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회를 처음으로 알았던 게 10여년 전쯤 일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나이가 어렸어도, 가장 자신있는 비행시뮬레이션을 가지고 하는 대회에 한번 나가서 입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아무래도 학생이었는지라 참가하기가 쉽지 않았던 점(희한하게도 대회가 항상 시험기간에 하더라고요.) 때문에 그동안 한번도, 참석은 커녕 참관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군 복무중이었던 2010년에 기회가 왔었습니다. 그해 초에 제가 복무하던 비행단에 근무하시던(그리고 지금도 근무중인) 영외자분께서 비행단 내에 비행시뮬레이션 동아리를 만들었고 저도 거기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었던 무렵이었습니다. 당연히 저에게 참석권유가 들어왔고, 대회를 하는 날은 제가 속한 중대의 업무가 없는 토요일이었으므로 참석에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었습니다. 연습도 업무가 없는 주말에 하면 되는 것이었고요. 하지만 같은 중대원들이 탐탁치 않아하는 눈치(특히 참가자 조건에 대학생 및 일반인 이라는 문구가 있다는 이유로)를 보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념해야만 했습니다. 사실 그 대회는 군인들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가해왔던 대회였는데 말입니다.

 

뭐 아무튼 저는 그 때 제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날아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 11년에 한번 대회가 더 있었지만 바빠서 참석하지 못했고(다행히 이때는 참관은 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인생이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제가 뭐라 단정한다고 해서 그리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더군요. 이번에도 역시나 대회 직전까지 해야 할 일들이 있었으나 다행히 그것이 끝나고 나면 닷새 정도 되는 시간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에라도 연습을 해서 참가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정말로 인생에 마지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르는 이번 대회에 참가신청을 넣게 됩니다.

 

저번에 썼던 글에서 이번 대회 미션 중에 활주로에 touch and go 하는 부분이 너무 어렵다고 썼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이걸 해결하기가 극히 힘들다고 여겨서 참가를 하지 말까 생각했습니다. 참가신청을 넣을 때만 해도 이 부분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 전혀 정해지지 않았었고요. 그렇게 참가신청을 한 뒤 제가 해야 할 일들을 다 끝내고, 드디어 닷새 정도의 시간이 남았을 무렵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그 문제는 하루만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정답은 저번에 올린 영상(http://youtu.be/Vo8Rb8gjOPc)에 다 있고요. 비행시뮬 경력이 10년이 넘지만 플심은 거의 처음 다루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깊이 있는 기능까지는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대회장에서 사용하는 스틱과 제가 가지고 있는 스틱이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버튼 배열에 차이가 있으므로) 항공기 조작을 위해 플랩이나 에어브레이크, 기어 등은 스틱에 있는 버튼을 사용하지 않고  키보드로 조작하기로 합니다. 또 트랙아이알이나 프리트랙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오랫만에 햇키를 가지고 시야 전환하는 연습도 했고요. 하지만 하필 제가 심하게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글 쓰는 지금 2주일째가 되는데도 아직 낫지 않았습니다.)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초반에 몇 되지 않던 참가자 수가 벌써 100명을 다 채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 만족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집이 참 멀기 때문에 오전 8시에 출발을 해서 10시 반쯤에 킨텍스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군 복무 시절에 비행시뮬레이션 동아리를 만드셨던 그 영외자분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대회장에서 그 분과, 지금도 있는 그 동아리의 회원들을 만나서 인사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 뒤 점심을 먹고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빠른 순번이었기 때문에 첫 번째로 예선을 치렀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분명 대회 전에 대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에는 예선전에서 오토러더(선회시 내활선회나 외활선회를 방지하게끔 자동으로 러더를 잡아주는 것)를 허용한다고 되어 있는데 정작 대회장에 와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예선전에 참가할 때는 무조건 켜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토러더가 활성화되어있으면 선회할 때 좀 더 매끄럽게 될 수는 있어도 러더가 아예 듣지 않으므로 러더를 사용한 기동이 불가능해져 버립니다. 이건 특히 5번게이트를 나이프에지로 통과할 때 문제가 되는데, 항공기를 기울인 다음 밑으로 가라앉는 걸 막기 위해서 반드시 러더를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면에 들이받죠) 게다가 저는 10년간의 시뮬레이션 경험 도중 그런 설정을 써서 비행한 적이 없는데다가(주로 한 시뮬이 대부분 2차대전 시뮬이었으므로) 이번 대회 연습도 켜지 않는 설정으로 했었기 때문에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뭐 잘 되겠거니 하고 예선에 들어갔는데 탈락해버렸습니다. 오토러더 기능 때문에 나이프에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5번 게이트를 몇차례의 시도 끝에 통과했고, 좌우 미세조종에 러더를 전혀 사용할 수 없으니 그외 다른 코스에서도 조종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었습니다.

