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잠 안와서 읽으면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끄적끄적 뜯어 고친거.
근데 읽을 땐 몰랐는데 종나 길다-_-; 덕분에 새벽늦게 자게 생겼음.
원작을 먼저 보고 읽거나 읽은 후에 원작을 다시 보는걸 추천.
소년은 협곡에서 소녀를 보자 곧 당문주의 증손녀(曾孫女)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협곡에다 손을 뻗고 암기수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천에서는 이런 협곡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내공수련을 마친후에 암기수련을 했다. 그런데 어제는 협곡의 끝에서 절벽아래를
향해서 암기를 발출하더니, 오늘은 협곡의 유일한 외나무 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외나무 다리의 한쪽 귀퉁이에 주저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고수가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다.
다음 날은 좀 늦게 절벽으로 나왔다.
이 날은 소녀가 외나무다리 한가운데 서서 팔을 걷어 붙힌채 만천화우(万天花雨)를 시전하고 있었다.
분홍 저고리 소매를 걷어올린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한참 암기를 발출 하더니, 이번엔 백장이 넘을듯한 까마득한 절벽끝을 빤히 들여다 본다. 그 밑에
떨어진 새침만한 암기가 보인단 말인가? 안공(眼功)이라도 수련하고 있는 것이리라. 갑자기 새침을
한움큼 움켜 잡는다. 지나가는 새라도 발견한듯이.
소녀는 소년이 외나무다리의 입구에 주저앉아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날쌔게 허공에 새침을
뿌려낸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이다. 그대로 재미있는 양, 자꾸 새침을 뿌린다. 어제처럼 협곡을
건너는 고수가 있어야 길을 비킬 모양이다.
그러다가 소녀가 품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 낸다. 하얀 광택을 지닌 당가의 비전암기 백운비였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팔짝팔짝 보법을 시전하며 외나무 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다 건너가더니만 홱 이리로 돌아서며,
백운비가 파공성을 흘리며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이형환위를 펼쳐 피해냈다.
단발 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청색가루가 휘날렸다. 독인가?
이제 저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그런데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천상제의 경공을 시전했다.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저 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 옴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
이었다. 하나하나의 보보마다 현묘한 깨달음이 담겨있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
머리에서 반짝거렸다.
놀라울 정도의 일체성. 신검합일. 아니 신비합일 인가?
소녀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기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녀가 던진 백운비를 내려다보았다.
독은 묻어있지 않았다. 소년은 백운비를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 날부터 좀더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어제의 백운비에
당가의 비전절독까지 묻어있었다면 솔직히 피할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는 날이 계속될수록 소년의 가슴 한 구석에는 어딘가
허전함이 자리 잡는 것이었다. 주머니 속 백운비를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다 그 예기에 손을 배인
적도 허다했다.
그러한 어떤 날, 소년은 전에 소녀가 앉아 암기연습을 하던 외나무다리 한가운데에 앉아 보았다. 허공에
손을 뻗고 백운비를 쥔채 내공을 운용하였다. 소녀처럼 유려한 발출이 되지 않고 내기가 자꾸 끊기기
쉽상이었다. 싫었다.
소년은 두 손으로 허공의 새침을 움켜집듯이 손을 오무렸다. 몇 번이고 움키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고 말았다. 소녀가 이리로 건너오고 있지 않느냐.
\'은신술을 쓴채 내가 하는 일을 엿보고 있었구나.\' 위험을 느낀 소년은 경공을 시전했다. 급한 마음에
그만 발을 헛디뎌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했다. 한층 내력을 돋구었다.
몸을 은신할 곳이 있으면 좋겠다. 이 쪽 길에는 갈밭도 없다. 메밀밭이다. 전에 없이 메밀꽃 냄새가
짜릿하게 코를 찌른다고 생각됐다. 미간이 아찔했다. 무리한 내력운용을 해서인가? 찝찔한 액체가
입술에 흘러들었다. 코피였다.
