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림에서 본 일이다.

늙은 고수 하나가 무림맹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비급 한권을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비급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무림맹주의 입을 쳐다본다. 무림맹주는
고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비급을 넘겨보고 \'좋소\'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비급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초상비를 시전하여 간다.
허공답보도 못쓰는것을 보니 초절정의 반열에도 오르지 못한듯 했다. 그는 자꾸 뒤를 돌아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이번엔 마교를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비급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전대 고인이 쓴 비급이오이까?\"


하고 묻는다. 마교주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비급을 어디서 훔쳤어?\"


늙은고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기연이라도 만났단 말이냐?\"


\"저 같은 늙은 고수A에게 그런 기연이 일어나겠습니까? 애송이 청년고수들이 다 차지하지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고수는 손을 내밀었다. 마교주는 웃으면서 \'좋소\'하고 던져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내공도 부족한듯 한데 수상비까지 펼치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비급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마의위로 그 비급을 쓰다듬을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으슥한
동굴로 찾아 들어가더니, 진법을 치고 앉아서 비급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천마검법으로 진법을 깨고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 비급을 물려 줍디까?


하고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비급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매화검법을 펼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켜려고 하였다. 사실  내 나이22에 초절정을 뛰어넘어 비급따위는 필요도 없었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것이 아닙니다. 기연을 얻은 것도 아닙니다. 어떤 작가가 저 같은 늙은고수A에게 기연을
줍니까? 히로인 한명 후려본적 없습니다. 중년부인 한명 엮어주는 분도 백에 한분이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그것도 중간에 청년협사가 가로채 갑니다. 나는 여러 청년협사들을 따라다니며 그들이 먹고 남기고
간 영약 찌거기들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영약 한단을 히로인 한명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번을
더 하여 겨우 이 귀한 500년 묵은 비급을 갖게 되었습니다. 청년고수들은 일년만에 얻는 이 비급을 얻느라고
이갑자가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비급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비급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비급, 한권이 갖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