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가 삼십 초에 달한 순간, 두 사람의 기세가 급격히 변화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서인걸과 전흠은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패를 꺼내 들었다.

장문인 진산월의 당부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서인걸의 검 끝에서는 전광십사검의 매서운 오의가, 전흠의 신형에서는 성라검법의 극의를 담은 살기등등한 일초가 번뜩였다.

"이런!"

찰나의 순간, 핏방울이 허공을 수놓았다. 서인걸의 묵직한 일검이 전흠의 어깨를 깊게 베고 지나간 것이다.

선혈을 보고서야 서인걸은 진산월이 내걸었던 조건을 떠올렸다.

'만에 하나 다친 사람이 나온다면, 그를 승자로 하겠다.'

서인걸의 안색이 미안함과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그가 급히 전흠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미안하오. 불민한 이 사람이 호승심이 과하였소."

그러나 전흠은 어깨의 상처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평소의 그답지 않은 엷은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별말씀을. 한수 배웠소."

전흠은 그 말을 끝으로 초연하게 신형을 돌려 선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진산월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진산월이 아무 말 없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였다. 그 무거운 손길에 전흠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역시 사형께서는 알아주시는군.'

전흠이 마지막 순간에 펼친 것은 과거 남궁선과의 비무에서 승리를 안겨주었던 바로 그 초식이었다. 아니, 이제는 초식이라 부르기도 모호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일검. 그것은 성라검법 외길을 걸어온 그의 검도이자, 그의 인생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전흠은 서인걸의 몸에 검이 닿기 직전, 상대가 결코 자신의 검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오할의 공력을 거두어들였던 것이다.

'이제 나도 풋내기가 아니란 말씀이지.'

선실로 향하는 그의 입술 사이로, 마차를 몰며 적적할 때마다 불어대던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왔다.

'누 소저가 이 모습을 봤어야 했는데…… 그건 좀 아쉽군.'

휘파람을 불며 멀어지는 전흠의 등 뒤에서, 서인걸은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진산월은 서인걸에게 짧은 눈인사만을 건넨 채, 전흠의 뒤를 따라 선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홀로 남겨진 서인걸의 가슴 속에 깊은 비통함이 차 올랐다. 장문사형께 보이는 첫 모습이 이런 추태라니.

그는 하늘 같은 장문사형을 향해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변명을 늘어놓을 뿐이었다.

'설마하니 그가 삼할의 공력만을 실은 일검조차 막지 못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비무가 끝난 선상에는, 전흠이 남기고 간 휘파람 소리만이 쓸쓸한 강바람을 타고 맴돌고 있었다.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