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나에게 있어서 만두는 참 특별한 음식이다. 나는 사실 돼지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 특유의 그 기름기와 돼지 향이 싫기 때문이다. 돼지 부위 중 가장 좋아하는 부위는 내장 부위를 구워 먹는 것 외에는 살코기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만두에 들어가는 고기는 대부분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따라서 이런 나에게 있어 시중 판매하는 만두를 먹는 것은 어릴 때부터 곤욕이었다.(지금은 잘 처머금) 

 

외할머니께선 이런 내 습성을 잘 알고 계셨다. 아니 이건 내 습성이 아니라, 어머니도 돼지를 안 드시고 이모들도 다 돼지를 안 드신다. 나는 그 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지 않나 싶다. (아버지는 가리는 것 없이 잘 드신다.) 어릴 때부터 나는 외할머니와 같이 생활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1년에 겨울 즈음에 만두를 직접 하신다.

 

만두 피도 밀가루를 사셔서 밀대로 밀어서 직접 만드신다. 그리고 만두에 들어가는 고기는 쇠고기를 넣고 속도 다 양념을 하셔서 만드신다. 즉 100% 수제 만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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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보내 준 만두와 밑 반찬이다. 어디 우리 집만 보내나? 큰이모 집과 막내 이모집에도 보낸다. 이렇게 손수 하시려면 굉장한 노고가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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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는 투박하다. 시중에 파는 만두처럼 정갈하고 작은 사이즈는 아니다. 왕 만두 수준으로 그렇게 큼직큼직하게 있다. 사실 어릴 땐 이 만두가 싫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모양 때문에, 내가 원하는 모양은 고향만두와 같은 그런 모양을 원했었는데, 저 만두는 한 입에 먹기도 힘들고 더구나 저 만두는 거의 99% 만둣국으로 해 먹었기 때문에 싫었다. (크기도 엄청 커서 아이였던 내가 먹기에는 너무 뜨겁기도 했다.) 우리 집은 만두 먹자는 말은 만둣국 먹자는 말과 같았다.

 

할머니가 계실 때는 손칼국수를 비롯해 만두 등의 밀가루 음식들을 항상 집에서 빚어서 해 먹였다. 이상하게 나는 그 수제 음식들이 싫었다. 아무래도 밖에서의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서, 인스턴트 맛을 더 선호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수제 수제비와 수제 칼국수, 만두 등을 먹는 날을 참 싫어했었다. 할머니가 고생하시는 것을 알기 때문에 찍소리는 못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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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을 넘겼을 무렵, 집보단 밖에서 음식을 먹을 때가 많았다. 그때 느꼈다. 밖에서 사 먹은 만둣국, 칼국수들이 속이 느끼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왜 어머니와 이모들이

 

만두는 엄마 꺼 말고는 밖에서 사 먹는 만두는 못 먹겠어.라고 말한 이유를 알았다.

 

자취를 시작하고 내가 요리를 해 보고, 그리고 밖에서 음식을 사 먹어 보면서 내 음식 관념은 많이 바뀌기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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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집이나, 그런 냉동 만두와는 다른 맛이 있었다.

어찌 보면 참 투박하고 예쁘지 않은 만두지만...

피 하나하나에도 자식들이 잘 먹으니까 만든 할머니의 사랑의 맛을 알기 시작했다.

 

요리는 확실히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그 정성이 가장 큰 조미료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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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할머니의 만두를 먹으며,

만두 표피에 있는 할머니의 지문을 봤다. 이 만두를 쌌을 때 할머니께서 남기신 지문이겠다.

저 자국이야말로, 모정의 흔적이라는 것을...

 

괜스레 마음이 울컥해졌다.

그리고 이 까다로운 입이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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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도 아니고 쇠고기를 넣어서 만두를 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만두 속도 알차고 가득 찼다.

 

느끼한 맛은 느껴지지 않은 고소한 맛이다.

조미료의 맛도 느껴지지 않는 재료가 뿜는 본연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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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은 버섯, 당면, 잘게 다져진 고기, 조금씩 건드려지는 채소, 그리고 두부의 고소함도 느껴졌다. 과연 이 만두 속과 이 만두피를 한 집도 아니고 3집의 분량을 하는 할머니는 어떤 생각으로 만드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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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머니께 전화를 했다.

 

왜 이렇게 많이 보냈어, 안 보내도 돼, 겨울에 힘들 텐데 뭐 하러 이렇게 만두를 해 저번에 김장도 해서 보냈잖아, 좀 쉰다고 이제 다신 음식 안 한다면서 뭘 또 했어.

 

에이 너희가 좋아하니까 그렇지, 너희가 맛있게 먹는 걸 생각하면서 음식 만드는 게 내 유일한 취미생활이잖아, 넌 또 입도 잴 까다로워서 만두도 어디 가서 못 먹을까 봐 할머니가 고기 두둑하게 넣어서 만들었어, 그래 이번 만두는 어때?

 

아 맛이야 뭐 최고지, 근데 할머니 나 이제 밖에서도 음식 잘 먹는다. 그니까 신경 안 써도 돼, 몸이나 건강했으면 좋겠어. 오래오래 사셔야지, 이런 힘 많이 들어가는 음식 하지 마 괜찮으니까.

 

괜찮아, 내 있을 때 많이 먹어놔라, 내 없으면 이제 이런 만두도 못 먹는다. 나는 너희가 음식 해 주고 이렇게 엄마 맛있어요, 할머니 맛있어요, 이런 말을 듣는 게 참 좋아, 우리 강아지 뭐 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주저 없이 할미한테 말해.

 

괜스레 마음이 울먹해진다.

있을 때 많이 먹어놔라. 그 한마디가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그저 자식들에게 먹을 것을 해 주고, 맛있다는 그 흔한 한마디에서 즐거움을 찾으시는 할머니.

 

저것이야말로,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나타내고 있었다.

 

수제만두, 이것은 할머니가 자식들을 생각하는 사랑 그 자체다.

 

할머니의 만두는 내게 교훈을 줬다.

 

할머니의 만두가 맛이 뛰어난 점도 크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성과 사랑을 다한 음식은 음식의 객관적인 맛을 떠나서,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음식이라는 점. 최고로 맛있는 음식이라는 점. 할머니의 만두를 먹을 때 맛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가슴을 뜨겁게 데워준다는 점. 그것이 할머니가 힘들게 한 음식의 이유라는 것도,

 

만두를 먹고 있었지만, 사실 할머니의 사랑을 먹고 있던 것이었다.

 

 나는 세 살배기도 알고 있는 그 당연한 교훈을 할머니의 만두를 통해 경험적으로 느꼈다. 그 경험을 깨달은 뒤, 까다로운 식성을 가지고 있는 나지만 밖에서나 남의 음식을 먹을 때, 절대로 티를 내지 않았다.

 

 앞으로 이 만두와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는 만두는

내 살아생전에 다신 맛보지 못할 것이다.

 

맛있는 수제 만두, 안 먹어도 좋으니까, 할머니께서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이미 사랑의 만두는 충분하게 먹었으니, 그걸로 족하니까.

 



출처: 기타음식 갤러리 [원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