다는 신념을 관철한다. 그러기에 등장인물 그 누구보다 힘이 있다.


5. 그런데 나머지가 뭐... 예로 재물과 보신 때문에 간을 보던 호면호 곽가로 같은 경우, 의제 서일추가 죽은 순간부터 목표가 복수로 바꼈다고 볼 수 있는데, 결말에서까지 그렇게 탐심에 대한 후회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한다. 사족인데다 후일담에선 아예 캐릭터가 다른 것 같고.


6. 만려일발 하무린의 경우도 그의 과거사를 보면, 그의 내적갈등이 이제사 또는 엉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지만, 그게 하무린이라는 인물에겐 자연스럽지 않고 비장감을 떨어뜨리는 장애가 되더라.


7. 중립적 관찰자 정도의 역할인 황자형의 경우는 갈등의 파도가 너무 얌전했다. 강동대협처럼 되기 싫었다는 그 자신의 말에 따르면, 강철경의 유혹은 더 강렬해야 했고 황자형은 요동치듯 흔들리며 항금용이나 강동대협처럼 자기합리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양손의 꽃이라는 연애 라인이 이 갈등의 파도를 더욱 얌전하게 말했고.


8. 결정적으로 강철경이 너무 전형적인 악당이었다. 악의 평범함을 보여줬다면, 추격자들 내지 황자경 및 28수의 갈등과 행동에 당위 및 긴장감을 불어넣었을텐데.

9. 이렇게 쓰고 보니 확실히 그렇게 정리가 되네.


작가는 이 이야기를 군상극으로, 또 추격자와 강철경 두 측으로 나눠 전개했는데, 강철경이 그냥 악이다 보니, 작가가 꺼낸 추격자들 개인의 화두가 그냥 자문자답으로 끝나버렸고 악의 동조자들 역시 '어쩔 수 없이'라는 이유로 사연이 뭉뚱그려졌다.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에서 여러 시도와 노력을 들인 작품이란 건 분명하다.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