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하늘이 맞닿는 곳.
지리산. 그래 지리산이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올라보고 싶었다. 왠지 올라봐야만 할 것 같았다.
항상 마음에는 있었지만 잘 안됐다.
이번에도 가고싶다는 마음만으로 끝날 것 같았다.
그래, 이번에는 진짜 가보자 마음으로만 끝나지 말자.
우선 대피소부터 예약했다.
대피소를 예약하니 이제야 조금 지리산을 간다는 실감이 났다.
그리고 짐을 챙겼다. 별로 든것도 없는데 45리터 배낭이 꽉 찼다.
이건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데 왠지 필요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
그냥 나 혼자 욕심 이였다. 그리고 그 욕심은 내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그래....그 쓸대없는 욕심은 항상 나를 힘들게 한다.
2014년 10월22일
드디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늘 그렇듯 먼 여행길은 설레였다. 그 설레임에 발걸음도 가벼웠다.
그 설레임도 잠시,
대충묶은 등산화 끈이 문제였다.
판판한 아스팔트 길이니까 산 오를때나 단단히 묶으면 되지 하는 생각에 대충 묶었는데
그 신발끈에 걸려 집앞 골목길에서 병신같이 넘어지고 말았다.
대문을 나선지 채 5분도 안되서 말이다.
(나는 넘어지면서 이게 다 어제 꿈속에 나와 나를 괴롭힌 정나리(가명)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팟다. 손바닥이 다 까졌다.
내 체중에 배낭의 무게까지 더해졌으니 아플만도 하다.
순간 무릎이 깨졌으면 어떡하지, 지리산 못가면 어떡하지 하는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아줌마들이 안쓰럽게 쳐다보며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쿨한척(사실은 진짜 아팟음) 훌훌 털고 일어나며 괜찮다고 했더니 잘 다녀오라며 인사를 해주셨다.
아무도 배웅해 주는 사람 없었는데 그렇게 아줌마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터미널로 가 함양가는 버스를 탓다.
백무동 입구.
2014년 10월 23일.
함양에서 1박을 했다.
당일로도 갈 수 있었는데 초보인 나에게 당일은 무리 일 것 같았다.
그리고 여유있게 천천히 산을 즐기고 싶었다.
는 조금 핑계고 혼자 새벽에 캄캄한 산 오르기가 무서웠다.
그래서 그냥 한밤 자고 아침에 올라갔다.
백무동에 도착하니 거진 10시 쯤.
혼자 산을 올랐다.
진짜 이뻣다.
하늘이 진짜 맑았다. 말그대로 높고 투명한 가을하늘 이였다.
내가 가을에 보는 단풍은 길가에 가로수가 전부 였는데
붉게 물든 단풍을 보니 진짜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무릎이 깨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개떡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림같은 풍경에 힘든 줄도 모르고 걸었다.
다만 내 눈에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다는게 아쉬웠다.
아침도 안먹고 빈속에 오르다보니 배가고파 잠깐 앉아 쉬면서
바람에 나뭇잎 부대끼는 소리 노래삼아 김밥 한줄을 먹고 있는데
그때 내 뒤에 올라오던 아저씨 두명이 나를 지나쳐 간다.
그중 한 아저씨가 내가 지리산 처음 오는데 두번은 안올 거 같다.하고 말하니까
옆에 있던 아저씨가 크큭 웃는다. 나도 따라서 같이 웃었다.
올라온 길을 되돌아 보니 굽이굽이 이어진 능선들이
올라온 길보다 올라갈 길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저 멀리 장터목 대피소가 보였다.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을때 시계를 보니 두시였다.
더도말고 덜도 아닌 딱 네시간 이였다.
배가 고팟다.
바람이 차길래 취사장에 들어가 버너에 불을 붙이고 코펠에 물을 끓였다.
버너가 필요 했는데 제천 내려갔을때 때마침 장날이라 장에서 버너를 팔고 있길래
12.000원 주고 버너를 구입했는데 친구가 버너를 보더니 1회용이냐? 했다.
나는 야 장난하냐 뭔 일회용이야! 하고 큰소리를 쳤는데 진짜 한번 쓰고 고장이 나버렸다.
(라이터로 붙이면 되긴 하는데 무서워서 못함)
가져간 라면을 끓이고 햇반을 먹었다.
점점 배가 부르니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본능에 충실)
점심을 먹고나니 세시였다. 그냥 쉴까 하다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제석봉까지 갔다오기로 했다.
경치가 아주 멋졌는데 핸드폰을 안들고 가서 사진 한장 없는게 아쉽다.
제석봉에서 만난 제주도에서 오셨다는 아저씨는 사진을 찍기 위해 해가 넘어갈 때 까지 기다리고 계셨다.
아저씨는 내게 이 험한산을 어떻게 혼자 왔냐며 다음부터는 남자친구랑 같이 다니라고 했다.
아저씨는 그렇게 나의 아픈곳을 찌르셨다.
나는 아픈곳을 혼자 어루고 달래며 해가 지기 전에 제석봉을 내려왔다.
