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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드디어 천양신공을 완성한 것이다.
천양신공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련이 있었던가.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가장 큰 사건은 조부

전풍개가 귀천한 것이었다.

조부가 임종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은 신공을 완성하는 일이

급하니 상 치르는 것은
다른 제자들에게 맡기고 너는 어서 심처로 돌아가 연공에 정진하라는 것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울며 심처로 돌아간 전흠은 눈물을 흘리고 곡소리를 내면서도
천양신공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뒤늦게 해남에서 아버지와 형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만나지 않고 연공에 집중했다. 하루라도 빨리 신공을 완성하여 조부의 염원을 풀어드려야 했다.

그러기를 십년. 드디어 천양신공을 완성했다. 천양신공의 마지막 관문이 뚫렸음을 느끼자
전흠의 가슴은 기대에 부풀었다.

자그마치 십년이다 십년. 천양신공이 오성을 넘어 양물이 죽은지.
머릿속에서는 아리따운 여인들이 돌아다녔고 매순간 그 여인들을 안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서글프고 비참하게도 여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남녀가 어떻게 합일해서
어떻게 운우지락을 나누는지를 몰라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꿈에는 항상 동백기름을 발라 멋있게 머리를 쓸어넘긴 자신에게 천봉선자들이 돌아가며 안겼다.
물론 품에 안겼을 뿐, 그 이상은 꿈에서도 그리질 못했지만..

드디어 신공을 완성하자 세상이 너무 밝아보였고 모든 것이 제 마음대로 될 것만 같았다.

그래. 나는 종남의 폭뢰검 전흠이다.
나이가 조금 찼다고 한들 천하제일검 신검무적의 사제이자 대종남파의 일대제자이며
그 자신도 태을검선의 유진을 완성한 최절정의 고수다. 밖에 나가면 아리따운 여협들이
줄을 서겠지. 후훗. 십년을 지낸 모옥을 나서는 전흠의 코에선 콧소리가 절로 나왔다.

전흠이 종남파 산문에 도착했을 땐 점심식사가 막 준비된 찰나였다.
산문을 지키던 이대 제자와 삼대 제자의 인사를 받은 전흠은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엔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앉아 있었다. 천봉팔선자 중 백봉 정소소, 남봉 엄쌍쌍,
혈봉 곡유유, 옥봉 누산산이 그들이었다. 엄쌍쌍이야 낙일방의 처이니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도
다른 이들은 또 어인일인가.
천봉궁과 얽혀 좋은 기억이 없는 전흠은 식당에 앉아있는 유일한 종남파 제자이니 손풍에게 말했다.

“네 놈은 사문의 어른을 보고도 인사도 하지 않느냐.”

그제서야 손풍은 미적거리며 일어나 마지못해 예를 표했다.

“흠흠. 손풍이 전사숙을 뵙니다. 여기까지 어인일이신지요.”

전흠이 이마에 힘줄이 불끈 솟아올랐다. 이 놈이 그간 안 맞았다고 정신을 못 차리는군.
저 여인네들만 없었어도 요절을 냈을텐데. 손풍을 노려보는 전흠에게 정소소가 인사를 건냈다.

“전소협. 오랜만이에요. 이제는 전대협이라 불러야겠군요? 신공연마를 위해 폐관에 들었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여기 나오셨다는 건 신공을 완성했다는 뜻이겠지요. 경하드려요.”

전흠은 멋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봉선자들이 있는 줄 알았다면 방에 먼저 들려 동백기름이라도
좀 바르고 왔을게다.

“운이 좋아 작은 성취를 얻을 수 있었소. 헌데 본 파에는 무슨일이시오?”

정소소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웃음을 띄웠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하. 정말 절색은 절색이군. 얼굴을 붉히는 정소소를 보니 아랫도리에서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생소한 느낌?

우왓! 양물이?! 양물이 드디어!!!!!!

드디어 진정한 자신을 찾은 느낌에 전흠은 눈물을 흘렸다.
힘이 잔뜩 들어간 양물은 옷을 뚫고 나오려는 듯이 용을 쓰고 있었다.
천양신공이 흡수했던 자신의 양기는 천양신공과 함께 커진 상태로 돌아와
이전과는 순도나 기세가 천양지차였다.

감격에 몸을 떨던 그 때, 손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사숙! 감히 장문부인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어서 그 흉물을 치우십시오!”

흉물? 흉물이라니. 내 기필코 사문의 존장을 능멸한 저 놈을 찢어죽이리라.
뜻이 일자 천양신공이 절로 일어났다.

“네 놈이 감히 외부인 앞에서 사문의 존장을 능... 장문부인? 누가 장문부인이란 말이냐?”

그 때 누군가 식당 문앞에 서 있던 전흠의 어깨를 잡았다.

“전사제. 신공을 완성했나 보구나.”

당대제일신검이자 태을검선 이후 종남파 제일고수라고 일컬어지는 진산월이 전흠의 뒤에
서 있었다.

