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눈앞으로 날아오는 서른여섯 개의 변화를 감춘 일검을 냉정한 눈으로 보고 있던 고진은 자신도 수중의 검을 똑같이 앞으로 내뻗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출검이 진산월보다 늦었음에도 두 사람의 검은 중간에서 정면으로 맞부딪히게 되었다.

고진이 펼친 것은 연혼팔검의 최절초인 백락심연(魄落深淵)이었다. 변화는 열여섯 개에 불과해서 진산월의 일검에 절반도 되지 않았다. 다만 그 하나하나의 위력은 훨씬 더 강력한 것이었다.

파파파파파!

진산월이 펼친 서른여섯 개의 변화가 채 완성되지 못하고 급격하게 파해되어 갔다. 열여덟 개의 변화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남은 열여덟 개 중 다시 열네 개의 변화가 채 완성되지 못하고 고진의 검에 사그라졌다.

끝까지 살아남은 네 개의 변화만이 고진의 양쪽 옆구리와 관자놀이를 향해 날아들었다. 막 검광에 격중되기 직전, 고진은 슬쩍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뎌 너무도 수월하게 그 네 개의 검광을 벗어나 버렸다.

간단한 것 같아도 그의 걸음은 일섬풍(一纖風)이라는 형산파 비전의 무학으로, 표홀하면서도 가볍고 민첩해서 지금같이 짧은 거리에서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에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었다.

고진이 서른여섯 개의 변화 중 그 네 개만 남겨놓은 것도 그것들이 일섬풍으로 피하기에 가장 적당한 방위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고진은 단숨에 삼십육변(三十六變)의 천하무궁을 돌파하여 진산월의 지척에 도달했다. 수비는 거의 도외시하다시피 하고 공격적으로 초식을 펼쳤기에 진산월의 몸은 허점투성이였다.


군림천하 32 | 용대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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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용 초식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