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흑룡강성 영안현 삼령묘(三靈廟) 유적에서 수습된 발해 지배층 추정 고인골의 체질인류학적 측정치를 분석하여, 고대 부여-고구려-발해로 이어지는 집단의 인류학적 정체성을 고찰한다. 본 분석은 특정 현대 집단과의 단순 비교를 넘어, 발해 지배층이 지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층적인 부계 하플로그룹(Haplogroup)의 조합과 그 계통적 복합성에 주목한다. 해당 고인골에 대한 직접적인 유전체(aDNA) 분석 데이터가 공표되지 않은 상태임을 전제로 하며, 형질 인류학적 측정값(Phenotype)을 통해 분자생물학적 하플로 분포를 간접적으로 유추하는 방식을 취한다.
2. 체질인류학적 측정 데이터의 특성
삼령묘 출토 발해인 남성 인골의 측정값은 현대 한국인과 가장 높은 유사성을 보이며, 특히 머리뼈 높이(b-ba)와 상안고 수치는 계통 추정에 결정적인 지표가 된다. 발해인의 머리뼈 높이는 142.44mm로 매우 높은 '극고두형(極高頭型)'의 특징을 지니는데, 이는 현대 한국인의 평균치인 141.00mm와 매우 근접한 수치다. 반면 현대 북중국인(138.1mm)이나 일본인(138.3mm)은 이보다 낮은 수치를 보이며, 몽골족(131.4mm)이나 퉁구스족(126.3mm)은 전형적인 저두형(低頭型)으로 발해인과는 골격 구조상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다.
3. 고인골 형질을 통한 부계 하플로 조합의 추론
직접적인 DNA 분석 데이터가 부재한 상황에서, 측정된 외형적 특징을 바탕으로 유추할 수 있는 부계 혈통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플로 O2 (O-M122, 구 O3) 계열과의 상관성이다. 발해인의 고두형 특징과 상대적으로 짧은 두장폭은 농경 문화권에서 주로 확산된 하플로 O2 집단의 전형적인 형질과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발해 인골이 북중국인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들은 단순한 단일 계통이 아니라 예맥계 특유의 하플로 조합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일본 및 야요이 계통(O1b2, 구 O2b)과의 형질적 차이다. 현대 일본인과 야요이 도래인 계통은 하플로 O1b2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체질인류학적 지표상 야요이 계통은 발해인만큼의 현저한 고두형 특징을 보이지 않는다. 이를 통해 하플로 O1b2 위주의 집단과, 고두형 형질이 강하게 나타나는 예맥계 O2 추정 집단 사이에 유의미한 형질적 변이가 존재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셋째, 다수 부계의 복합적 조합 가설이다. 발해와 부여는 황하유역 및 아무르강 유역 하플로가 오랜 기간 혼합된 복합적인 부계 조합을 가졌을 것으로 사료된다. 몽골이나 퉁구스족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하플로 C2 (C-M217) 집단은 저두형과 긴 두장폭을 지니는 경향이 뚜렷하므로, 발해 지배층은 이러한 북방 유목민 계통과는 생물학적으로 상당한 거리를 두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4. 하가점하층문화 및 하가점상층문화
발해인의 체질적 특성은 요서 지역의 하가점하층문화 및 라마동 삼연묘(부여계 추정) 인골에서 나타나는 고두형 형질과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형질적 고유성은 단일 하플로의 결과라기보다, 해당 지역에서 장기간 형성된 특정 부계 조합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