다시 장터목에 도착 했을때 내 뒤에 올라오던 아저씨 두명이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이제 두번은 안오겠다던 아까 그 아저씨가 야 편한데서 먹고 편한데서 놀면되지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걸 먹어야 겠냐? 했다.
마을에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사람들도 하나 둘 모여든다.
지리산 일몰이 그렇게 이쁘다던데 일몰을 보려 사람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온다.
생각보다 빠르게 해는 넘어간다.
해가 넘어가는게 눈에 보일정도니 말이다.
볼때마다 느끼지만 뜰때는 더디고 힘들어도 지는건 금방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어느 시에 나오는 꽃처럼, 그리고 내가 밥을먹고 치킨을 먹는 속도처럼
해는 그렇게 금방, 아주 잠깐 이였다.
나의 시간이 저렇게 빨리 흘러가고 있음을 내 눈으로 직접보니 갑자기 우울해 졌다.
저 해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써야 알차게 썼다고 소문이 날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했다.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또 어디서 사람들 하는 이야기 주워듣고 별이 엄청 많다길래 별을 보려고 기다렸다.
안그랬으면 별 볼 생각도 못했을 텐데 말이다.
해 넘어간 캄캄한 밤하늘이 외로워 보였는지 별들이 찾아와 인사한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별은 처음 본 것 같다.
정말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을 정도로 가깝고 많았다.
마음 같아서는 다 쓸어담아와 내 방 창가 밤하늘에 뿌려놓고 싶었다.
별보면서 금새 또 기분이 좋아진 나는 혼자 눈누난나 콧노래 부르며 대피소에 들어와
지리산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지리산 넘기 -2
2014년 10월 24일.
새벽 네시.
사람들이 부산하게 짐 챙기는 소리에 맞춰둔 알람보다 일찍 잠을 깻다.
나는 사실 전혀 일출을 보러 갈 계획도 생각도 없었다.
푹 자고 여유있게 일어나 천왕봉에 갔다가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천왕봉 일출을 보러 가려는 사람들이 장터목 대피소에서 1박을 한다는걸 어제 늦게서야 알았다.
또 언제 와보겠나 싶어서 여기까지 온거 일출이나 보고가자 하는 마음에 나도 짐을 챙겨 따라 나섰다.
난 일출을 보러 갈 계획 없이 왔기 때문에 렌턴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다.
아쉬운대로 핸드폰 불빛으로 가고 있는데 뒤에 오던 아저씨들이 혼자 왔냐며 묻는다.
그리고 손에 든 핸드폰을 보더니 핸드폰은 위험하다며 남는 렌턴을 하나 빌려주셨다.
안전이 가장 중요함을 거듭 강조 하시더니 다음에는 남자친구랑 같이 오라고 하신다.
그렇게 지리산에서는 아픈곳만 찔리다 왔다.
일출시간 6시 41분이라고 했는데 거진 한시간이나 먼저 도착을 했다.
너무 일찍 도착 했다며 밑에서 아저씨 들이랑 좀 앉아 쉬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초코파이를 하나 주셨다.
감사하다며 냉큼 받아 초코파이를 먹었다.
초코파이 아저씨는 세시에 일어나 세석에서 부터 걸어 왔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초코파이 아저씨는 정말 힘들었는데 앞에가는 나를 보고는 '쟤도 가는데' 생각하며 힘을 냈다고 했다.
점점 하늘이 밝아 지길래 아저씨들과 함께 천왕봉에 올라가 명당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이 소란스럽다. 점점 사람들이 모여 드는 것 같다.
크지만 좁은 천왕봉 바위 위에 그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 있다는게 놀라웠다.
(핸드폰으로 최대한 담아보려 노력함)
해가 뜬다!!!
드디어!!!!!!!!!!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리고 뜨겁다.
저 감동을 어떻게 자그마한 사진과 이 알량한 나의 글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이 넓은 우주 먼지 같은 나, 아니 어쩌면 먼지 보다도 작을지도 모르는 나는
거대한 자연 앞에 한없이 작고 초라하다.
그리고 떠오르는 저 태양은 나를 반성하게 하고 새롭게 한다.
아주 잠깐이지만 저 해가 떠오르는 동안은
행복 해져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술도 쫌만 무야지, 저금도 해야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딱, 떠오르는 동안만....... 작심 삼일도 내게는 너무 길다.
그렇게 나는 간사하고 나약한 인간이다.
이제 내려 가야겠다.
아쉬운 마음에 천왕봉 한번 다시 올려다 본다.
처음에 백무동에서 중산리로 갈지 중산리에서 백무동으로 갈지 고민을 했었다.
근데 중산리로 내려가면서 백무동으로 올라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중산리는 길이 가파르고 험했다.
천왕봉에서 얼마 내려오지 않아 천왕샘이라는 작은 샘이 있는데 남강의 발원지라 한다.
나중에 낙동강이랑 만난다는데 예전에 그런거 해보고 싶었다.
막 섬진강 발원지부터 시작해서 섬진강 따라 걷기 이런거 말이다.
지금도 해보고 싶은데 스무살때 처럼 선뜻 나서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다.