소년은 한 손으로 코피를 훔쳐내면서 그냥 달렸다. 어디선가\'바보,바보\' 하는 소리가 자꾸만 뒤따라오는
것 같았다.
어느날이었다.
협곡에 이르니, 며칠째 보이지 않던 소녀가 건너편가에 앉아 암기연습을 하고 있었다. 모르는 채 징검다리
를 건너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소녀 앞에서 한 번 실수를 했을 뿐, 여태 큰길 가듯이 건저던 외나무다리를
오늘은 조심스럽게 건넌다.
\"얘.\"
못 들은 체했다. 다리의 난간위로 곡예하듯이 올라섰다.
\"얘, 이게 무슨 암기지?\"
자기도 모르게 돌아섰다. 소녀의 맑고 검은 눈과 마주쳤다. 얼른 소녀의 손바닥으로 눈을 떨구었다.
자신의 견식을 시험해보려하는 것일까?
\"화령섬도..\"
\"이름도 참 곱다.\"
갈림길에 왔다. 여기서 소녀는 아래편으로 한 삼 마장쯤, 소년은 우내로 한 십 리 가까운 길을 가야 한다.
소녀가 걸음을 멈추며,
\"너, 저 산 너머에 가 본 일 있니?\"
녹림72채중의 하나인 녹수채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없다.\"
\"우리, 가서 한바탕 쓸어버리고 오지 않으련? 무림맹에 오니까 혼자서 심심해 못 견디겠다.\"
\"저래 봬도 절정고수가 있다고 들었다.\"
\"절정고수래 봤자 얼마나 고수기에? 이래뵈도 사천에 있을땐 고수라고 이름난 자들을 여럿 해치웠다.\"
소녀의 눈이 금새 \'바보,바보\' 할 것만 같았다.
진법의 사잇길로 들어섰다. 생문이 끝나고 사문이 시작되는 곳이다.
진법의 요체인 석탑이 서 있었다. 소년은 장력을 발출했다. 진이 흔들리며 사문이 발동했다.
\'참, 오늘은 일찍 가문으로 돌아가 진법공부를 해야 할걸\' 하는 생각이 든다.
\"야, 재밌다!\"
소녀가 석탑을 보더니 마구 암기를 날려 부수어 댄다. 석탑이 무너져가며 굉음이 울려퍼지고 진이
파훼되어 갔다. 소녀의 왼쪽 볼에 살포시 보조개가 패었다.
저만큼 석탑이 또 서 있다. 소녀가 그리로 달려간다. 그 뒤를 소년도 달렸다. 오늘 같은 날은 일찍
가문으로 돌아가 무공수련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소녀의 곁을 스쳐 그냥 달린다. 사문이 발동하며 현세의 것이 아닌듯한 곤충들이 따끔따끔 얼굴에
와 부딪친다. 암운이 가득한 하늘이 소년의 눈앞에서 맴을 돈다. 어지럽다. 허공을 가득 매운건
꼬이듯이 용트림하는 한마리의 흑룡이다. 저놈의 흑룡, 저놈의 흑룡, 저놈의 흑룡이 용트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다보니, 소녀는 지금 자기가 지나쳐 온 석탑을 깨부수고 있다. 좀 전 석탑보다 더 진법의 요체에
가까운지 더욱더 변화가 극심해졌다.
진이 끝난 곳에 꽤 넓은 다리없는 협곡이 보였다. 소녀가 먼저 경공을 시전해 뛰어 건넜다.
거기서부터는 작은 화원이 펼쳐져있었다.
