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겹겹이 쌓인 안개를 걷어내고 종남파 몰락에 얽힌 추악한 비사(祕史)를 정확히 꿰뚫어 보신 무갤신마 대협의 신기(神技)에 가까운 혜안에 깊은 존경과 탄복을 표하오이다. 대협의 글을 읽고 나니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하였소.

다만, 대협의 고견을 접하고 나니 소생의 우둔한 머리에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이렇게 가르침을 청하게 되었소이다.

금일 밝혀진 바에 따르면, 천하를 호령했던 종남파의 근간이자 유백석 선인이 창안한 '육합귀진신공' 그 자체에는 주화입마를 부르거나 인륜을 저버려야 하는 그 어떠한 결함도 없었던 것으로 판명되지 않았소이까. 무학 자체는 지극히 순수하고 완벽했단 말이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강한 의문이 드오. 당대 최고의 기재들이자 종남의 기둥이었던 우일기, 정립병, 매종도 이 세 분의 선인(先人)들은 어찌하여 후대를 위해 신공을 융합할 온전한 안배(按排)를 남기지 않았단 말이오?

시간이 촉박했다 하기엔 우일기와 정립병 모두 각자의 동혈에 유진(遺陣)을 남길 정황이 충분하였고, 매종도 역시 천양신공이라는 무서운 기형(畸形)의 안배를 남길 여유가 있었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 명의 천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육합귀진신공의 진정한 합일 비결'만큼은 철저히 침묵하고 파편화시켜 버린 진짜 연유가 무엇이라 추측하시는지, 대협의 깊은 통찰을 감히 여쭙고 싶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