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러말즈는 오늘따라 평소보다 말이 없었다. 버스 창가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의 옆엔, 침묵을 눈치챈 창모가 조심스레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릴러야, 너 피곤하냐?”


“…아뇨, 괜찮아요, 창모형.”


존댓말. 예전 같았으면 “야 창모” 하고 턱하니 말을 붙였을 릴러가 요즘은 이렇게 거리를 두었다. 창모는 그것이 계속 신경 쓰였다.


이번 여행은 예정된 것도 아니었고, 누가 먼저 가자고 한 것도 아니었다. 둘 사이에 쌓인 그 작은 ‘언팔 사건’ 이후 몇 개월, 리스펙트로 똘똘 뭉친 음악 동료 사이에 아주 작지만 치명적인 금이 간 채였다.


창모가 먼저 연락을 했고, 릴러는 긴 답 없이 “형이 원하면 가죠”라고만 했다.


버스는 경상도의 조용한 어촌 마을에 도착했다.


“와, 바다 진짜 좋다.” 창모가 먼저 나섰다. “릴러야, 우리 숙소 짐부터 놓고 회 먹으러 갈래?”


릴러는 고개만 끄덕였다.



1일차 밤 – 화해


민박집 숙소. 좁지만 따뜻한 온돌방에 둘이 앉아 조개구이를 굽던 밤이었다. 소주 한 병이 반쯤 비었을 즈음, 창모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릴러야. 있잖아.”



릴러는 뒤늦게 고개를 돌려 창모를 바라봤다.


“내가 몇 달 전에 너 먼저 언팔한 거… 그거 사과하고 싶어.”


릴러의 젓가락이 멈췄다. 창모는 말을 이었다.


“그땐 그냥… 나도 머리 복잡했어. 주변 정리한다고 그랬는데, 너한테 말도 없이 그런 건 아니었지. 미안하다.”


“…형, 왜 그랬어요?” 릴러가 조용히 물었다. “나, 진짜 많이 서운했어요. 왜 나였어요?”


창모는 눈을 내리깔았다.


“너랑 나, 계속 비교당하던 시기였잖아. 괜히 너 보면 내가 더 초라해지는 것 같고, 네가 잘 되는 게 부럽기도 하고. 내가 어렸던 거야.”


잠시 침묵. 릴러는 술잔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런 얘기라도 해줬으면, 그래도… 알았을 텐데요.”


“그래. 그게 맞지. 이제라도 말하려고 왔어.” 창모가 릴러의 눈을 제대로 바라봤다. “진짜 미안해, 릴러.”


릴러는 잠시 멍하니 그 눈을 바라보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형. 사과 받았어요.”


그 말 한 마디에 창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둘 사이엔 오랜만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2일차 – 바람과 웃음


다음 날은 바다 바람이 더 세찼다. 함께 조개잡이 체험을 하고, 손에 흙이 잔뜩 묻은 채로 웃으며 셀카를 찍었다.


“야, 이거 인스타에 올리면 진짜 조회수 터질 듯.” 창모가 말했다.


릴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전에 저 다시 팔로우부터 하시죠?”


창모는 민망하게 웃으며 폰을 꺼냈다.


“알았어, 알았어. 지금 팔로우 박는다. 캡쳐해줄까?”


“그 정도까진 안 해도 돼요, 형.”


이젠 말 끝의 존댓말이 장난스러운 톤으로 바뀌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해가 지기 시작했다. 붉은 노을 아래 창모가 릴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진짜… 너 없었으면 나 되게 이상하게 굳어졌을지도 몰라. 너랑 얘기하니까 좀 풀린다.”


“형도요. 저도 계속 마음에 있었어요. 좋게 말하면 아쉬움, 나쁘게 말하면… 미련?”


“…우리 너무 감성 터지는데?”


“괜찮아요, 여행이니까요.”


그날 밤, 둘은 한 이불을 덮고 누웠다.



2일차 밤 – 가까운 숨결


온돌의 열기와 술기운이 겹치자, 둘 사이의 거리도 미묘하게 줄었다. 침대 없이 바닥에 나란히 누워, 창모가 불 꺼진 방 안에서 말을 꺼냈다.


“릴러야.”


“네.”


“예전엔 너한테 기대는 게 뭔가 자존심 상했거든. 근데 지금은 그냥… 네가 내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릴러는 옆으로 돌아누웠다. 어둠 속에서도 그 미소가 느껴졌다.


“…저도 그래요. 형이 사과해줘서, 마음 좀 놓였어요.”


창모는 손을 뻗어 릴러의 손등을 슬쩍 잡았다. 릴러는 그 손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을 조금 더 얹어왔다.


“손 따뜻하네.”


“…형이 먼저 잡았잖아요.”


그 조용한 밤, 음악보다 더 조화로운 박자로, 두 사람의 숨결은 조금씩 가까워졌다. 서로의 온기에 기대고, 숨소리를 듣고, 손을 잡고—어색하지만 더없이 편안한 순간.


창모가 속삭였다.


“릴러야, 나 다음 앨범에 너랑 듀엣 하고 싶다.”


“…그건 진짜 고백 아니에요?”


“그럼, 좀 더 고백해도 돼?”



3일차 아침 – 다시 함께


아침 햇살이 창을 뚫고 들어왔다. 두 사람은 그대로 나란히 누워 있었다. 어색한 침묵은 없었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


릴러가 먼저 말했다.


“형, 근데 이거… 둘이 아무 말 없이 돌아가면 팬들 진짜 놀라겠다.”


“그러게. 우리 진짜 곡 하나 같이 내야겠다. 제목은…”


“…‘Unfollow’ 어때요?”


“…와, 너 진짜 천재다.” 창모가 웃으며 그의 이마를 또 한 번 툭 쳤다. 

“릴러야, 나 앞으로는 절대 언팔 안 해.”


릴러도 웃었다. 그 웃음 안에, 그동안 미뤄왔던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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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구라고 이건 팬픽 알페스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