\"저게 뭐니\"
\"영약을 재배하는 곳.\"
\"여기 천년설삼, 맛있니?\"
\"그럼, 천년설삼도 좋지만 만년하수오는 더 좋다.\"
\"하나 먹어 봤으면.\"
하지만 어른들이 다 거두어갔는지 그런 영물들은 보이질 않았다. 소년이 백년하수오가 자라는 군락지로
들어가 하수오 두 밑을 뽑아 왔다. 아직 영성이 깃들이 않았는지 아무런 반응도 없다. 잎을 비틀어
팽개친 후, 소녀에게 한개 건넨다. 그리고는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듯이 , 먼저 대강이를 한 입 베물어
낸 다음, 손톱으로 한 돌이 껍질을 벗겨 우적 깨문다.
소녀도 따라 했다. 그러나, 세 입도 못 먹고
\"아 맵고 지려.\"
하며 집어던지고 만다.
\"참, 맛 없어 못 먹겠다.\"
소년이 더 멀리 팽개쳐 버렸다.
진법이 소멸되어갔다.
기운이 사그라드는게 느껴진다.
\"야아!\"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급작스런 침입자에 당황해
산적들이 달려나왔다. 하지만 소년은 신법을 펼치지도 않은채 새로 얻은 심득을 이용해 소녀보다 더
많은 산적의 수급을 취했다.
\"이놈이 녹림인면호라 불리는 우면호, 이놈은 낭아충정이라는 놈이고... 이게 녹림의 숨겨진 힘이라는
수호녹림전의 무사인가?\"
\"수호녹림전의 무사가 이렇게 약할 줄은 몰랐네. 난 강한놈을 원해!... ... 그런데 이 노란 얼굴빛을
뛴 놈은 누구지?\"
\"녹림에서 독으로 유명한 기령옥이라는 놈이야.\"
소녀는 기령옥을 향해 독분을 날려 보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녹림도 몇의 수급을 취해 왔다. 그중 자신의 일검을 받아낸 강자들은 남겨서 소녀에게
건넨다.
그러나 소녀는
\"하나도 죽이지 마라.\"
산마루께로 올라갔다.
맞은편 골짜기에 녹림도의 마을인듯 여러체의 집들이 모여 있었다.
누가 말할 것도 아닌데, 바위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유달리 주위가 조용해진 것 같았다. 따가운 가을
햇살만이 소녀가 퍼뜨린 독분을 마을을 향해 퍼뜨리고 있었다.
\"저건 또 어떤 녀석들이지?\"
적잖이 비탈진 곳에 엉키듯이 한데 뭉쳐 도망치는 무리들이 보였다.
\"녹수채의 두목들 같네. 예전 사파의 무리들을 처단할떄도 두목들은 꼭 저리 뭉쳐서 도망치곤 했었지.
저것들을 보니까 섬서에서 굉뢰단을 같이 물리치던 동무들 생각이 난다.\"
소녀가 조용히 일어나 비탈진 곳으로 간다. 여러개의 암기를 꺼내 밑을 향해 발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녀의 실력에 걸맞지 않게 좀처럼 명중하질 않는다. 내력이 엉키는지 안간힘을 쓰다가 그만 미
끄러지고 만다. 칡덩굴을 그러쥐었다.
소년이 놀라 달려갔다. 소녀가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아 이끌어 올리며, 소년은 제가 처리해 버릴것을
잘못했다고 뉘우친다. 소녀의 오른쪽 무릎에 핏방울이 내맺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생채기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빨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홱 일어나 저 쪽으로 달려간다.
좀 만에 숨이 차 돌아온 소년은
\"이걸 바르면 낫는다.\"
송진을 생채기에다 문질러 바르고는 경공을 시전해 칡덩굴 있는 데로 내려가, 녹수채의 두령들을 일검에
처리하고 수급을 취하고 올라온다. 그리고는,
\"저기 영물이 있다. 그리 가 보자.\"
만웅신조의 새끼였다. 아직 채 자리지도 않았다.
소년이 훌쩍 뛰어올라 깃털을 잡고는 등을 긁어 주는 체 훌쩍 올라탔다. 만웅신조가 날개를 퍼득이며
올라갔다.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저고리가, 남색 치마가, 안고 있는 수급에서 흐르는 피로 범벅이 된다.
