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디 천한 도망자의 핏줄로 태어나 해남에서 자란 주제에 남전계퇴 귀족들과 비벼보려고 했던 것은 나의 불찰이었소."
전흠의 쳐든 칼날이 햇살아래 시퍼렇게 빛난다.
"좁쌀만도 못한 칼솜씨를 믿고, 장문사형과 소지산 사형을 업수이 여기고, 쓸모없는 팔이라면 차라리 팔을 자르는게 나을거라했던 나의 언어는 젊은 날의 치기어린 만용이었소. 모두 지난날 내 좁은 속이 만들어낸 과오요. 그러나..."
전흠의 눈이 늘그막에야 얻은 자신의 제자 '상화'를 향한다.
상화.
오십이 넘어서야 그게 얻게된 첫 제자. 그 기지와 총명함으로 스승을 기쁘게한 제자.
그러나 종남의 적출이 아닌 서출의 신분. 해남 출신의 사부를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멸시받으며, 성라검법 이외에 다른 검술을 익힐 수 없었던 제자다.
"상화 저 아이는 다르오. 못난 사부를 만나 이렇게 막되먹은 고생을 할 아이가 아니오. 죄많던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것을 보니 나도 늙었소. 이제 저 아이만은 떳떳한 종남의 문도로 자라게해주고싶소... 그러니..."
잠깐 망설이던 전흠은 이를 악다문다.
"스승님!"
상화의 절규!
볕아래 빛나던 전흠의 칼이 시퍼런 호선을 그린다.
그와 함께 전흠의 왼팔목이 떨어져 나간다.
철퍽.
지금 떨어져 나간것은 단순한 왼팔이 아니다. 그가 수십년간 익혀온 무공이다.
크으윽. 입박으로 밀려나오는 고통을 씹어삼키며 전흠은 혈도를 짚어 간단한 지혈조치를 하고 힘겹게 말을 이어나간다.
"...이렇게나마... 어리석은 내 팔목을 이렇게 잘라 쓸모없는 솜씨나마 평생을 익혀온 검술을 버리오. 그리고 장문사형의 용서를 비오. 이것으로 부디 내 지난날의 과오를 씻어주고, 내 제자 상화를 해남의 서자가 아닌 종남의 진짜 제자로 받아주길 바라오. 혹여나... 이것으로 부족하거든 내 생명을 가져가주시오."
털썩,
전흠이 무릎을 꿇는다.오직 장문사형의 처분을 기다리겠다는 태도로.
전흠의 제자인 상화는 눈물을 흘리며 외팔이가 되버린 사부, 전흠의 앞에서 꺼어억 꺼어억 통곡을 하고있다.
"...중산."
삼엄한 눈길로 두 사제를 내려다 보던 진산월은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네. 장문인."
"본파의 법도에 따라. 본파의 장문인앞에서 자해를 하며 위협을 가한 자는 어찌 처벌해야하겠느냐?"
"한쪽 팔을 자릅니다."
"그런 사부의 추태를 방기한 제자놈은?"
"두 발을 자르고 무공을 폐합니다."
"시행하라."
신검혈마 ㅋㅋㅋ
"두 발을 자르고 무공을 폐합니다." 진산월이 답을 하지않자, 동중산을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을 깜빡이고는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 "그리고 산문 밖으로 추방합니다." 그제야 진산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행하라."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