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의 봉분은 작고 초라했다. 한때 종남파에서도 혁혁한
명성을 자랑했던 종남삼검의 질풍검의 무덤이라고는 믿기
지 않을 정도였다.
전흠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쳐
들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별로 슬프지 않은 듯 했다. 큰소리로 떠들거
나 심지어는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거리고 있는 모습도 보였
다. 전흠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제 그만 내려가지."
발끈하며 일어서려던 전흠은 싸늘한 말 한 마디에 엉거주춤
어깨를 움츠리고 말았다. 대 종남파의 장문인이자 강호에
선 신검무적으로 불리는 진산월의 기세 앞에 그는 비루먹은
강아지나 다름 없었다. 진산월은 일파의 종주답게 흐트러
진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 눈빛 속에는 따분함이 가득
했다. 그의 뒤에는 대놓고 한숨을 뻑뻑 쉬는 서문연상과 요
란하게 하품을 하는 손풍이 있었다. 울분이 터지는 일이었
으나 감히 신검무적 앞에서 성을 낼 수는 없었다.
"먼저 내려가시오. 나는 땅을 마저 다지고 가겠...."
전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들 신법을 극성으로 펼치며
산 아래로 치달았다. 그래도 같은 종남파 식구였다. 누구
한 명이라도 예의상 도와주겠다고 할 줄 알았다. 전흠은 아
랫입술을 꽉 깨물며 삽을 들었다. 이 봉분도 그 혼자 파고,
그 혼자 덮은 것이다. 시신을 수습하고 염하는 것까지 그
혼자 했다. 삽으로 봉분을 두들기던 전흠의 눈에서 한 줄기 물이 흘러내렸다.
"반드시 성라검법의 끝을 보고 말겠다."
전풍개가 매일같이 되뇌이던 말이었다. 그러나 성라검법을
완벽하게 펼치기 위해서는 일생을 닦아도 쌓기 힘든 내공
이 필요했다. 그래서 전풍개는 서안의 정세가 수습된 뒤 영
약을 찾아 심산유곡을 뒤지고 다녔던 것이다. 그런 전풍개
가 오랜 동안의 수소문 끝에 마침내 절세의 영물로 알려진
만년삼정이 용문산 깊숙한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
뻐했던 모습이란 세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전풍개는 한달음에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그는 천신
만고 끝에 만년삼정을 구할 수 있었으나, 실족하여 절벽에
서 떨어져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말았다.
"네...네가 먹도록...하여라...."
초죽음이 되어 있는 전풍개를 두고 전흠은 감히 그것을 자
신이 먹겠다 할 수 없었다. 그는 만년삼정을 반으로 잘라 탕
약을 달여 전풍개에게 먹였다. 과연 영물은 영물이었다. 다
죽어가던 전풍개의 생명이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
다. 하지만 깨어난 그는 반토막이 난 만년삼정을 보고 격분을 했다.
"네...네가! 고작 이 늙어죽어가는 노구를 살리고자 그 귀한 것을 썼단 말이냐!"
"하, 할어버지.... 감히 제가 할아버지를 두고 어찌 제 본신의 영달을 위해 영약을 취할 수 있겠습니까? 나머지 반도 곧 탕약으로 달일 것입니다."
"이, 이놈이...성라검법은 어쩔 것이냐!!"
"성라검법은 이제 됐습니다."
"뭣이!"
"장문사형께 부탁해 낙하구구검의 첫 초식 반절을 받기로 했습니다."
"안된다! 이놈아! 성라검법의 묘용은 낙하구구검을 뛰어넘는 것이다! 거기다 반 초식이 뭐냐! 이 멍청한 놈아!"
그렇게 외치던 전풍개의 입에서 돌연 피가 한움큼 튀어나왔다.
"할아버지!"
전풍개의 안색을 살피던 전흠은 안색이 새파래졌다. 이건 스스로 기혈을 차단하고 심맥을 끊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흠아....너만은 꼭 성라검법을 대성해야 한다...!"
전흠은 자신의 손을 꼬옥 움켜쥔 채, '성라검법'의 네 글자
를 입가에 남기고 죽은 전풍개의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전흠은 산을 내려갔다. 성라검법으로 과연 낙하구구검을 뛰
어넘을 수 있을까? 그건 영원히 잡을 수 없는 머나먼 별로
여겨졌다. 하지만 전흠은 그 별을 쫒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전풍개가 남긴 만년삼정을 복용함으로서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전흠은 만년삼정과 인연이 닿지 않는 운명이었다.
그날 밤, 조부가 남긴 만년삼정을 복용하기 위해 옥함을 열
었을 대, 전흠은 옥함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림
인이 복용하면 능히 임독양맥을 타통하게 해 준다는 최대의
보물, 만년삼정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종남파의 태화전의 탁자 한 가운데에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자르르 흐르는 고기구이가 수북하게 놓여 있었다. 그 냄새
와 풍취가 아무리 음식에 문외한인 사람도 손가락을 꼽을만큼 탁월했다.