죽음과 삶이 하나의 큰 묶음 같다. 어지럽다. 정공의 무공을 익힌 몸으로서 주화입마가 들려 하는가?
그러나, 멈추지 않으리라. 자랑스러웠다. 이것만은 소녀가 흉내 내지 못할, 자기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너희, 예서 뭣들 하느냐?\"
정의련의 노고수 하나가 억새풀 사이로 올라왔다.
만웅신조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어른들에게 말 없이 녹수채를 전멸시켜 버려 사파와 전쟁이 나면
어쩌느냐고 꾸지람을 들을 것만 같다.
그런데, 나룻이 긴 고수는 소녀 편을 한 번 훑어보고는 그저 만웅신조를 내어 주면서
\"어서들 집으로 가거라. 진법이 깨져서 심상치가 않아. 폭우가 올지도 모른다.\"
참, 먹장구름 한 장이 머리 위에 와 있다. 갑자기 사면이 소란스러워진 것 같다. 엄청난 기운들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삽시간에 주위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산을 내려오는데, 떡갈나무 앞에서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무시무시한 폭우였다. 내력을 돌리고
있는데도 목덜미가 선뜻선뜻했다. 그러자 대번에 시야까지 차단하는 빗줄기.
비안개 속에 관제묘가 보였다. 그리로 가 비를 그을 수밖에.
그러나, 관제묘는 기둥이 기울고 지붕도 갈래갈래 찢어져 있었다. 그런 대로 비가 덜 새는 곳을 가려
소녀를 들어서게 했다.
내력이 자꾸 꼬이는지 소녀의 입술이 파아랗게 질렸다. 어깨를 자꾸 떨었다. 역시 무리한 살행의
여파가 오는 것일까?
비단 장포를 벗어 소녀의 어깨를 싸 주었다. 소녀는 비에 젖은 눈을 들어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소년이
하는 대로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는 산적들에게서 취해온 녹림영수패들속에서 꺽이고 일그러진 것들을
골라 발 밑에 버린다. 소녀가 들어선 곳도 비가 새기 시작했다. 더 거기서 비를 그을 수 없었다.
밖을 내다보던 소년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수수밭 쪽으로 달려간다. 세워 놓은 수숫단 속을 비집어 보더니,
옆의 수숫단을 날라다 덧세운다. 다시 속을 비집어 본다. 그리고는 이쪽을 향해 손짓을 한다.
내력을 덧씌어서 인지 수숫단 속은 비는 안 새었다.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 됐다. 앞에 나앉은 소년은
그냥 무시무시한 폭우를 맞아야만 했다. 내력과 상충하며 그런 소년의 어깨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랐다
.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 바람에 소녀가 들고 있던 영수패가 망그러졌다. 그러나, 소녀는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비에 젖은 소년의 몸 내음새가 확 코에 끼얹혀졌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소년의 내력으로 해서 주화입마에 들려는 몸이 적이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소란하던 수숫잎 소리가 뚝 그쳤다. 밖이 멀개졌다.
수숫단 속을 벗어 나왔다. 멀지 않은 앞쪽에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붓고 있었다. 도랑 있는 곳까지 와 보니,
엄청나게 물이 불어 있었다. 빛마저 제법 붉은 흙탕물이었다. 소녀는 내력이 달려 경공을 시전할수가 없었
다.
소년의 등을 돌려 댔다. 소녀가 순순히 업히었다. 걷어올린 소년의 잠방이까지 물이 올라왔다. 소녀는
\'어머나\'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목을 끌어안았다.
끝에 다다르기 전에, 하늘이 언제 그랬는가 싶게 구름 한 점 없이 쪽빛으로 개어 있었다. 이제 진법의
영향이 끝난듯 하다.
그 뒤로 소녀의 모습은 뵈지 않았다. 매일같이 협곡으로 달려와 봐도 뵈지 않았다.