새벽에 빈 물통으로 산 올랐더니 목이 말라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 내려왔다.
내려 오면서 중간 중간 마시고 저 샘물에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아마 내가 집에 돌아와 배탈이 난건 저 물때문이 아니였을까 싶다.
한참 내려가다가 그냥 이유없이 뒤를 돌아 봤는데 아까 그 초코파이 아저씨가 있었다.
서로 반갑게 인사했다.
그 캄캄한 새벽에 렌턴 불빛에 희미하게 보였는데 서로 알아본게 신기했다.
아저씨랑 로타리 대피소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근데 아저씨가 라면은 안넣고 건더기 스프만 자꾸 끓인다.
라면 건더기만 떠다니는데 국물은 뿌옇다. 왜 뿌옇지?
아저씨한테 "아저씨 그게 뭐에요?" 물어 봤더니 북어국이라고 했다.
블록으로 된 인스턴트 북어국 이었다.
"라면 건더기스프 끓이는줄 알았어요." 했더니 아저씨가 멋쩍어하며 맛있다고 먹어보라 했다.
하지만 먹지 않았다.
아저씨는 혼자 산도 다니고 페러글라이딩도 하고 스킨스쿠버도 한다고 했다.
존멋이었다.
아저씨가 혼자 다니는 이유도 왠지 나랑 비슷 할 것 같았다.
친구들도 다 바빠서 시간 맞추기 어렵고, 뭐 딱히 마음 맞는 사람도 없고
진짜 마음 맞는 사람 만나기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것 같다.
특히 하나 둘 나이 먹을 수록 더 그렇게 느껴지는건 나혼자 생각일까???
밥먹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내려오다보니 어느새 중산리 계곡이 보인다.
거의 다 내려왔나 보다.
내려오는 길에 바위 틈에 이름모를 예쁜 꽃을 보았다.
색이 참 곱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쳐도 이름한번 불리지 못하는 저 꽃은 얼마나 외로울까 싶었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 씩 마을로 내려온다는데
외로운 네 꽃향기는 내게 보내주렴.
출처: 등산 갤러리 [원본보기]
짤이 글을 빛내네. 제 점수는요......95
"내 눈에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다는게 아쉬웠다" <== 이말 격하게 공감함
그림으로 소설을 본 느낌이네요, 일출.....느낌이 좋습니다.
멋집니다!
내가 본 게시물에선 엑박이었는데ㅋ 사진이 있으니 더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희안하네...엑박이었는데...내가댓글을남겼었는데...꿈을꾼건가...헐
멋진글..사진...산행이네요..
진심 멋진 글이네요. 저도 늘 집에서 배낭 꾸릴 때,,손끝 찔리고 까이고, 무릎 부닥치고 까이고, 발뒤꿈치 땅겨서 삐끗하고 그럽니다. 희한하죠...추천드려요.
엑박글 삭제 하시고 다시 올리신거같아요.
ㄴ 눈으로 보고 아름다움을 느낀것을 카메라로는 담을수없었다라는거지 씹노잼생키야~
ㄴ야이자식아, 기술이 감성을 뛰어넘어. 기계를 극한으로 밀어부치면 감성은 저절로 따라와..................나 지금 무지 진진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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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야 등산갤러리 도 있어?? ㅋㅋㅋ
이런게 힛갤이지
ㅍㅌㅈㅇ는
ㅍㅌㅈㅇ입니다
마지막 꽃은 산오이풀입니다.
ㅇㅇ
야호!
필력봐라 ㅋㅋㅋㅋ 재밋네
글 재밌게 잘쓰셧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솔직히 사진으로봐도 정말 아름다운데, 실사는 상상이 잘 안간다.
등산 한번 가야겠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필력보고 남자라고 생각함
밑에서 다섯번째 사진 스크롤다운하다가 유병언 시신인줄 알았다
키야 멋있다 사진 ㅆㅅㅌㅊ노 개추준다 이기야!
캬 이런걸 힛갤에 올려야지
산에서 불피워도 됨?
저물에 내 똥꼬털 씻음
재밌게썼네.
잔잔하고 재밌게 글썼네ㅋㅋ 잘읽다감 도중에 남자친구 어쩌고하길래 음? 잘못쓴건가? 게이? 했는데 또 언급한걸보고 여자란걸 눈치챔ㅋㅋ
잘썼네 등산하고싶어진다 진짜로
의심을 넘어 한계를 넘어
베풀어라 사랑을
지리산이 진짜 무서운산이람서요??
ㄴ 지리산이 무서운산이지..대부분 등산객이 홍어니깐
안녕하세요. 디시 트래픽의 암적인 존재, 디시봇입니다.
되서->돼서 [리듬 맞춤법 봇♬]
뭐에요->뭐예요 [리듬 맞춤법 봇♬]
왠->웬 [리듬 맞춤법 봇♬]
금새->금세 [리듬 맞춤법 봇♬]
곰곰히->곰곰이 [리듬 맞춤법 봇♬]
아니였->아니었 [리듬 맞춤법 봇♬]
돼지코원숭이//희안->희한 [리듬 맞춤법 봇♬]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노
ㄱ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