전흠은 황급히 예를 표했다. 자신이 천양신공을 완성했다고 하나 그것이 진산월을 능가했다는
뜻은 아니었으므로.

“전흠이 장문사형을 뵈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전흠의 양물은 옷을 뚫을 기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진산월이 말 없이 그것을 보자 전흠의 등에선 땀이 흘렀다.

“전사제. 그 물건은 좀 치워주지 않겠나? 아무리 나라도 그건 좀 불쾌하군.”

순식간에 전흠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니 그게 아니라.. 변명을 하려는 찰나 손풍이 먼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장문인께 아룁니다. 전사숙은 식당에 오자마자 장문부인에게 음심을 품고 흉물을 들이밀었습니다.
이후 그것을 지적한 제게 살수를 쓰려는 찰나였습니다. 살펴주시옵소서.”

저놈이? 전흠은 한달음에 손풍 앞까지 날아갔다. 내 이놈을 일장에 쳐죽이리라.
공력을 잔뜩 돋아 손바닥으로 손풍의 머리를 내리쳤지만 전흠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손풍이 전흠의 손바닥을 막은 것이다! 비록 6성의 공력만 썼다고 하나 분명히 죽이려는 뜻을
담고 휘두른 손을 막다니.

“장문인! 전사숙이 이제는 제자를 죽여 입을 막을 생각인 것 같습니다!”

진산월이 전흠에게 물었다.

“전사제. 손풍의 말이 사실이냐?”

전흠은 너무나 억울했다. 그런데 하나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진산월에게 되물었다.

“장문사형. 사형도 내 상태를 알지 않소? 이건 불가항력이란 말이오.. 그나저나 장문부인이라니?
임사저가 여기 없거늘 누가 또 장문부인이란 말이오?”

때마침 장내에 도착한 동중산이 전흠의 말을 받았다.

“전사숙. 오랜만에 뵙습니다. 임사고께서 돌아가시고 얼마 전 백봉 정소저와 옥봉 누소저께서
장문인과 혼례를 치뤘습니다. 이제는 정소저, 누소저가 아니라 정부인, 누부인이 좀 더 올바른 호칭입니다.”


아니. 장문인은 무슨 여복이 저래 많아서 임사저를 보낸지 얼마나 됐다고 미녀를 또 둘이나 얻었단 말인가.


"그... 그랬소? 축하드리오. 장문사형. 내가 오랫동안 산속에 박혀있어 그 사실을 몰랐구려.

천양신공이 양기를 뱉어내어 내 스스로 조절이 안되는 상황이니 부디 양해를 바라오..."


그 와중에도 눈치없는 양물은 야속하게도... 끊임없이 꺼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전흠의 귀로 한층 묵직해진 진산월의 목소리가 들렸다.


"중산. 장문부인에게 음탕한 시선을 보낸 제자에게는 어떤 벌을 주어야 하느냐."


"양물을 자르고 두 눈을 멀게하여 본 파에서 축출하는 것이 마땅한 줄 아룁니다."


끄덕. 진산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집행해라."


전흠은 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종남파의 산문을 넘을 때만 하더라도 모두가 천양신공을 완성한 자신을

축하하고 또 부러워할 줄 알았다. 그도 그럴것이 천양신공이야 말로 종남 사상 최고수인 태을검선이

육합귀진신공에 버금가는 위력을 내기 위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신공에 기반한 대라검법으로

왕년의 모용대협도 혈마를 물리치고 천하제일인이라 칭송받았다. 전흠이 정신차리기도 전에 손풍과 동중산이

전흠에게 다가왔다.


"전사숙. 장문인의 명이 떨어진 이상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동중산이 말하는 사이 손풍이 전흠에게 달려들었다.


"내 이 날만을 벼르고 있었다!"


손풍의 손에서 낙뢰신권이 펼쳐졌다.

아니 이 녀석이 언제 낙뢰신권을 익혔단 말인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네 놈 따위에게 잡히려고 십년을 수양한 것이 아니다!

전흠은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 성라검법의 괴성척두의 식으로 맞서 갔다.

하지만 손풍은 일점천뢰의 수법을 순식간에 변화시켜 쌍봉관뢰로 전흠의 검을 가격했다.

안타깝게도 십년 간 잠들어있던 전흠의 검은 완성된 천양신공과 취수정과 홍녹용의 기운을 완전히 용해시킨

손풍의 현청건곤강기를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났다.

전흠은 당황했고 손풍은 그 한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 찰나 손풍의 손에서는 구반장법의 압산진해,

역발천망, 신전천벽의 수가 연이어 펼쳐졌다. 삼벽으로 이름 높은 구반장법의 연환식에 전흠은 큰 타격을 받아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그 순간 동중산의 손에서 자하천래가 펼쳐져 전흠의 오른손을 꿰뚫었다.


"으아악!!!"