무공 수련도중 쉬는 시간에 남몰래 당가가 머무는 곳에 잠입해서 엿보기도 했다. 그러나 뵈지 않았다.
그날도 소년은 주머니 속 백운비만 만지작거리며 협곡으로 나왔다. 그랬더니 이 쪽 협곡의 끝에 소녀가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소년은 가슴부터 두근거렸다.
\"그 동안 앓았다.\"
어쩐지 소녀의 얼굴이 해쓱해져 있었다.
\"그 날, 주화입마에 들려 했던 탓 아냐?\"
소녀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인제 다 났냐?\"
\"아직도...\"
\"그럼, 누워 있어야지.\"
\"하도 갑갑해서 나왔다. ... ... 참, 그 날 재밌었어 ... ... 그런데 그 날 어디서 이런 자국이 들었는지
잘 지지 않는다.\"
소녀가 분홍 저고리 앞자락을 내려다본다. 거기에 검붉은 핏자국 같은게 묻어 있었다.
소녀가 가만히 보조개를 떠올리며,
\"그래 이게 무슨 자국 같니?\"
소년은 저고리 앞자락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생각해 냈다. 그날 도랑을 건너면서 내가 업힌 일이 있지? 그 때, 네 등에서 옮은 자국이다.\"
소년은 얼굴이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일초지적도 안되는 산적들이라 방심했는데 그 때 등에 묻은
모양이다. 아직 수련이 부족함을 느꼈다.
갈림길에서 소녀는
\"저, 오늘 아침에 우리 가문에서 대추를 땄다. 낼 제사 지내려고...\"
대추 한 줌을 내준다. 소년은 주춤한다. 당가의 사람이 주는것은 항상 조심해서 받아야 한다.
\"맛봐라. 우리 증조(曾祖) 할아버지가 심었다는데, 아주 달다.\"
소년은 두 손을 오그려 내밀며,
\"참,알도 굵다!.\"
말은 그리 하지만 먹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저, 우리 이번에 제사 지내고 나서 좀 있다, 무림맹에서 탈퇴하게 됐다.\"
소년은 소녀의 가문, 당가가 무림맹으로 오기전에 벌써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당가가 사천에서
마교에게 쫒겨왔다가 대부분의 직계들을 잃고 무림맹에 올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 이제는 무림맹에서마저 영향력을 잃어 나가게 된 모양이었다.
\"왜 그런지 난 가는 게 싫어졌다. 어른들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전에 없이 소녀의 까만 눈에 쓸쓸한 빛이 떠돌았다.
소녀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소년은 혼잣속으로 소녀가 무림맹을 떠난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어 보았다.
무어 그리 안타까울 것도 서러울 것도 없었다. 그렇건만, 소년은 지금 자신도 모르게 독이 들었을지도
모르는 대추알을 씹어먹고 있었다.
이 날 밤, 소년은 몰래 영약재배장으로 갔다. 그리고 봐 두었던 만년하수오의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펼쳐져 있는 진을 꺠부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장력을 발출했다. 진이 파훼되는 소리가 별나게 크게 들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만년하수오야 나타나라, 나타나라, 저도 모를 힘에 이끌려 마구 장력을 발출하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열 이틀 달이 지우는 그늘만 골라 은신술을 펼쳤다. 명문가의 자제로서 그늘의
고마움을 처음 느겼다.
불룩한 주머니를 어루만졌다. 만년하수오를 맨손으로 잡다가는 영성에 중독되기 쉽다는 말 같은 건 아무
렇지도 않았다. 그저 중원에서 제일 가는 신의 이 영감네 하수오를 어서 소녀에게 맛보여야 한다는 생각
만이 앞섰다. 그러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더러 주화입마가 좀 낫거들랑 무림맹에서 나가기 전에
한번 협곡으로 나와 달라는 말을 못해 둔 것이었다. 바보 같은것, 바보 같은것.