"야! 이거 정말 맛있겠다!"
손풍이 큰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젓가락을 가져갔다. 하나
그의 젓가락이 채 반도 뻗어지기 전에 누군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손풍이 돌아보니 진산월이 눈을 치켜뜨며 고개를
저었다.
"너에게 이 만년삼육은 과유불급이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손풍은 장문인의 말이 어떤 의미인
지 알아차렸다. 그는 이미 어릴 때부터 충분히 많은 영약을
섭취했다. 거기다 이 만년삼육이란 것까지 섭취한다면 어
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구석에서 맑은 죽
을 들이키고 있는 소응과 방화의 옆에 턱 앉았다. 그리고 함
께 죽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고기 앞-
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한 진산월은 입을 열었다.
"모두들 최근 수고가 많았다. 식사를 하기 전에 우선 전- 사조님의 명복을...."
그때, 태화전의 문이 쾅 하고 열렸다.
"장문사형!"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전흠이었다. 그는 씩씩거리며 식탁 앞으로 다가왔다.
"아, 네가 없는 것을 깜빡했구나."
진산월의 능청스러운 말에 중인들을 큭큭거리며 웃음을 삼
켰다. 전흠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니었다. 이 귀한 음식에
침이라도 튈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전흠은 그런 그들을 한 번 흘겨보고는 진산월을 노려봤다.
"어디갔소?"
"무얼 말이냐?"
"내 조부님께서 구해오신 만년삼정 말이오!"
"무례하십니다, 전사숙!"
동중산의 노기어린 한 마디에 전흠은 움찔 뒤로 물러났다.
"식사자리에 이 무슨 행패란 말입니까? 소응 사제, 방화 사제, 사숙을 밖으로 뫼시어라."
죽을 먹던 소응과 방화가 다가오자 전흠은 코웃음쳤다. 근
래 실력이 늘었다고는 하나 그들의 힘은 아직 그에게 견줄 바 못 되었다.
"오냐. 오늘 내 너희 항렬의 버릇을 고쳐주마."
소응과 방화가 전흠의 양쪽 팔을 붙들었다. 힘을 끌어올려
내치려던 전흠은 순간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을 느꼈다.
"무슨?"
전흠의 몸이 태화전의 문을 부술듯 튕겨나가 땅바닥에 패대
기쳐졌다. 그는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태화전 앞에 꼿
꼿이 서 있는 두 사질을 바라봤다. 그들에게서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강렬한 기운이 솟아나고 있었다.
"너희들로구나!"
"...이만 물러가시죠, 사숙님."
"이미 잃은 물건에 집착하지마세요."
"이 도둑놈들이 뭐라는 거냐!"
전흠은 허리춤에 검을 뽑기 위해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태화전 맨 안쪽 상석에서 번개와 같은 속도로 무언가가 튀
어나와 그의 손을 꿰뚫었다.
"크아아악!"
그것은 진산월이 던진 젓가락이었다. 전흠은 젓가락이 박힌
손을 쥐고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질러댔다.
"못난 놈. 사질들의 성취를 시기하고, 잃은 물건에 집착하
며, 사문의 예까지 저버렸느냐? 사지를 자르고 파문시키는
게 마땅하나, 돌아가신 전 사조님을 생각해서 이정도에 끝
낸다. 식사 시간을 어지럽게 만든 죄로 앞으로 너는 이 태화
전 출입을 금한다!"
그리고 전흠이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태화전의 문이 꽝 닫
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화전 안에서는 화기애애
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이미 전흠을 잊어버린 듯 했다
.
전흠의 양쪽 뺨에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흙먼지를 털 생각
도 하지 않고 터덜터덜 산을 향해 걸어갔다.
조부가 보고 싶었다.
전흠은 달빛에 의지해 길을 걸었다. 전풍개의 무덤은 다른
사조들의 묘역에서 한참 떨어진 냇가 옆에 있었다. 익숙한
표지가 나타나자 전흠은 두리번거리며 조부의 무덤을 찾았
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움푹 솟은 봉분은 보이지 않았
다.
"여기...쯤이었을텐데...."
그때, 구름이 걷히고 환한 달빛이 산등성이를 비췄다.
전흠은 눈 앞의 광경에 할말을 잃었다.
전풍개의 무덤이 파헤쳐져 있었다.
시신은 어디갔는지 없었다.

식인천하 ㄷㄷㄷ
이건 볼 때 마다 낙하구구검 첫초식의 반절이 ㅈㄴ 웃김 ㅋㅋ
진짜 너무하네 ㅋㅋㅋㅋㅋ
만년삼육 ㅎㄷㄷ
무덤은 왜 판건가 했더니 ㅅㅂ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