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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전에 이 글 적어서 념글 간 사람이고,



념글 갈지 전혀 몰랐는데 간거 보면 내 의견에 동의하는 힙갤러들이 조금은 된다는 뜻이니까



용기를 얻고 내가 이 앨범이 왜 좋았는지 써보려 함.



내 생각만으로 따지면 난 이 앨범이 살숨보단 훨씬 좋았고



케이플립도 진심으로 수작이라 생각하고 퍼블릭 에너미랑 Lov3, KC는 새벽에 러닝할 때 매번 돌리는 사람이지만



결국 어떤 앨범이 더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LIT인 것 같음.



그럼 왜 그렇게 느꼈을까,,, 사실 나도 감상이 딱 정해지진 않았는데 일단 몰려오는 감상들을 두서없게라도 풀어볼게.



첫번째, 한국 힙합을 논할 때 묘하게 깔려지는, 가장 보통의 한국 남성의 삶을 대변했다는 것.



힙합을 얘기할 때 흔히 나오는 말 중에 하나가, 특히 최근에 AMY가 올린 영상도 그렇고.



"너네 수학학원가서 문제풀고 엄마가 싸준 김밥 먹었잖아, 근데 무슨 힙합이야."



힙합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 말에 나는 항상 긁혀왔음.



게토에서 총쏘고 마약하는 흑인 하층민의 삶, 만약 사회에서 계급도를 만든다면 가장 밑에 있는 사람들의 삶.



그것을 대변하는 것만이 힙합인가?


아니, 애초에 정말 한국에서 사는 우리의 삶이 그들의 삶보다 편하다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한국은 미국보다 자살율이 높은가, 왜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청춘이 그 어느 선진국들 보다도 많을까.



한국인들이 나약한 걸까? 그럴리가 있나,



내 기준에 한국은 표현에 대한 억압이 굉장히 심한 나라임.



내 등에 낚시바늘이 꽂혀도 웃고 마는 아버지, 내 입술을 찢어지게 해놓고 그 때를 회상하며 비웃는 엄마와 누나,



고작 피어싱 좀 했다고, 머리 좀 길렀다고 구렛나룻 잡아당겨서 학주실로 불러서



그 어린 학생의 바지가 똥 색으로 떡칠이 되어도 참아야 했던 삶,



그러면서 서서히, 조금씩 묘하게 심성은 뒤틀려가고 결국 폭력성이 지배하게 되는



"대체 왜 이러면 안되지? 이까짓게 뭐라고 그 난리지?" 이런 순수한 의문이 금지된 한국이란 국가 안에서 참고 참다가


결국 묘하게 뒤틀려버린 감정을 가진


지극히 평범한 남성의 삶을 대변했다고 생각함.


왜냐면 가사에도 나왔듯, 또 내가 느꼈듯



저스디스는 그 와중에도 결국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담긴 가사를 넣었고



자신의 바지가 피로 물들도록 팼던 학주의 자살 소식에 생각이 많아지는, 결국 지극히 평범한 아들이자 학생이었거든.



두번째는 이 앨범 자체가 하나의 미로고, 이게 저스디스가 파놓은 세팅이라고 느꼈음.



넉살 얘기다, 지코 얘기다, 빈지노 얘기다, 말은 많은데



문제는 디스의 대상이 이 셋 다라고 봐도 한명씩 조금씩 모순이 있거든.



그래서 나는 마치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카밀라 로즈 키스처럼



사실은 아예 의미가 없는, 아무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맹목적인 디스를 깔아둠으로서



리스너로 하여금 미로에 빠져 누구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장치를 깔아놓았을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있다고 생각함.



난 결국 앨범 전체의 모든 세팅이, 리스너가 미로에 빠져서 길을 찾아 헤매는걸 노렸다고 생각하고




혹은 나같이 이렇게 "이거 사실 아무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디스 아니야? 우리 미로에 빠지게 하려고 넣어둔거 아냐?"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것까지 의도했을 수 있으니




감히 말하는데 이 앨범의 세팅은 그 자체로 현대예술이고, 아무도 하지 못한 기획이었다고 봄. 




그래서 저스디스가 이 앨범은 후대에도 남을거라고 말했던 것 같음.




미로의 출구는 분명 있지만, 그건 저스디스 혼자만 아는 부분이고




나머지는 결국 우리가 추측하기 나름이니까.




근데 난 개인적으로 내 의견에 동조하는 힙붕이들 보다도




이 앨범을 안좋게 들은 힙붕이들의 의견이 궁금하긴 함.




난 심지어 중간에 8분이 넘는 인터루드 트랙 조차도




변주가 있어서 앨범 전체동안 단 한 순간도 지루하단 생각을 못했거든.




만약 안좋게 들었다면, 어느 부분이었는지 나눠주라


ㄹ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