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갤 수산?] - 새끼 꽃게 키우기


정기 휴무일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단 하루 있는 휴일, 수요일 다음 날은 평소와 달리 출근이 조금 늦다. 이를테면 일주일에 1.5일 쉰다고나 할까. 평소엔 2시부터 10시까지 일하는데, 목요일은 6시부터 10시까지밖에 일을 하지 않는다.


 다만 이날은 처음부터 '평소'와는 거리가 조금 멀었다. 팀장님의 이사 준비로 인해 출근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진 것이다. 부랴부랴 던파의 피로도를 다 뺀 나는 옷을 갈아입고 출근했다.


 그녀(추정)와의 만남은 평범하지 않았다. 롯데마트 수산매장에 근무하는 나는 출근하자마자 진열 정리를 시작했다. 그때, 눈 한구석에 들어온 것이 바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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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무슨 벌레인줄 알았다. 그도 그럴게 바지락살의 한구석에 정체모를 괴생물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확실히 게였다. 새끼 게가, 바지락살 한구석에서 조용히 숨쉬고 있던 것이다.


 처음엔 죽어 있는 줄 알아 신경을 쓰지 않고 다시 진열대에 놓았다. 하지만 그녀는 죽은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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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 분 뒤, 진열대의 게가 신경쓰여 확인해보니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혹시나 해서 계속 들여다봤더니 다리가 꿈틀꿈틀 움직이며 천천히 걸어다니는 것이 아닌가. 그런 그녀의 사소한 행동이 내 흥미를 끄는 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마치 고블린에게 붙잡힌 세리아를 보는 기분. 서둘러 그녀를 구출해야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아, 어찌저찌 나는 그녀를 구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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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가까운 미래는 그녀의 죽음으로 이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까지 그녀를 지켜보고 싶었다. 서서히 소멸해가는 그녀의 영혼을 지켜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시한부 그녀와의 짧디짧은 일생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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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그녀에게 선물해준 건 소금물이었다. 게는 해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녀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한 내 방책이었다. 그녀가 이걸로 기뻐할지 슬퍼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아주었으면 한다. 나는 한 꽃게를 위해 소금물까지 바칠 줄 아는 남자라는 걸.


 이쯤되서 그녀의 생각을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어렸을 때 생각했던 것들을 떠올려 그녀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뿐이다. 확실하지 않지만, 그녀의 심심함을 달래주는 데엔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성인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이 아이 또한 그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곧장 실행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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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까이에 있는 해물탕의 꽃게를 보여주었다. 냉동꽃게를 보여줄까 고민했지만 거리가 해물탕이 더 가까웠기에 해물탕 쪽으로 선택했다. 성인이 된 자신을 본 그녀는 어떤 생각을 품었을까. 조그마한 눈빛이 슬픔으로 가득해보였다.


 슬슬 그녀에게 밥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무얼 먹고 자라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때문에 그녀를 처음으로 발견한, 바지락살을 줘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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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약간 줬을 생각인데 몸집보다 컸다. 이거라면 포식할 수 있겠는걸. 나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바지락살에 조금도 흥미를 갖지 않았다. 몸집보다 더 커서 잘 못 먹는 것일까. 나는 그녀를 조금 도와줘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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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잘 먹겠지? ^^


 마음이 놓인 나는 다시 일을 하러 갔다. 그녀는 배불리 포식하며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없어서 쓸쓸하진 않을까.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빨리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수십 분이 지나 나는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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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녀는 내 성의가 마음에 안 찼나보다. 살짝 상처받았다. 하지만 좋아하지도 않는 걸 억지로 먹이려 한 나도 잘못이 있었다. 미안하다, 게새끼(욕아님ㅎ)야.



 시간은 찰나와도 같이 흘러 어느 새 퇴근시간이 되었다. 그녀를 어디에 숨겨야할지 모르는 나는, 랩을 싸 어떻게든 그녀를 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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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어. 내일까지…… 부디 살아있길 바래.




 - 다음 편에 계속 -




- [던갤 수산?] - 게새끼 2편

 2015년 6월 12일 금요일.


 출근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다름아닌 그녀였다. 처음 본 순간부터 내 마음에 똬리를 튼 그녀의 모습…… 한시라도 빨리 그녀와 재회하고 싶다는 희망과 함께 혹시 그녀가 죽었으면 어쩌지 하는 절망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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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다행히 긴 시간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었다. 내가 주었던 바지락살은 먹었을까? 눈으로는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어찌됐든 내 마음만은 그녀에게 전달됐으리라 굳게 믿는다.



 나는 매일같이 하는 일인, 해물탕을 만들기 위해 꽃게를 꺼냈다. 해동을 시작하려는 참에, 그녀에게 친구들을 보여 주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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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퍼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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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로 그녀를 만날 기회는 잘 나지 않았다. 다른 직원에게 들키지 않도록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그녀를 보호한 뒤, 해물탕을 만들고, 정리를 하고, 장사 좀 하다보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직원식당에서 최고의 조미료인 공복을 곁들여 맛없는 저녁도 맛있게 먹고 나니 그녀가 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냥 그녀를 잊은 채 살아갔어야 했다. 이렇게 그녀가 내게 절망을 안겨줄 줄 누가 생각은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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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사진은 고게 능욕이 되므로 어제자 사진을 올립니다. 사실 찍는거 깜박함 ㅈㅅ)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몇 번을 쿡쿡 건드려 보아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혹시나 죽은 척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몇십 분이 지나 다시 와 봐도 위치는 그대로였다.


 『죽어버렸어, 미안해.』 라니.


 불찰이었다. 나는 내 첫 게에게 많은 관심을 주지 않았고, 때문에 내 곁을 떠나가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녀에게 아직 말하지도 못했는데. 당신이 내 첫 번째 게라고, 내 인생에 있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의 게로 삼고 싶다고, 처음이자 마지막의 게로 있어 달라고.


 하지만 그녀는 이제 없다. 행복은 유리와 같다는 말이 실감되었다. 산산히 부서져 버리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일은 없다. 엎질러진 물은 닦아낼 수라도 있지만, 깨져버린 유리는 섣불리 치우려 했다간 손에 상처를 입고 만다.


 죽은 그녀의 영혼은 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겠지.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평생토록, 내 가슴에, 추억의 일부가 되어 살아갈 것이다. 내 삶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줄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두 번 다시 깨져버리지 않도록.




 고마웠어.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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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 게새끼 키우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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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탕 고가팜 



출처: 던전앤파이터 갤러리 [원본보기]