이튿날, 소년이 무공수련을 마치고 돌아오니, 가주인 아버지가 가주의 정장을 차려 입은채 천년설삼을
담은 바구니를 안고 있었다.
어디 가시느냐고 물었다.
그 말에도 대꾸도 없이, 아버지는 안고 있는 천년설삼의 향기를 맡아보면서,
\"이만하면 될까?\"
어머니가 공력을 운용해 천년설삼의 영기를 봉하면서,
\"벌써 며칠째 영성이 발동해 인지를 가지려 하던데요. 크진 않아도 효과는 충분할 거에요.\"
소년이 이번에는 어머니한테 가주께서 어디 가시느냐고 물어 보았다.
\"저, 당가에 가신다. 제삿상에라도 놓으시라고...\"
\"그럼, 오래된 걸로 하나 가져가시죠... 저 만년하수오로...\"
이 말에, 가주는 허허 웃고 나서,
\"인석아, 그래도 이게 실속이 있느니라.\"
소년은 공연히 열적어, 비급을 집어던지고는 마굿간으로 가 애마의 등을 한번 철썩 갈겼다.
쇠파리라도 잡는 체.
협곡에는 점점 인적이 사라져 갔다.
소년은 갈림길에서 아래쪽으로 가 보았다. 갈밭머리에서 바라보는 당가일족이 머물던 마을은 쪽빛
하늘 아래 한결 가까워 보였다.
어른들의 말이, 내일 당가일족은 사천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거기 가서는 다시 가문을 추수르기 위해
중소문파들을 합병한다는 것이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주머니속 만년하수오를 만지작 거리며, 한 손으로는 수없이 갈꽃을 휘어 꺽고 있었다.
그 날 밤, 소년은 자리에 누워서도 같은 생각뿐이었다. 내일 소녀네 당가일족이 이전하는걸 가 보나 어쩌나
. 가면 소녀를 보게 될까 어떨까.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는가 하는데,
\"허, 참 세상일도...\"
당가에 갔던 아버지가 언제 돌아왔는지.
\"당가도 말이 아니야. 그 많던 고수들은 다 떼죽음 당하고, 수백년째 가업을 이어가던 당가타마저 마교에게
뺏기더니, 또 악상까지 당하는걸 보면...\"
호롱불 밑에서 장삼을 개던 어머니가,
\"직계라곤 계집애 그 애 하나뿐이었지요?\"
\"그렇지, 사내 애 둘 있던 건 혈사때 잃어버리고...\"
\"어쩌면 그렇게 자식복이 없을가.\"
\"글쎄 말이지. 이번 엔 꽤 여러 날 주화입마에 들어 앓는 걸 영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선
당가도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쌔, 죽기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나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벌떡 일어나서 박수 쳐 주고 싶을 정도. 이거 니가 쓴거?
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독해랑... 난 이만 저라감
처음엔 봄봄인가? 했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소나기였군
멍청하게도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바보, 바보\' 했을 때야 알아차렸다-_-;
황순원 슨상님의 \'소녀\'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읽을 수록 재밌군
문피아의 반응이 사뭇 궁금해 지는구나
난 겁나 길어서 휠 내리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ㅠㅠ
이게 뭔 내용임? 대충 봐서 그러는 데 소나긴진 알겠는 데 어느 부분이 웃긴 거?
그 아름다운 소설을 무협화 시킨 것 자체가 아름답지
계용묵 구두 이후로 빵터졌닼ㅋ
나는 계속 읽다보면 따먹는 장면이라도 나오는 줄 알고 기대했잖아
신선하다.
멍청하게도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바보, 바보\' 했을 때야 알아차렸다-_-; (2)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투본좌 센스
투학 이사람은 이 재주가지고 글 안쓰고 뭐함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녹림채 ㅋㅋㅋ
외나무랑 목덜미에서 감잡았다ㅋㅋㅋㅋㅋㅋ미쳣넹ㅋㅋㅋㅋ
10초읽고눈차챘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