 

또다른 문제는 경기장에서 사용하던 사이보그 V1 스틱이었습니다. 이 스틱, 하부가 너무 가벼워서 기동할 때 들썩들썩거리더라고요. 저는 집에서 사이드윈더 프리시전 2를 가지고 연습했던 터라 현장에서 다른 스틱을 사용하여 대회를 치를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에 관해서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스틱의 들썩임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다행히 한두번 정도 해 보니까 적응이 되기는 했습니다.

 

그렇게 저를 포함한 첫번째 조가 예선을 마친 뒤에는 의견을 받아들여 오토러더 기능을 원하는 사람에 한해 끄고 비행할 수 있게 했지만 그렇다고 첫번째 조에게 기회를 다시 주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그냥 내 운은 여기까지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로 경기장에 계속 남아 있어야 했기 때문에 자리를 뜨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KT-1 항공레이싱 100명의 접수자 가운데 실제 현장에서 참가등록을 한 사람은 40명 정도밖에 되지 않고, 그 와중에 열네명 정도는 등록만 하고 참가는 하지 않은 듯 하며, 나머지 중에서 단 2명인가 3명인가만 예선을 통과했다는 겁니다! 상은 6명을 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바로 패자부활전을 하기로 했고 그렇게 기회가 다시 왔습니다. 그런데 비교적 처음에 탈락한 사람들은 그냥 자리를 떠버렸는지 패자부활전은 더 적은 사람이 왔더라고요. 다행히 이번에는 오토러더 기능 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 touch and go 직후에 실수로 스톨에 걸려 추락하는 바람에 완주는 못 했지만 희한하게도 그만치도 이르지 못한 사람이 더 많아서 패자부활전에도 통과하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실수투성이의 경기진행을 해놓고도 결승에 올라갔는데, 결승에서는 완주를 꼭 해내겠노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결승에서는 나침반 표시와 게이트를 가리키는 연직 화살표가 사라지지만 저는 이미 그 부분에 대한 연습도 해놨으므로 걱정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결승으로 주어진 두 번의 시기에서는 10번 게이트까지 연습하던 대로의 시간으로 통과하는데는 성공했는데 이번에는 마지막 착륙부분에서 두번 다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분명 강하율도 지나치지 않았고 사뿐히 활주로에 내렸는데도 왜 죽었는지 알 수 없어서 어안이벙벙했는데 옆에서 심판을 보던 장교가 혹시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게 아니냐고 이야기했을 때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10년간 비행시뮬을 해오면서 한번도 안했던 실수를 여기서 해버린 것입니다. 도데체 어떻게 하면 착륙을 하면서 랜딩기어를 내릴 생각을 안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제가 너무 긴장했거나, 아니면 게이트를 다 통과하고 나서 너무 긴장이 풀려서였을까요?

 

그래서 저는 결국 보시는 바와 같이 장려상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어이없는 실수로 더 높은 상훈을 놓쳤다고 하는 것보다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대회에 기어이 참가에 성공했고, 초반에 탈락했지만 운이 좋아서 수상까지 다시 올라갔다고 생각하는 쪽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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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장엔 대회 말고도 여러 비행시뮬레이션 동호회에서 오신 분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비행시뮬 체험을 시켜주는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지난 대회보다 체험의 규모가 더 커졌다고 하는군요.

 

더불어 WoWP 프로모션 행사도 했는데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저 자리에 워썬더가 있었어야 했어… 가이진 네이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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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공, 공대지 전투 부문 채점은 실제 전투기 조종사분들께서 맡아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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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는 저번 청주공항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국민조종사로서 KT-1에 탑승하셨던 황치웅 선생님(http://blog.naver.com/omaro75)께서 해설을 맡아주셨습니다. 아프리카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한다고 해서 비행시뮬 저변 확대에 도움이 많이 될 거라 생각하고 여기저기 퍼트렸는데 정작 대회 당일에는 아무 공지 없이 다음팟 방송으로 바뀌었더라고요. 알아보니까 아프리카 방송환경이 불안정해서라고 하는데 이런 부분은 미리미리 확인을 잘 하고 빨리 공지를 해서 혼선을 줄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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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받은 게 KT-1 모형인데, 이 모형 좀 잘못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KT-1과 P-51을 반반씩 섞어 놓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KT-1계열기에 대한 애착이 있어서 부상을 이걸로 준다고 할 때 기분이 많이 좋았는데 집에 와서 열어 보니까 퀄리티가 영 아니네요…

 

 

 

 

 

 

사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예전에는 있었던 프롭전투 부문이 지금은 사라져버렸다는 겁니다. 워썬더에 춘천맵도 있겠다 풀리얼 흥해서 공참배 대회에 공대지 미션으로라도 좋으니 한번 생겼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된다고 해도 그때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출처: 비행 시뮬레이션 갤러리 [원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