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단순한 가죽 끈이 아니었다. 종남파의 명운이 걸린 임영옥의 안위를 책임지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생명줄이었다.
"나의 양손에 사저의 생명이 달려 있다."
전흠은 은밀히 단전의 내공을 끌어올려 마차의 바퀴 하나하나에 진기를 불어넣었다. 돌부리에 채여도 마차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해남파에서 비전으로만 내려오던 전설의 신법, '무흔활보(無痕闊步)'를 마차에 적용한 신기(神技) 였다.
그때였다.
전흠의 예민한 기감이 우측에서 쏘아오는 날카로운 시선을 감지했다.
'살기(殺氣)인가?'
아니다. 그것은 살기가 아니었다. 뜨겁고도 집요한, 여인의 시선.
곁눈질로 확인한 전흠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옥봉(玉鳳) 누산산이었다.
그녀는 도도한 표정으로 전흠을 흘겨보고 있었다.
전흠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장문사형에게만 쏠리던 강호 선자(仙子)들의 시선이 나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구나.'
과묵하게 묵묵히 제 할일을 하는 사내. 그것도 해남의 거친 파도와 싸우며 자라난 야성미 넘치는 사내의 듬직한 옆얼굴에, 빙설처럼 차갑던
옥봉도 결국 마음을 빼앗긴 것이리라.
"왜 그렇게 자꾸 사람을 훔쳐보는 거에요?"
누산산의 앙칼진 목소리가 고요를 깼다.
전흠은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여인 특유의 앙탈. 강호의 여협들은 본래 이렇게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다고
전풍개에게 배운 적이 있었다.
전흠은 속내를 들킨 것을 무마하기 위해, 짐짓 무심한 척 핑계를 댔다.
"내가 언제 훔쳐봤다는 거요? 난 그저 소저가 말을 잘 타고 따라오는지 걱정되었을 뿐이오."
무심한 듯 다정한 사내의 배려. 이 정도면 그녀의 심장도 거세게 뛰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누산산의 반응은 싸늘했다.
"말이라면 소싯적부터 줄곧 타고 다녀서 당신보다 능숙할 테니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마차나 잘 몰아요."
누산산의 쏘아붙임에도 전흠은 오히려 짐짓 여유로운 음성으로 응수했다.
"소저가 날 몰라서 그러나 본데, 내가 해남에서 말 타고 해변을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알면 놀랄거요."
툭 던지듯 내뱉은 한마디. 전흠은 해남의 험한 파도를 가르며 자라난 사내의 묵직한 기백이 이 한마디에 담겨 전해졌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저 오만한 옥봉조차 이 무심한 여유 앞에서는 내심 흔들렸을 터엿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벼락같은 일갈이었다.
"흥, 해남? 스스로 바닷가 무지렁이라고 저렇게 자랑스레 떠벌이는 사람은 처음 보겠네."
일순, 전흠의 단전에서 맴돌전 진기가 역류할 뻔했다.
'바닷가 무지렁이?'
그는 속으로 피를 토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지. 나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중원의 기생오라비들과는 다르니까. 저 도도한 옥봉이 아직 이 투박하고 거친 해남 사내의 진국
같은 매력을 몰라볼 뿐이다. 여인의 독설조차 평상심으로 넘길 수 있어야 진정한 대장부인 법.'
애써 끓어오르는 속을 억누르며, 전흠은 도리어 이것이 기회라 여겼다.
'기다려라. 언젠가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이 바닷가 무지렁이의 검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보여주마.'
그때, 전방에서 일단의 무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왔다. 노소가 뒤섞인 대여섯 명의 무 림인들이, 중앙의 한 사람을 호위하듯 에워싼 채 접근하는
품이 심상치 않았다.
전흠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왔구나! 저 무리들이 수작을 부린다면 단 일검에 베어버리고 누산산을 구하리라. 나의 진가를 증명할 완벽한 무대다!'
전흠은 서서히 허리춤의 검병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의 뇌리에는 이미 성라검법의 살초가 번뜩이고 있었다.
"잠시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단정한 이목구비의 청년이 다가왔다.
전흠이 기세를 개방하며 앞으로 나서려던 찰나, 누산산이 말을 몰아 그의 앞을 휙 가로막았다. 전흠의 코앞으로 말꼬리가 스쳐 지나갔다.
"말해요. 무슨 일로 우리 앞을 막아선 거죠?"
누산산의 차가운 목소리. 그러나 청년은 검병을 쥔 전흠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오직 누산산에게만 시선을 둔 채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불쑥 앞을 막아서게 된 것에 사과드립니다. 저는 이천에 있는 서가보의 소가주, 서인걸이라 합니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누산산의 태도가 이상해졌다.
"이제 보니 서 소협이었군요. 그런데 우리에겐 무슨 일이지요?"
방금 전까지 자신을 무지렁이라며 벌레 보듯 쏘아붙이던 그녀가, 서인걸의 반듯한 외모와 정중한 소개를 듣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목소리에
나긋한 부드러움을 머금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누산산의 눈빛은, 며칠 전 그 '막돼먹은 놈'이라 부르던 손풍을 떠올릴 때 지었던 그 묘한 호기심 어린 빛마저 띠고 있었다.
전흠은 검병을 쥐려던 손을 허공에서 멈칫하다가, 슬며시 갈 곳 잃은 손을 내려 다시 마차의 고삐를 쥐었다.
가슴 한구석에서 무언가 바사삭하고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자신을 철저히 배제한 채 이어지는 젊은 남녀의 화기애애한 대화. 그 소외감 속에서 전흠은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음성은 한번도 자신을 향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시선은 늘 장문사형 아니면 손풍이나 서인걸같은 번듯한 배경과 훨친한 허우대를 갖춘
사내들에게만 닿아 있을 뿐이었다.
자신은 그저, 그녀의 말마따나 해남에서 온 말이나 끄는 '바닷가 무지렁이'였을 뿐이다.
잠시 후, 서가보의 가주 서해원까지 도착하여 인사를 나누고, 일행은 차를 마시기 위해 강변의 다관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앞장서는 서인걸의 뒤를 따라 누산산이 가볍게 말을 몰기 시작하자, 마침내 '마부' 전흠이 나설 차례가 되었다.
전흠은 조용히 고삐를 다시 고쳐 쥐었다.
그의 시야가 왠지 모르게 흐려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침 이슬 때문이리라.
해남의 짠맛이, 하남성 낙수 강변에서 느껴지는 듯했다.
"이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마부의 채찍질 소리가, 강바람을 타고 허무하게 흩어졌다.
미친놈아 전흠 그만 괴롭혀 ㅋㅋㅋ
동백기름과 악산대전 그리고 오늘 누산산과 에피소드까지 폭뢰검 전대협을 괴롭히는건 우리 무갤러들이 아니라 건승신마 용가놈이다 따지려거든 건승신마에게 따지거라 ㅋㅋㅋㅋㅋ
띵작이로다 ㅋㅋㅋ
빌어먹을.. 난 여자 후릴 자신이 없단 말이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