동중산의 검은 전흠의 손을 꿰뚫었을 뿐 아니라 땅 속 깊숙히 박혀있어 땅바닥에 누운 전흠이 뽑아낼 수 없는 상태였다.

현 상황에서 전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장문인. 내가 잘못했소. 무조건 잘못했소. 시키는 것은 모두 할테니 한번만 봐주시오. 제발. 우리는 그래도 초가보와

형산파, 화산파, 서장세력과 같이 싸우지 않았소? 그 공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한번만 봐주시오. 이렇게 부탁하오."


전흠을 꿰뚫린 손을 중심으로 몸을 뒤집어 납작 엎드린 상태로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빌었다.

진산월은 그런 전흠을 바라보더니 나지막이 읊조렸다.


"초가보에선 나와 일방이, 형산파에선 전사제 대신 임사매가, 화산파는 지산이, 서장세력에서도 나와 일방이 힘썼지.

그래. 그러고보니 형산파와의 싸움에서 전사제가 한 몫 했으면 임사매는 지금도..."


그 때 성락중과 하동원이 식당에 도착했다.


"아니? 흠아 아닌가? 장문인. 이게 무슨 일인가?"


"폐관을 마친 전사제가 음심을 못참고 제 부인을 희롱했기에 벌을 내리는 중입니다."


하동원은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종남파에서 진산월의 말은 법도를 넘어 절대적인 진리였다.

그나마 성락중이 전흠을 위해 한마디 보탰다.


"장문인. 저 녀석이 죽어 마땅한 짓을 저지르긴 했으나 돌아가신 스승님과 나와 하사제를 봐서라도 목숨만은 살려주게.

저 녀석이 이렇게 가면 내가 죽어서 무슨 낯으로 사부님을 뵙겠나."


진산월은 한동안 말이 없이 전흠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말 없는 시간동안 무겁디 무거운 분위기가 장내를 감싸 안았다.


"전사제. 본래 중산의 말대로 자네의 양물을 자르고 두 눈을 뽑을 생각이었으나 성사숙의 말씀도 있고 하니 기회를 주겠네."


전흠은 지저갱에 떨어지던 중 하늘에서 내려온 실타래같은 동아줄을 잡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시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말했다.


"무엇이든 분부만 내리십시오. 장문사형.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천양신공을 내어놓게."


아니. 천양신공을 전수한 사람이 진산월이거늘. 무슨 천양신공을 내놓으란 말인가.

전흠이 대답없이 눈알을 굴리자 진산월이 다시 말을 꺼냈다.


"이대 제자들에게 자네가 쌓은 천양신공을 물려주고 본파에서 나가게. 본래 제자가 죄를 지어 파문할때는

사지의 근맥을 자르고 단전을 폐하는 것이 법도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 천양신공의 공력을 내놓으면 그걸로 벌을 다 받은셈 치겠네."


전흠은 기가 막혀 일순 말이 나오질 않았으나 성락중의 말이 그를 일깨웠다.


"흠아야. 공력은 다시 쌓으면 되는 것이다. 다행히 장문인께서 단전을 깨지는 않으시겠다지 않느냐. 얼른 감사하다고 말씀을 올리지 않고

무엇하는게냐."


전흠의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떨어졌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장문사형."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엎드린 전흠의 등에는 어느새 몰려온 유소응, 단리상, 손풍, 서문연상, 방화, 동중산이 손을 얹었고

동시에 천단신공의 흡자결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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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아니 평생을 일군 공력을 모두 잃은 전흠은 허탈한 심정으로 조부의 묘를 찾았다.

상 치르는 것도 보지 못한 이 불효손자를 조부님은 어떻게 보고 계실까.

전흠의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떨어졌다. 세상 만사가 귀찮아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그리고. 성락중이 알려준 조부의 묘에 다다른 전흠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조부님. 조부님. 뵐 면목이 없습니다. 임종도 지키지 못한 이 불효손자를 용서치마십시오 조부님."


크윽. 참았던 오열이 터졌다. 한 시진을 내내 목놓아 울던 전흠은 비로소 고개를 들고 조부의 비석을 봤다.


[沂山敗北以后逃亡 怯逃者 典家 風開 之墓(기산패배이후도망 비겁자 전가 풍개 지묘)]


아니 어떻게. 어떻게 묘비를 이따위로 새길 수 있단말인가. 그래도 한솥밥을 먹던 정이 있거늘!!!

아버지와 큰 형이 상을 치르러 올라왔었다고 했는데, 그 분들은 이 묘비를 보고도 가만있었단 말인가!

그제서야 전흠은 조부의 묘 근처에 널부러져 있는 두 구의 백골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백골의 옆에는

아버지가 즐겨끼던 머리장식과,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것이라며 자랑하던 큰 형의 검이 부러진 채 뒹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백골들의 주인은...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리 전가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런 무도한 짓을 한단 말이냐!

내 너희들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살지 않을 것이다!!!"


근처의 나무 위에서 전흠을 바라보던 진산월은 상쾌한 미소를 띄우며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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